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모 | 살림 | 2010.3.25
ㅅ님께 빌린(? 놓고 간 ^^) 책인데 오늘 병원 가면서 갖고 나갔음. 본래대로라면 물리치료 받는 동안 읽고도 남을 양인데 어제 다시 도진 여파로 오늘은 추가로 전기 침치료(역시 보험 안 됨. ㅠ.ㅠ) 까지 받는 통에 책이 좀 모자랐다. 이동시간에 띄엄띄엄 봐서 몰랐는데 내가 살림 문고 한권 읽는 속도는 대충 45분 정도인 듯. 55분 동안 받는 치료에는 책이 모자란다.
각설하고, 책 내용은 간단하다. 에베레스트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한 인간들이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에 대한 연대기로 요약. ^^;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고 영국의 힐라리와 텐징이 최초로 등정했고 우리나라에서는 故고상돈씨가 77년에 등정했다는 걸 제외하고 아는 게 없었는데 새로운 사실들을 쏠쏠히 많이 알게 되었다.
에베레스트란 이름이 영국 지리학회 회장의 이름을 딴 거고 지금 옛 이름으로 돌리기 위해서 중국은 '초모룽마'라는 본래 이름으로만 등반 허가를 내주고 있다는데 이건 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함. 솔직히 세계 곳곳에 이미 그 현지인들은 다 알고 있던 걸 자기들 눈에 처음 띄었다는 이유로 되도 않은 서양 사람들 이름이 줄줄이 붙은 지명을 보면서 그닥 기분이 즐겁지는 않았는데 옳은 방향인 것 같다. 물론 이건 이제 큰소리를 칠만한 힘을 가진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겠지. 역시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소리인가?
여하튼 초창기 에베레스트 등정이 티베트 쪽으로 계속 시도가 되고 있었고 네팔을 통한 등정은 나중에 티베트가 중국에 복속된 이후였다는 역사적인 사실도 재미있었고, 에베레스트 등정이 유럽 국가들의 치열한 경쟁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승자가 누군지 알기에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또 괜히 흥미로웠다. 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 지금 여러 국가들의 남극 기지 경쟁과 비슷한 맥락이겠지. 국력 과시와 주도권 선점 같은.
마지막 챕터에 '기록으로 보는 에베레스트 이야기'라는 소제목으로 에베레스트에 관한 소위 '최초'의 기록들이 시간순으로 나열되어 있는데 한눈에 들어오는 정리로는 깔끔한 것 같다.
주로 등정사 위주의 책이었는데 누군가 에베레스트가 아니라 초모룽마라는 제목으로 등반사 이전의, 그 주변 국가들과 이 산에 얽힌 역사며 소소한 얘기들을 찾아서 정리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산소 등반을 성공한 걸 보면 기록에 남아있지 않았을 뿐이지 훨씬 이전에 그 지역 사람 누군가가 등반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