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잘츠부르크로~
본래 부다페스트를 갈까, 여기를 갈까 고민하다가 부다페스트는 한달 넘게 있었던 곳이니 새로운 곳에 가보자고 결심하고 과감하게 동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달려갔다. ^^
엄청 삽질이 될 수도 있는 일정이었는데 아침에는 기차역에서, 오전에는 잘츠부르크에서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비교적 술술 풀렸던 여행. 이날 정말 남한테 친절하고 상냥한 착한 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가슴 깊이 했는데 별로 잘 지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음. ^^
역에 있는 베리커리에서 산 커다란 쿠키와 생수.
사진 찍는 건 잊었는데 샌드위치도 하나 사서 나중에 먹었다.
아침에 제일 먼저 한 일이 기차 예약이었다.
8유로던가? 꽤 부담 가는 비용의 예약비를 받는다. -_-;
그래도 마음 편한 여행을 좋아하는 고로 투자.
이 기차를 탈 때 삽질을 한 게 아침에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잘츠부르크행 기차가 2대가 있었다.
헤매다가 올라간 기차는 내가 가진 좌석표에 해당하는 좌석이 없어서 차장을 찾는데 차장도 안 보이고 우왕좌왕을 했더니 웬 아줌마가 뭔 일이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표를 보여주고 좌석이 없다고 했더니 뭔가 이상하다고 하면서 어디선가 차장을 찾아오더니 내가 기차를 잘못 탔다는 걸 가르쳐 줌.
하마터면 엉뚱한 기차를 타고 멀리 비~이~잉 돌아서 잘츠부르크로 갈 뻔 했음. 아마 돈도 다시 냈어야겠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서둘려서 다른 기차에 올라탔더니 이번엔 제대로. ^^;
잘츠부르크 음악제 때문에 사람이 몰려오는 여름도 아니고, 스키 시즌인 겨울도 아니고 해서 호텔은 그냥 예약하지 않고 기차역의 인포메이션에 가서 소개를 받았다. 여기서 소개를 받으면 역시 수수료가 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가격대와 위치, 조건에 맞는 호텔을 입맛대로 골라 갈 수 있기 때문에 괜히 길에서 헤매거나 확실치 않은 정보로 갔다가 실망하는 것보다는 나은 듯.
굉장히 친절하게 잘 골라준다. 그리고 호텔 위치가 자세히 표시된 지도도 바로 뽑아서 주고.
호텔 예약하는 김에 오후에 여기서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도 예약을 했다.
그렇지만... 나처럼 방향 감각이 모자란 사람은 그렇게 자세한 지도를 줘도 헤맨다. -_-
지도를 들고 그 호텔이 분명히 위치해야하는 거리를 빙빙 몇바퀴를 도는데 어디 물어볼 사람도 하나 안 보이고... 이 와중에 길 건너편에서 지나가던 아저씨가 역시나 내가 참 불쌍하고 안 되어 보였는지 길까지 건너와서 도와줄까? 라고 물어본다.
지도 보여주면서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못 찾겠어요~ 흑흑흑 이랬더니 한번 슥 훑더니 우리가 서있는 곳에서 10발짝도 안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 간판을 가리켜줌. ^^;;;;; 진심으로 X팔렸음. 아마 그 아저씨는 내가 까막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음.
여하튼 다시 꾸벅꾸벅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그 아저씨는 다시 길을 건너서 자기 갈 길로 나는 호텔로~
스펠링이 기억나지 않는데... 독일 발음으로 '얀'이라는 호텔. 중국인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호텔이다. 이 호텔 뿐 아니라 잘츠부르크에는 중국 상권의 힘이 강한지, 호텔이며 카페며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에 중국인 사장들이 많다. 그것도 요지에.
이 호텔은 잘츠부르크 기차역에서 느릿느릿 헤매고 걸어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빠른 걸음으로는 5분.
내가 하룻밤 묵을 방.
빨강머리 앤이 딱 생각나는 방이었다. '
비록 하루지만 이런 곳에서 잘 수 있다니... 마음에 들었음. ^^
앤의 방에는 도기 대야와 커다란 주전자가 있지만 이제는 21세기인 고로~
욕실이 딸린 방은 거의 배 가까이 비싸고, 조금 싼곳은 위치가 별로라서 결국 택시비가 더 나오지 싶어서 그냥 하룻밤인데 하고 여기로 결정.
