올리버 색스 | 이마고 | 2009.?-2010.2.1
원제는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로 1985년에 나온, 올리버 색스 박사의 책 치고는 상당히 초기작인데 나는 이제서야. ^^
내가 읽었던 화성의 인류학자와 1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온 책인데 같은 저자가 비슷한 주제를 갖고 쓰는 건데도 세월의 흔적이랄까, 그 변화상이 보인다.
화성의 인류학자가 목소리 톤이 더 낮고 느릿하니 좀 더 안정적이고 학술적인 느낌이 드는 내용이라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이 안에 있는 약간은 정신없는 삽화들처럼 내용의 흐름도 빠르고 마치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아차 잘못하면 그 흐름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늙음과 젊음(물론 1985년 때도 젊음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나이지만)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아내를 모자~에서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좀 더 많이 감정 이입을 하고 좀 더 가깝게 다가서는 것 같다. 화성~은 그 책의 제목처럼 화성에 떨어진 인류학자처럼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환자들을 관찰한다. 내용의 흐름이나 책읽기는 개인적으로는 화성의 인류학자 스타일의 내용이 더 좋긴 하지만... 이 책도 재미있다는 점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화성~에서보다 더 낙관적이기 때문에 화성~을 읽을 때처럼 가슴이 갑갑하진 않다.
그저 정신병의 일종으로만, 혹은 저능아로 지나가던 증상의 원인을 뇌의 매커니즘을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는 과정이나 그가 만났던 아주 독특하고 특이한 환자들에 대한 내용을 보면 인간의 뇌, 궁극적으로 인간의 신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고 우리가 아는 게 얼마나 적은지에 대해 인정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자신이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아마 그래서 화성~은 이 아내~보다 덜 낙관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소리는 빠짐없이 쓰는 것 같은데, 지극히 평범하지만 큰 탈없이 돌아가주는 내 뇌와 신체에게 감사. 어릴 때 보던 만화 같은 데서 갑자기 전기 충격이나 사고 이후 엄청난 초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걸 무척이나 동경했는데. ㅋㅋ
이 책에서 평균 이하의 지능을 가졌으면서 음악이나 기억, 혹은 수학 등 일정 분야에서 엄청난 능력을 가진 환자들의 케이스가 나온다. 만약 일반적인 사회 생활 능력을 갖추면서 그런 재능까지 갖췄을 경우 그는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자동적으로 하게 된다.
내가 어릴 때라면 엄청난 업적을 상상했겠지만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임상학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내가 옆에서 오랫동안 직접 목격했던, 저기에 묘사되는 수준의 천재성을 가진 사람을 둘과 선생님들께 전설처럼 전해들은 한명의 사례를 보건대 그 능력이 일종의 업적으로 발휘되는 건 그가 속한 사회에 달려있는 것 같다.
예전에 피아노의 숲 만화 감상을 쓰면서 언급했던 내 초딩 동창이나 동네 친구. 레코드를 들으면서 오케스트라 풀 스코어를 완벽하게 청음할 수 있고, 초등학교 때 누구나 배우던 그 학원 피아노가 유일한 피아노 수업이었음에도,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현대음악 반주악보를 초견으로 그대로 솔로 악기에 맞춰 반주를 할 수 있었다. 내 레슨 선생님은 얘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걸 두고두고 아쉬워하셨다. (제자를 앞에 두고 말이지.. -_-+++) 하지만 걔는 꽤 괜찮은 대학에 가서 회사원으로 사회에 안착. 그러다 지금은 평범한 음반 칼럼니스트이자 편곡자로 살고 있다.
또 한 명 역시 내 초딩 동창. (위의 친구와 다른 학교. 내가 6학년 2학기 때 전학을 간 관계로. 주로 어울리는 건 이쪽 초딩 친구들) 얘는 마음 잡고 하는 시험공부가 책 펼쳐놓고 그때 당시에 있던 그 수동 타자기로 그 범위를 한번 치면 끝이다. 그걸 다 치는 순간 타이핑한 내용은 머리에 고스란히 입력. -_-; 그런데 그것도 귀찮아서 대충 눈으로 훑어보고 가서 시험 쳐도 강남 8학군 학교의 전교에서 놀았다. 수학도 자기만의 어떤 알고리즘이 있는지 우리가 연습장 한 페이지에 걸쳐 풀 내용이 얘는 2-3줄과 정답으로 나온다. 귀찮아서 전교 1등을 안 하는 얘를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뒤집어졌겠는지 상상에 맡김. 친구지만 얼마나 샘이 나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여하튼 이 친구는 대학 1학년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갔는데 캐나다에서 의대 갔다는 소식을 들은 걸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의대 갔으니 의사를 하고 있겠지.
