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서 쓰러지고 싶지만 이대로 자기에는 너무 허무한 하루라서 사진을 조금이라도 털어보기로 했다. 가기 전에 2007년 걸 다 털고 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회의가 들고 있지만 그래도 하는데까지는 해봐야지.
저번 포스팅에 올렸던 그릇 등등 생활용품이 전시된 전시실을 나와서 그 다음으로 간 곳은 씨씨 뮤지엄.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전성기를 살았던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 그 유명한 황후 엘리자베타가 살던 공간이고 그 부부의 유물들이 전시된 곳이다.
씨씨가 입었던 유명한 드레스며 보석들부터 시작해서 주치 치과의사가 황후를 치료할 때 쓰던 치과 치료용구들까지 전시가 되어 있음. ^^;
초상화에서는 정말 엄청난 미인인데 사진발을 그다지 안 받는 건지 아니면 초상화가들이 알아서 뽀삽 처리를 한 건지 모르겠지만 사진은 초상화만큼 눈부신 미모는 아니었음. 그래도 예쁘긴 했다. 중년이 넘으면서 대중 앞에 나갈 때는 꼭 베일을 쓰고 절대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늙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그 심리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인생 중 어느 때도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던 나마저도 최근에는 사진 찍기가 별로 달갑지 않은데 저 정도 미인이면 더하겠지. ^^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엄격했다던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침실을 보면 그 평가대로의 삶을 살았던 것 같긴 함. 화려한 황후의 침실과 달리 소박하고 좁은 침대와 장식은 다 배제한 딱 필요한 것들만 있는 집기들이며... 아내가 자신을 받아주는 한 아내에게 충실했고, 나머지 생애는 그녀가 그와 황실을 피해 세상을 떠돌기 시작하며 안겨준 -빈말로도 미인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정부에게 죽을 때까지 충실했던 걸 보면 남자로서도 그다지 나쁜 인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내도 유일한 후계자인 황태자도 그렇게 비명횡사를 했으니. 부모 자식도 그렇지만 특히 부부는 합이라는 게 정말 있는 것 같다.
여하튼 이 오스트리아 제국 말기를 장식했던 이 화려한 커플의 얘기는 뮤지컬 씨씨에서, 어린 연인과 함께 동반 자살한 그 아들 황태자의 얘기는 오마 샤리프가 황태자로 출연한 영화 비우던가? 와 맥밀란의 발레 메이얼링의 소재가 되었음.
사진 촬영이 금지라 - 금지라고 걸어놔도 보통 다 찍게 해주는 분위기인데 여기는 아주 엄격하게 막았다 - 입으로만 풀었고 사진은 없음. 빈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이 다 괜찮긴 하지만 여기는 꼭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빈에서 갔던 곳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내 취향이었다. ^^
영국의 마지막 날과 브뤼셀에서 좀 삑사리가 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날씨 운은 죽이게 좋았다.
이날도 완전 환상적인 날씨.
넓은 잔디밭과 개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을 보면서 뽀삐를 한번 목 놓아 -속으로- 불러주고. ;ㅁ;
에곤 쉴레와 클림트를 만나러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레오폴드 뮤지엄으로~
빈은 링 슈트라쎄 안에 주요 관광지의 대부분이 몰려 있어서 관광하기 참 좋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 대학생 때는 내가 굉장히 마이너한 곳들만 찾아다녔던 모양.
그래도 카를 성당에서 미사 드렸던 거며, 음악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던 여행은 당시 내게는 굉장히 즐거웠고 멋진 추억. 앨범을 뒤져보면 엄청나게 찍은 사진들이 있겠구나.
여기도 내부 촬영금지라서 바깥 사진만 있다.
에곤 쉴레의 작품은 원없이 보고 왔고, 기념품 가게에 있었던 클림트의 다나에 티포트와 티잔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놓고 온 건 지금도 후회막급.
다음에 빈에 가면 그 티포트와 티잔을 사기 위해서라도 레오폴드에 다시 가야겠다. ^^;
빈의 뮤지엄 샵은 정말 마굴임.
광장 앞 의자들도 예술적인~
장식주의의 본거지 답다.
여기도 같이 있는 박물관.
산업 디자인이며 뭔가 좀 모던한 내용들을 전시하는 곳이었던 기억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전에도 불평했지만 빈의 뮤지엄식으로 조각조각 잘라서 입장료를 받는다면 루브르를 보는 데는 수십 유로가 필요하다.
모짜라트 음악을 들으면서 저녁 식사를 하는 모짜르트 디너 호객꾼들.
떠나기 전에 한번쯤 가봐야지~ 했는데 오페라에 밀려서... ㅋㅋ
빈 시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음.
황실의 보석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인 모양인데...
꼭 보고 싶었지만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찾을 수가 없어서 패스. ㅠ.ㅠ
굉장히 아쉬웠다.
다음에 가면 꼭 찾아서 보고 와야지.
오페라 보러 가기 전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러 간 곳.
민박집에서 추천을 받아서 갔는데 괜찮았다.
다시 찾아 가라면 찾아는 갈 수 있겠는데 설명은 불가능. ^^;
기억나는 이정표를 주자면,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남녀 주인공이 노닐던 성당 옆 골목으로 한참 들어가면 된다.
지하에 있는데 점심과 저녁 영업 시간 사이에 휴식 시간이 있음.
저녁 영업 시작하자마자 내가 1착으로 들어간 손님이었다.