잘츠부르크와 그 근방의 투어들이다.
입맛대로 다 골라서 갈 수 있음.
기운과 시간이 많고 말도 잘 통하고 지리에 빠삭한 여행자라면 이런 게 필요 없겠지만 기운도 없고 시간도 딱 1박 2일에다 독일어는 10마디 내외, 영어도 그닥 잘 한다고 할 수 없는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은혜로운 프로그램이다.
신청을 해놓으면 호텔로 데리러 온다.
난 기차역의 인포메이션에서 신청을 했는데 보니까 호텔에도 연결된 여행사들이 있어서 다른 회사의 프로그램을 신청해도 되는 분위기. 내가 이미 예약을 한 걸 알고 주인이 아쉬워하는 분위기를 보니 아마 호텔을 통해 예약하면 호텔에 뭔가 커미션이 떨어지는 분위기인듯.
호텔에 연결된 여행사와 내가 예약한 곳은 가격이나 투어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다.
특별히 고민하지 말고 아무거나 하면 될듯.
호텔로 태우러 오긴 하지만 출발은 투어 버스는 미라벨 정원에서 출발한다.
엄청 큰 대형 버스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도 이미 다 찬듯 난 한 열두어명 실은 밴에 올랐음.
나를 제외하고는 다 늙수그레한 부부들이었는데 시카고인지 필라델피아인지에서 왔다는 미국인 남편&중국인 와이프 커플이 기억남.
그 중국 아줌마... 수다친구를 물색하는 것 같더니 비교적 꿍짝이 맞는 여자를 하나 발견한 이후 진짜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더라.
덕분에 저 아줌마가 어디서 왔는지부터 시작해서 몇년만의 휴가고, 이전에는 어디에 들렀고, 또 어딜 갈 예정이고 등등 전혀 원치 않은 개인사를 다 들어야했음.
투어는 당연히 영어로.
독일어 억양이 정말 거의 하나도 없는 중년의 아저씨가 가이드였는데 모두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지 말이 진짜로 빨랐다. 거의 약장수 수준이라고 하면 대충 이해가 될듯. 그래도 이 폰 트랩 일가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대충 다 알아들을 수 있었음.
마리아와 일곱 아이들이 보트를 타다 풍덩 빠졌던 저택 앞 연못.
큰딸 리즈와 한살 많은 우편배달부 남친이 I'm sixteen~을 부르던 그 온실이다.
저 위에 있는 저택이나 연못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 ^^
17살 먹은 그 큰딸의 남친을 왠지 생각나게 하는 청소하는 청년.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얼굴을 드러내놓고 찍지는 않았는데 귀여운 금발의 훈남이었다.
잘츠부르크 영주의 성이던가?
영화에서는 수녀원으로 나왔다고 함.
잘츠부르크 관광 지도.
구역별로 관광지가 모여 있고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구경 다니기는 진짜로 좋다.
여정이 여유가 있으면 다음에는 슬슬 산책하면서 돌아다녀도 좋을듯.
하지만 초행에 엑기스를 보는 건 역시 현지 투어가 최고. ^^
이제는 마리아가 언덕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미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허겁지겁 달려가던 그 언덕으로~
잘츠부르크에서 대충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유명한 휴양지 잘츠캄머굿에 있다.
날씨도 좋아 드라이브 하기에 환상이었고 계절도 가을이라서 이렇게 돌아다니는 관광에 딱이었다.
공연도 많고 기후도 좋고 지나치게 붐비지도 않고. 유럽은 가을에 가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세계 명사들이나 부호들의 휴양지인 잘츠캄머굿.
클린턴 별장도 여기 있고 -믿거나 말거나라고 가이드 아저씨가 얘기했지만 ^^- 그리고 독일 총리였던 콜도 별장이 여기 있다고 한다.
나라도... 돈 많으면 두바이 같은 곳 말고 여기에 별장 사서 시시때때로 머물 것 같다.
경치도 경치지만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
폐가 깨끗해지는 기분.
잘츠부르크가 모짜르트로 먹고 살기는 하지만 좀 어지간히 팔어먹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모짜르트 하우스.