나머지 한명은 선생님들이 모였다 하면 아쉬워하는 까마득한 선배 언니.(얼굴도 못 봤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 국내 콩쿨 중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게 동아 콩쿨이고 이걸 위해서는 거의 1년 내내 준비를 한다. 그런데 엄청난 재능에 비해 너무도 연습도 안 하고 탱자탱자인 이 언니를 연습 좀 시키려고 선생님이 콩쿨 규정곡을 내주고 연습도 거의 안 하고 나갔는데 떡하니 입상. 악보를 주면 초견으로 하는 연주가 다른 학생들이 두어달 연습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 대학도 그렇게 며칠 벼락치기로 가고. 실기시험은 당연히고.그런 재능을 가졌으면 난 정말 목숨 걸고 연습을 했을 텐데... 여하튼 그 언니인지 선배인지는 그렇게 대학 4년을 보내고, 모든 선생님들의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곧바로 결혼에 골인해서 애들 키우면서 음악과 전~혀 관계없이 잘 살고 계신다.
얘기가 엄청나게 튀었는데... 사회를 움직이는 건 천재이긴 하지만... 그 천재를 만들어 주고 그 천재가 능력을 발휘할 물을 만들어주는 사회도 있어야할 듯. 올리버 색스 박사가 투랫 증후군이라는 병을 알게 된 이후 주변에 얼마나 많은 투렛 증후군 환자가 있는지 놀랐다는 고백을 했는데 찾아보면 한국에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있을지, 그리고 그 천재들이 멍청한 애 취급을 받거나 평범한 둔재로 묻혀가고 있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상이 엄청 많이 튀었군. 2번의 친구는 사실 내가 쫌 좋아했었다. 내가 다른 조건에는 다 무덤덤한데 남자가 똑똑한 거에는 쫌 약함. ㅎㅎ;
내가 읽었던 화성의 인류학자와 10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온 책인데 같은 저자가 비슷한 주제를 갖고 쓰는 건데도 세월의 흔적이랄까, 그 변화상이 보인다.
화성의 인류학자가 목소리 톤이 더 낮고 느릿하니 좀 더 안정적이고 학술적인 느낌이 드는 내용이라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이 안에 있는 약간은 정신없는 삽화들처럼 내용의 흐름도 빠르고 마치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아차 잘못하면 그 흐름을 놓치게 된다.
그리고 늙음과 젊음(물론 1985년 때도 젊음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나이지만)의 차이가 있어서인지 아내를 모자~에서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좀 더 많이 감정 이입을 하고 좀 더 가깝게 다가서는 것 같다. 화성~은 그 책의 제목처럼 화성에 떨어진 인류학자처럼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환자들을 관찰한다. 내용의 흐름이나 책읽기는 개인적으로는 화성의 인류학자 스타일의 내용이 더 좋긴 하지만... 이 책도 재미있다는 점에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화성~에서보다 더 낙관적이기 때문에 화성~을 읽을 때처럼 가슴이 갑갑하진 않다.
그저 정신병의 일종으로만, 혹은 저능아로 지나가던 증상의 원인을 뇌의 매커니즘을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는 과정이나 그가 만났던 아주 독특하고 특이한 환자들에 대한 내용을 보면 인간의 뇌, 궁극적으로 인간의 신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고 우리가 아는 게 얼마나 적은지에 대해 인정하게 된다. 알면 알수록 자신이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아마 그래서 화성~은 이 아내~보다 덜 낙관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소리는 빠짐없이 쓰는 것 같은데, 지극히 평범하지만 큰 탈없이 돌아가주는 내 뇌와 신체에게 감사. 어릴 때 보던 만화 같은 데서 갑자기 전기 충격이나 사고 이후 엄청난 초능력을 발휘하게 되는 걸 무척이나 동경했는데. ㅋㅋ
이 책에서 평균 이하의 지능을 가졌으면서 음악이나 기억, 혹은 수학 등 일정 분야에서 엄청난 능력을 가진 환자들의 케이스가 나온다. 만약 일반적인 사회 생활 능력을 갖추면서 그런 재능까지 갖췄을 경우 그는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자동적으로 하게 된다.
