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깜박 잊고 놓쳤다가 차가운 우롱차를 마시면서 오늘 인터넷으로 봤다.
객관적으로 볼 때 유시민의 우세승.
김지사가 스팀 돌면 부르르 폭발하는 지X병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는데 초초초안티인 내가 보기에도 잘 참고 선방을 하긴 했음. 그 앙칼진 성깔에서 풍기는 기세가 나름 장난이 아닌 사람인데 단 한번도 부르르가 나오지 않아서 솔직히 좀 놀랐다. 그런데 성질을 누르느라 심력을 너무 소모해서 그런지 좀 기운 없는 모습.
그나저나 토른 말미에 마지막 마무리 멘트 써 준 보좌관은 -반대자인 내 입장에선 고맙다만- 바꾸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무슨 도정 홍보 비디오도 아니고. 앞에서 뜬구름을 잡았으면 마지막은 과녘을 좁혀서 뭔가 가슴에 와 닿을 실제적인 팩트를 날려줘야지, 어떻게 둥둥 떠다니는 에필로그 카피 문구가 나오냐. 그것도 너무나 진부한... -_-;
유시민은... 역시 희대의 말빨이라는 개인적인 평가를 재확인. 유들유들하면서 논리적이고, 착착 받아치는 공력이 장난이 아니다. 사실 작심하고 공격을 했으면 김지사의 폭발도 유도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김문수 안티와 유시민 빠들에겐 통쾌감을 줄지 몰라도 중도 관망파의 거부감을 살 확률이 높으니 이 전략이 맞는 것 같긴 하다.
김지사가 좀 뜬구름 잡는 소리를 계속 하긴 했지만 사실 중반까지는 별다른 결정타없이 유시민이 아주 조금 우세한 느낌의 토론이었더. 그런데 대중교통 이용을 하는 서민 중심의 소프트웨어적인 개편안에서부터 살짝 앞서먼서 막판에 경기 북부 문제에 가서는 김문수 지사가 기세와 논리를 많이 잃었다. 경기 북부 거주 시청자 중, 죽어도 한나라!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꽤 많은 표가 그 시간대에 유시민으로 넘어왔을 듯.
더불어 살살 쓰다듬어 줄 대상과 박박 긁거나 할퀼 대상을 명확하게 정한 타겟 마케팅은 정말 발군임. 이명박(=김문수)도 싫고 유시민도 싫어 고민하고 있을 박근혜 지지자 중에 이 토론을 본 사람들 상당수가 "저 XX보다는 그래도 이 XX가 덜 보기 싫다." 고 마음을 굳혔을 듯. 그리고 아직도 앙금 많을 민주당 지지자들도 아주 쬐끔은 "그래, 저 XX보다는 그래도 유시민이..." 를 하진 않았을까.
만에 하나 -그럴 확률은 낮아 보이지만- 김문수가 2차 토론에 응한다면 내가 그의 이름과 나란히 붙여 놓은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 중에 '쫌팽이 쪼다 XX'라는 단어는 빼주겠다.
토론을 보고 싶으면 -> http://v.daum.net/link/7039062
좀 길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다. 그 홍모시기 아저씨나 나경원, 전여옥처럼 논점 흐리면서 말도 안 되는 우기기나 궤변도 안 늘어놓고. 김문수는 여전히 싫지만 토론에 대한 매너만큼은 인정하겠다. 간만에 토론다운 토론을 봤음. 역시 서노련 출신들이 똑똑하긴 한가 보다.
이 토론을 보면서 오세훈과 안상수는 절대 토론에 나가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확고하게 굳혔으리란 것에 만원 걸겠음. 노희찬과 오세훈을 한 자리에 모아 놔야 하는데... 하긴 그 쫌팽이 쪼다가 자기가 발릴 자리에 나올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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