이 집에 왜 모짜르트 하우스냐면 아주 어릴 때 여기 놀러와서 며칠이던가 몇주 머물고 갔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 그래도 돈 내고 모짜르트가 잤던 방 보겠다고 꾸역꾸역 들어가는 관광객들이 있기는 하더라. ㅡ,.ㅡ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카페나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있는 나름 중심가.
저 산과 숲만으로도 황송할 판에 산골짜기에 이런 호수까지 있다.
정말 천혜의 휴양지라고 하겠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여유롭게 이쪽에 올 기회가 있으면 여기서 하루 이틀 자면서 푹 쉬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유람선도 타보고 싶었지만 여기서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40분 정도.
그래도 기념품 가게에 몰아넣지 않고 알아서 놀도록 해주는 것만 해도 어딘지...
호숫가 선착장에서 만난 포메라니언.
일본인 커플이 데려온 멍멍이인데 이름이 다이스케라고 했다. ㅋㅋ
혹시 닭군의 팬이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음.
여기에 뽀삐를 데려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눈물 한번 찔끔.
기념품 가게.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오나보다.
한글로 써놓은 설명을 보고 웃겨서 하나 찍었음.
다음날 소금광산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사진만 찍고 소금은 안 샀다.
영주의 별장이라던가 성이라던가?
그냥 지나가면서 뭐라뭐라 설명해주고 내리지는 않았다.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이 결혼식을 올린 성당.
잘츠캄머굿에서 15~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였나?
기억이 가물가물.
유럽에 가면 이렇게 오래된 유물을 복원하고 수리하는 광경을 늘 접하게 된다.
수년 간에 걸쳐서 계속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 확실치 않은 프로젝트라고, 조금씩 기부하고 가라고 하던데 기부함에 2유로 짜리 동전 하나 넣었던가? ^^;
저렇게 섬세하고 꼼꼼하게, 복원해 나가는 광경이 인상 깊었다.
숭례문 홀라당 태워먹은 거 자기 물러나기 전에 완성된 거 사진 찍어야 한다고 복원의 기초부터 다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그 누군가와 진심으로 비교되는...
문화재 관련 다큐를 몇편 해본 내 짬밥으로도 지금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다 아는데... --;
숭례문이 불에 탈 걸 예상하고 몇년 전에 바닷물에 소나무를 담궈놓지 않은 이상 지금 나무가 올라가면 절대 안 된다. 아마 완공되었답시고 사진 찍은 직후부터 여기저기 터지는 부실을 몰래몰래 공사하느라 밑에 X들이 죽어나겠지.
아주아주 사소한 것 하나도 복원 과정에서 문화재 위원들이 얼마나 까탈스럽게 고증을 따지고 참견을 하는데, 지금은 다들 꿀 먹은 벙어리들. 상식과 양심이 있는 문화재 관리 위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탈 것이고 타지 않는 사람은 위원의 자격이 없지.
사진을 올리면서 얘네들의 복원 과정을 보니까 다시 열 받는군. 정말 최단시간에 나라를 들어먹는 것도 모자라 그나마 힘들게 쌓아올린 시스템 마저도 홀라당 말아먹고 있는 족속들이다.
아마도 그 결혼식에 울려퍼졌던 그 파이프 오르간이 아닐까 혼자 상상놀이.
복원되어 초창기의 반짝거리는 모습을 찾은 조각상들.
가는 곳마다 다른 모양과 패션의 천사들이며 성인, 성녀들의 모습을 보는 건 유럽 성당 투어의 즐거움이다.
출출한 무렵에 티타임을 가지라고 데려다 준 카페.
유명한~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 같은데 다른 건 다 잊어버렸고 (카페 간판 사진이라도 찍어둘 것을... -_-; 정말 기억의 대부분은 사진으로 남는 것 같다) 사과 슈트루델이 엄청 맛있다고 꼭 먹어보라는 권유를 가이드 아저씨가 해줬다.
한국 투어의 경험상 별로 신뢰가 가지 않지만 그동안 투어가 괜찮기도 했고, 또 본토의 애플 슈트루델이란 게 도대체 뭔 맛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시켰는데 대박.