뚱~하니 친절과는 거리가 좀 있는 꼭 뱃사람 같은 남자 종업원이 주문을 받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추천해달라고 해서 받은 맥주 한잔.
맛있다. >.<
빈에서 매 끼니마다 새로운 맥주와 와인을 곁들이는 게 정말 행복했음.
민박집과 이 가게의 프로모션인 관광객 세트메뉴.
비엔나하임 세트 두 종류가 있는데 립이 포함된 A세트로 주문.
먼저 스프가 나온다.
소감은 간단하게 한 글자로 "짜!!!!"
세글자로 요악하면 "너무 짜!!!!"
맛만 보고 패스.
빈의 명물인 립!
여자들은 이거 하나 시켜서 나눠 먹어도 될듯.
아까워서 겨우겨우 한개 반을 먹었다.
빵도 맛있었는데 립을 먹느라 맛만 봤음.
곁들이 자우어크라우트도 환상. ㅠ.ㅠ
독일 사람은 우리가 본고장 김치맛과 기무치의 차이를 느끼듯이 오스트리아 것과 독일 것의 차이가 어쩌고~ 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제일 맛있다는 집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최소 3배는 맛있었다.
디저트.
배가 불러서 역시 맛만.
배가 부르기도 했지만 빵도 아닌 것이 케이크도 아닌 것이 좀 내 취향이 아닌 식감이라 대충 먹기도 했다. 만약 내취향의 맛이었으면 내 뇌가 분명히 위에 '디저트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라'는 명령을 해서 비워진 자리에 채워넣었지. ㅎㅎ
나오면서 뒤늦게 찍은 입구.
지하라서 조명이 우중충하다.
폴크스 (폭스?) 오페라 극장.
이날 공연은 마술피리.
일찌감치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코트를 벗어서 안고 있으려니 안내하는 사람이 오더니 코트를 갖다 맡기라고 한다.
시키는대로 가서 맡기는데 2유로인가 3유로를 받으면서 사탕인지 젤리인지 몇알 든 봉지를 준다.
간단히 상황 요약을 하자면 사탕 몇알에 한국돈으로 5천원을 삥뜯어간 것임. -_-+++
다 맡겨야 하나 보다 하고 왔더니 내 옆에 앉은 사람들은 다 코트 갖고 있었다는...
가만히 앉아서 눈 뜨고 강도질을 당한 셈. ㅠ.ㅠ
단체 관람온 듯한 애들을 보고 으악!!! 했는데 한국 공연장에 출몰하는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아가들. 초대권 받고 온 한국 어른들보다도 나은 관람 태도를 보여줬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문화적인 교양을 쌓은 애들이 또 문화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어른이 되고 그런 아이들을 갖게 되겠지.
부러웠다.
공연막.
저 아래 중간에 떡하니 삼XXX 라고 시퍼렇게 새겨놓은 세종문화회관의 막과 진심으로 비교가 됨.
도대체 세종문화회관 리모델링에 배정된 3천억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것도 정권 바뀐 뒤 한번 추적해보면 재미있을 듯.
공연은 괜찮았음.
파미노 왕자는 출산이 내일 모레인 만삭의 몸매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량은 극히 평범한 몸매에서 나오는 소리- 밤의 여왕은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었지만 전체적인 앙상블이 정말 근사했다. 마치 연극처럼 손발이 딱딱 맞는 그런 연기와 움직임들.
징슈필이기 때문에 레시타티보를 하지 않고 중간중간 대사가 많은데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 -스토리는 다 알고 있지만- 나도 중간중간 웃음이 튀어나올 정도로 능청스런 연기와 딕션은 정말 환상이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황홀한 수준.
나도 이 곡을 연주해봐서 아는데 이게 은근히 까다롭고 잘 하기 힘든데 기름칠을 한 듯, 어디 하나 걸리는 데 없이 매끄러운 사운드와 앙상블.
역시 자기 나라 작곡가의 음악은 그 나라 사람들만 표현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나보다.
지금 쓰면서 기억났는데 이채로웠던 것 중 하나가 무대 위에 엄청나게 사용된 횃불들.
활활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움직이는 가수들이며 벽에 걸린 횃불들 보면서 저거 불 나면 어쩌나 은근히 조마조마.
한국이었으면 저런 세트는 아예 허가도 나지 않았겠지. 안전을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이긴 한데 전구가 끼워진 촛불이나 등잔이 아니라 실제로 활활 타오르는 불이 무대에서 왔다갔다 하니까 사원의 느낌 등은 더 잘 사는 것 같았다.
아주 행복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왔음.
이정표가 우스워서 하나 찍어봤다.
차나 기차로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는 나라니까 가능한 센스겠지.
실제로 부다페스트는 빈에서 기차로 4시간 정도. 프라하는 부다페스트에서 10시간 정도 가니까 차로 달려도 비슷하지 싶다.
섬이 아님에도 섬과 다름없는 나라 출신에게는 기차로 몇시간만 가면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가 있다는 건 늘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라찌에~ 하다가 금방 메르시~ 해야하는 게 적응이 안 된다고 할까? 그리고 쪼콜라떼와 쇼콜라도 넘어간 직후에는 항상 버벅.
극장 앞에 걸린 공연 포스터들.
오페라 뿐 아니라 발레도 한다.
일정만 맞았다면 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여행자의 아쉬움이지.
오늘은 여기서 끝~ 진짜 자러 가야겠다. 졸려. zz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