내가 어릴 때라면 엄청난 업적을 상상했겠지만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임상학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내가 옆에서 오랫동안 직접 목격했던, 저기에 묘사되는 수준의 천재성을 가진 사람을 둘과 선생님들께 전설처럼 전해들은 한명의 사례를 보건대 그 능력이 일종의 업적으로 발휘되는 건 그가 속한 사회에 달려있는 것 같다.
예전에 피아노의 숲 만화 감상을 쓰면서 언급했던 내 초딩 동창이나 동네 친구. 레코드를 들으면서 오케스트라 풀 스코어를 완벽하게 청음할 수 있고, 초등학교 때 누구나 배우던 그 학원 피아노가 유일한 피아노 수업이었음에도, 전공자들도 어려워하는 현대음악 반주악보를 초견으로 그대로 솔로 악기에 맞춰 반주를 할 수 있었다. 내 레슨 선생님은 얘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걸 두고두고 아쉬워하셨다. (제자를 앞에 두고 말이지.. -_-+++) 하지만 걔는 꽤 괜찮은 대학에 가서 회사원으로 사회에 안착. 그러다 지금은 평범한 음반 칼럼니스트이자 편곡자로 살고 있다.
또 한 명 역시 내 초딩 동창. (위의 친구와 다른 학교. 내가 6학년 2학기 때 전학을 간 관계로. 주로 어울리는 건 이쪽 초딩 친구들) 얘는 마음 잡고 하는 시험공부가 책 펼쳐놓고 그때 당시에 있던 그 수동 타자기로 그 범위를 한번 치면 끝이다. 그걸 다 치는 순간 타이핑한 내용은 머리에 고스란히 입력. -_-; 그런데 그것도 귀찮아서 대충 눈으로 훑어보고 가서 시험 쳐도 강남 8학군 학교의 전교에서 놀았다. 수학도 자기만의 어떤 알고리즘이 있는지 우리가 연습장 한 페이지에 걸쳐 풀 내용이 얘는 2-3줄과 정답으로 나온다. 귀찮아서 전교 1등을 안 하는 얘를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뒤집어졌겠는지 상상에 맡김. 친구지만 얼마나 샘이 나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여하튼 이 친구는 대학 1학년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갔는데 캐나다에서 의대 갔다는 소식을 들은 걸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의대 갔으니 의사를 하고 있겠지.
나머지 한명은 선생님들이 모였다 하면 아쉬워하는 까마득한 선배 언니.(얼굴도 못 봤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 국내 콩쿨 중에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게 동아 콩쿨이고 이걸 위해서는 거의 1년 내내 준비를 한다. 그런데 엄청난 재능에 비해 너무도 연습도 안 하고 탱자탱자인 이 언니를 연습 좀 시키려고 선생님이 콩쿨 규정곡을 내주고 연습도 거의 안 하고 나갔는데 떡하니 입상. 악보를 주면 초견으로 하는 연주가 다른 학생들이 두어달 연습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 대학도 그렇게 며칠 벼락치기로 가고. 실기시험은 당연히고.
얘기가 엄청나게 튀었는데... 사회를 움직이는 건 천재이긴 하지만... 그 천재를 만들어 주고 그 천재가 능력을 발휘할 물을 만들어주는 사회도 있어야할 듯. 올리버 색스 박사가 투랫 증후군이라는 병을 알게 된 이후 주변에 얼마나 많은 투렛 증후군 환자가 있는지 놀랐다는 고백을 했는데 찾아보면 한국에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있을지, 그리고 그 천재들이 멍청한 애 취급을 받거나 평범한 둔재로 묻혀가고 있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상이 엄청 많이 튀었군. 2번의 친구는 사실 내가 쫌 좋아했었다. 내가 다른 조건에는 다 무덤덤한데 남자가 똑똑한 거에는 쫌 약함.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