사과 과육이 살아 있으면서 절묘하게 단맛이 잘 배어 있고 빵도 파이도 아닌 것이, 페스트리도 아닌 것이 정말 환상이었다. 웨이터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였는데 지금도 저 맛이 가끔 생각난다.
투어가 끝나면 기차역과 출발지인 미라벨 역 두군데에서 관광객들을 내려주는데 지리 파악 겸 해서 일부러 미라벨까지 왔다.
투어 출발지 건너편에 있는 미라벨 정원.
다음날 올 예정이라 여기는 잠시 사진만 찍었음.
꽃도 괜히 한번 찍어주고. ^^
슬슬 걸어서 호텔로 돌아와 바로 근처에 있는 인도 식당에 갔다.
뭔가 자극성 있는 게 먹고 싶어서.
그런데 이 인도 아저씨는 커리를 추천해달라는 내 말에 슈니첼을 먹으라는 대답을...
갑자기 불안해져서 시키는대로. ^^
이른 시간이라 내가 첫 손님이었는데 아직 밖이 환~하구만 이렇게 초를 켜준다.
먼저 나온 스프.
뜨끈하니 별로 짜지도 않고 맛있었음.
여기에 빵 한조각만 곁들이면 한끼로 충분하겠더라.
슈니첼을 생각해서 적당히 먹고 자제.
딸려나온 감자는 빈보다 더 맛있었지만 슈니첼의 튀김 정도나 간은 빈의 판정승.
그래도 먹을만은 했으니까 불평하지는 않겠음.
본래 계획은 이렇게 저녁을 먹고 다시 미라벨 근처에 있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으로 하는 오페라 돈 조반니나 마술피를 볼 계획이었는지만 연일 강행군에 매일 밤 공연관람에 지친 몸이 그냥 돌아가서 일찌감치 잠이나 자자고 반항.
시키는대로 돌아가서 씻고 초저녁부터 정말 기절을 해버렸다. ^^
본래 부다페스트를 갈까, 여기를 갈까 고민하다가 부다페스트는 한달 넘게 있었던 곳이니 새로운 곳에 가보자고 결심하고 과감하게 동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달려갔다. ^^
엄청 삽질이 될 수도 있는 일정이었는데 아침에는 기차역에서, 오전에는 잘츠부르크에서 착한 사람들을 만나서 비교적 술술 풀렸던 여행. 이날 정말 남한테 친절하고 상냥한 착한 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가슴 깊이 했는데 별로 잘 지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음. ^^
역에 있는 베리커리에서 산 커다란 쿠키와 생수.
사진 찍는 건 잊었는데 샌드위치도 하나 사서 나중에 먹었다.
아침에 제일 먼저 한 일이 기차 예약이었다.
8유로던가? 꽤 부담 가는 비용의 예약비를 받는다. -_-;
그래도 마음 편한 여행을 좋아하는 고로 투자.
이 기차를 탈 때 삽질을 한 게 아침에 비슷한 시간대에 출발하는 잘츠부르크행 기차가 2대가 있었다.
헤매다가 올라간 기차는 내가 가진 좌석표에 해당하는 좌석이 없어서 차장을 찾는데 차장도 안 보이고 우왕좌왕을 했더니 웬 아줌마가 뭔 일이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표를 보여주고 좌석이 없다고 했더니 뭔가 이상하다고 하면서 어디선가 차장을 찾아오더니 내가 기차를 잘못 탔다는 걸 가르쳐 줌.
하마터면 엉뚱한 기차를 타고 멀리 비~이~잉 돌아서 잘츠부르크로 갈 뻔 했음. 아마 돈도 다시 냈어야겠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서둘려서 다른 기차에 올라탔더니 이번엔 제대로. ^^;
잘츠부르크 음악제 때문에 사람이 몰려오는 여름도 아니고, 스키 시즌인 겨울도 아니고 해서 호텔은 그냥 예약하지 않고 기차역의 인포메이션에 가서 소개를 받았다. 여기서 소개를 받으면 역시 수수료가 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가격대와 위치, 조건에 맞는 호텔을 입맛대로 골라 갈 수 있기 때문에 괜히 길에서 헤매거나 확실치 않은 정보로 갔다가 실망하는 것보다는 나은 듯.
굉장히 친절하게 잘 골라준다. 그리고 호텔 위치가 자세히 표시된 지도도 바로 뽑아서 주고.
호텔 예약하는 김에 오후에 여기서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도 예약을 했다.
그렇지만... 나처럼 방향 감각이 모자란 사람은 그렇게 자세한 지도를 줘도 헤맨다. -_-
지도를 들고 그 호텔이 분명히 위치해야하는 거리를 빙빙 몇바퀴를 도는데 어디 물어볼 사람도 하나 안 보이고... 이 와중에 길 건너편에서 지나가던 아저씨가 역시나 내가 참 불쌍하고 안 되어 보였는지 길까지 건너와서 도와줄까? 라고 물어본다.
지도 보여주면서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못 찾겠어요~ 흑흑흑 이랬더니 한번 슥 훑더니 우리가 서있는 곳에서 10발짝도 안 떨어진 곳에 있는 호텔 간판을 가리켜줌. ^^;;;;; 진심으로 X팔렸음. 아마 그 아저씨는 내가 까막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음.
여하튼 다시 꾸벅꾸벅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그 아저씨는 다시 길을 건너서 자기 갈 길로 나는 호텔로~
스펠링이 기억나지 않는데... 독일 발음으로 '얀'이라는 호텔. 중국인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호텔이다. 이 호텔 뿐 아니라 잘츠부르크에는 중국 상권의 힘이 강한지, 호텔이며 카페며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에 중국인 사장들이 많다. 그것도 요지에.
이 호텔은 잘츠부르크 기차역에서 느릿느릿 헤매고 걸어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빠른 걸음으로는 5분.
내가 하룻밤 묵을 방.
빨강머리 앤이 딱 생각나는 방이었다. '
비록 하루지만 이런 곳에서 잘 수 있다니... 마음에 들었음. ^^
앤의 방에는 도기 대야와 커다란 주전자가 있지만 이제는 21세기인 고로~
욕실이 딸린 방은 거의 배 가까이 비싸고, 조금 싼곳은 위치가 별로라서 결국 택시비가 더 나오지 싶어서 그냥 하룻밤인데 하고 여기로 결정.
잘츠부르크와 그 근방의 투어들이다.
입맛대로 다 골라서 갈 수 있음.
기운과 시간이 많고 말도 잘 통하고 지리에 빠삭한 여행자라면 이런 게 필요 없겠지만 기운도 없고 시간도 딱 1박 2일에다 독일어는 10마디 내외, 영어도 그닥 잘 한다고 할 수 없는 나 같은 여행자에게는 은혜로운 프로그램이다.
신청을 해놓으면 호텔로 데리러 온다.
난 기차역의 인포메이션에서 신청을 했는데 보니까 호텔에도 연결된 여행사들이 있어서 다른 회사의 프로그램을 신청해도 되는 분위기. 내가 이미 예약을 한 걸 알고 주인이 아쉬워하는 분위기를 보니 아마 호텔을 통해 예약하면 호텔에 뭔가 커미션이 떨어지는 분위기인듯.
호텔에 연결된 여행사와 내가 예약한 곳은 가격이나 투어 내용은 거의 차이가 없다.
특별히 고민하지 말고 아무거나 하면 될듯.
호텔로 태우러 오긴 하지만 출발은 투어 버스는 미라벨 정원에서 출발한다.
엄청 큰 대형 버스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도 이미 다 찬듯 난 한 열두어명 실은 밴에 올랐음.
나를 제외하고는 다 늙수그레한 부부들이었는데 시카고인지 필라델피아인지에서 왔다는 미국인 남편&중국인 와이프 커플이 기억남.
그 중국 아줌마... 수다친구를 물색하는 것 같더니 비교적 꿍짝이 맞는 여자를 하나 발견한 이후 진짜 잠시도 쉬지 않고 떠들더라.
덕분에 저 아줌마가 어디서 왔는지부터 시작해서 몇년만의 휴가고, 이전에는 어디에 들렀고, 또 어딜 갈 예정이고 등등 전혀 원치 않은 개인사를 다 들어야했음.
투어는 당연히 영어로.
독일어 억양이 정말 거의 하나도 없는 중년의 아저씨가 가이드였는데 모두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지 말이 진짜로 빨랐다. 거의 약장수 수준이라고 하면 대충 이해가 될듯. 그래도 이 폰 트랩 일가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놓치지 않고 대충 다 알아들을 수 있었음.
마리아와 일곱 아이들이 보트를 타다 풍덩 빠졌던 저택 앞 연못.
큰딸 리즈와 한살 많은 우편배달부 남친이 I'm sixteen~을 부르던 그 온실이다.
저 위에 있는 저택이나 연못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 ^^
17살 먹은 그 큰딸의 남친을 왠지 생각나게 하는 청소하는 청년.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얼굴을 드러내놓고 찍지는 않았는데 귀여운 금발의 훈남이었다.
잘츠부르크 영주의 성이던가?
영화에서는 수녀원으로 나왔다고 함.
잘츠부르크 관광 지도.
구역별로 관광지가 모여 있고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구경 다니기는 진짜로 좋다.
여정이 여유가 있으면 다음에는 슬슬 산책하면서 돌아다녀도 좋을듯.
하지만 초행에 엑기스를 보는 건 역시 현지 투어가 최고. ^^
이제는 마리아가 언덕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미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허겁지겁 달려가던 그 언덕으로~
잘츠부르크에서 대충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유명한 휴양지 잘츠캄머굿에 있다.
날씨도 좋아 드라이브 하기에 환상이었고 계절도 가을이라서 이렇게 돌아다니는 관광에 딱이었다.
공연도 많고 기후도 좋고 지나치게 붐비지도 않고. 유럽은 가을에 가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세계 명사들이나 부호들의 휴양지인 잘츠캄머굿.
클린턴 별장도 여기 있고 -믿거나 말거나라고 가이드 아저씨가 얘기했지만 ^^- 그리고 독일 총리였던 콜도 별장이 여기 있다고 한다.
나라도... 돈 많으면 두바이 같은 곳 말고 여기에 별장 사서 시시때때로 머물 것 같다.
경치도 경치지만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
폐가 깨끗해지는 기분.
잘츠부르크가 모짜르트로 먹고 살기는 하지만 좀 어지간히 팔어먹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모짜르트 하우스.
이 집에 왜 모짜르트 하우스냐면 아주 어릴 때 여기 놀러와서 며칠이던가 몇주 머물고 갔다고 한다.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 그래도 돈 내고 모짜르트가 잤던 방 보겠다고 꾸역꾸역 들어가는 관광객들이 있기는 하더라. ㅡ,.ㅡ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카페나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있는 나름 중심가.
저 산과 숲만으로도 황송할 판에 산골짜기에 이런 호수까지 있다.
정말 천혜의 휴양지라고 하겠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여유롭게 이쪽에 올 기회가 있으면 여기서 하루 이틀 자면서 푹 쉬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유람선도 타보고 싶었지만 여기서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40분 정도.
그래도 기념품 가게에 몰아넣지 않고 알아서 놀도록 해주는 것만 해도 어딘지...
호숫가 선착장에서 만난 포메라니언.
일본인 커플이 데려온 멍멍이인데 이름이 다이스케라고 했다. ㅋㅋ
혹시 닭군의 팬이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말았음.
여기에 뽀삐를 데려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눈물 한번 찔끔.
기념품 가게.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오나보다.
한글로 써놓은 설명을 보고 웃겨서 하나 찍었음.
다음날 소금광산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사진만 찍고 소금은 안 샀다.
영주의 별장이라던가 성이라던가?
그냥 지나가면서 뭐라뭐라 설명해주고 내리지는 않았다.
마리아와 폰 트랩 대령이 결혼식을 올린 성당.
잘츠캄머굿에서 15~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였나?
기억이 가물가물.
유럽에 가면 이렇게 오래된 유물을 복원하고 수리하는 광경을 늘 접하게 된다.
수년 간에 걸쳐서 계속되고 있고 언제 끝날지 확실치 않은 프로젝트라고, 조금씩 기부하고 가라고 하던데 기부함에 2유로 짜리 동전 하나 넣었던가? ^^;
저렇게 섬세하고 꼼꼼하게, 복원해 나가는 광경이 인상 깊었다.
숭례문 홀라당 태워먹은 거 자기 물러나기 전에 완성된 거 사진 찍어야 한다고 복원의 기초부터 다 무시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그 누군가와 진심으로 비교되는...
문화재 관련 다큐를 몇편 해본 내 짬밥으로도 지금 그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다 아는데... --;
숭례문이 불에 탈 걸 예상하고 몇년 전에 바닷물에 소나무를 담궈놓지 않은 이상 지금 나무가 올라가면 절대 안 된다. 아마 완공되었답시고 사진 찍은 직후부터 여기저기 터지는 부실을 몰래몰래 공사하느라 밑에 X들이 죽어나겠지.
아주아주 사소한 것 하나도 복원 과정에서 문화재 위원들이 얼마나 까탈스럽게 고증을 따지고 참견을 하는데, 지금은 다들 꿀 먹은 벙어리들. 상식과 양심이 있는 문화재 관리 위원들의 속은 시커멓게 탈 것이고 타지 않는 사람은 위원의 자격이 없지.
사진을 올리면서 얘네들의 복원 과정을 보니까 다시 열 받는군. 정말 최단시간에 나라를 들어먹는 것도 모자라 그나마 힘들게 쌓아올린 시스템 마저도 홀라당 말아먹고 있는 족속들이다.
아마도 그 결혼식에 울려퍼졌던 그 파이프 오르간이 아닐까 혼자 상상놀이.
복원되어 초창기의 반짝거리는 모습을 찾은 조각상들.
가는 곳마다 다른 모양과 패션의 천사들이며 성인, 성녀들의 모습을 보는 건 유럽 성당 투어의 즐거움이다.
출출한 무렵에 티타임을 가지라고 데려다 준 카페.
유명한~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 같은데 다른 건 다 잊어버렸고 (카페 간판 사진이라도 찍어둘 것을... -_-; 정말 기억의 대부분은 사진으로 남는 것 같다) 사과 슈트루델이 엄청 맛있다고 꼭 먹어보라는 권유를 가이드 아저씨가 해줬다.
한국 투어의 경험상 별로 신뢰가 가지 않지만 그동안 투어가 괜찮기도 했고, 또 본토의 애플 슈트루델이란 게 도대체 뭔 맛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시켰는데 대박.
사과 과육이 살아 있으면서 절묘하게 단맛이 잘 배어 있고 빵도 파이도 아닌 것이, 페스트리도 아닌 것이 정말 환상이었다. 웨이터 아저씨가 시키는대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였는데 지금도 저 맛이 가끔 생각난다.
투어가 끝나면 기차역과 출발지인 미라벨 역 두군데에서 관광객들을 내려주는데 지리 파악 겸 해서 일부러 미라벨까지 왔다.
투어 출발지 건너편에 있는 미라벨 정원.
다음날 올 예정이라 여기는 잠시 사진만 찍었음.
꽃도 괜히 한번 찍어주고. ^^
슬슬 걸어서 호텔로 돌아와 바로 근처에 있는 인도 식당에 갔다.
뭔가 자극성 있는 게 먹고 싶어서.
그런데 이 인도 아저씨는 커리를 추천해달라는 내 말에 슈니첼을 먹으라는 대답을...
갑자기 불안해져서 시키는대로. ^^
이른 시간이라 내가 첫 손님이었는데 아직 밖이 환~하구만 이렇게 초를 켜준다.
먼저 나온 스프.
뜨끈하니 별로 짜지도 않고 맛있었음.
여기에 빵 한조각만 곁들이면 한끼로 충분하겠더라.
슈니첼을 생각해서 적당히 먹고 자제.
딸려나온 감자는 빈보다 더 맛있었지만 슈니첼의 튀김 정도나 간은 빈의 판정승.
그래도 먹을만은 했으니까 불평하지는 않겠음.
본래 계획은 이렇게 저녁을 먹고 다시 미라벨 근처에 있는 마리오네트 인형극으로 하는 오페라 돈 조반니나 마술피를 볼 계획이었는지만 연일 강행군에 매일 밤 공연관람에 지친 몸이 그냥 돌아가서 일찌감치 잠이나 자자고 반항.
시키는대로 돌아가서 씻고 초저녁부터 정말 기절을 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