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만화책을 멀리했더니 식객이 엄청나게 밀렸다. 대충 8권부터 안 본 것 같아 몽땅 다 빌려와서 읽었음. 이건 언젠가 다 구입 예정. ^^
먹는 내용을 그린 만화를 좋아하지만 내가 이 식객을 특히나 좋아하는 건 재료에 대한 애정이랄까... 그런게 느껴져서다. 예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쓴 것 같은데 일본의 식도락 만화는 궁극의 맛이란게 있나? 을 찾는데 몰입해서 음식 재료가 되는 생명에 대한 존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최상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겐 내가 무식하고 수준낮게 보일지 몰라도, 다른 생명을 죽여서 먹을 때는 희생되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 살아있는 동안엔 좋은 환경에서 죽을 때도 최소한의 고통을 주는 게 육식을 하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일본의 식도락 만화에선 때때로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혐오스러워지는 부분들이 있다.
이 식객도 참새 등등 흔치 않은 음식들이 나온다. 하지만 최소한의 선을 지키면서 맛을 찾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강점이고 또 어찌 보면 못 먹고 살던 나라 한국의 특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만화 때문에 잊고 있던 전통의 맛을 찾아보고 그 맛을 경험해보려는 사람도 많이 생기지 싶고. 일단 나만 해도 설렁탕이란 걸 마지막으로 먹은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식객을 보면서 설렁탕이 먹고 싶다는 충동을 가졌고, 아예 꿈도 꾸지 않던 홍어 삭인 것도 먹고 싶다는 생각을 마구마구 하고 있다. 선물받아서 고스란히 버렸던 갓김치마저도 한번 먹어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까지. ^^
많은 연구를 하고, 음식과 함께 사람이 주인공인 만화. 아이디어가 다 고갈되어 은퇴해도 아무도 뭐라지 않을 연세에 또 이런 멋진 만화를 그려주는 허영만 화백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몇년 전 그렸던 짜장면이 바로 이 식객의 예고편이었을까?
어린이 잡지에 연재되던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보며 성장했던 세대로서, 고우영 화백도 떠나셨는데 이분이 남아있다는 게 또 감회가 새롭군. 삐쩍 마른 남자애가 발레랑 권투를 같이 하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만화에서부터, 늘 비극으로 찝찝하게 끝나던 80년대 만화들. 전씨가 물러나면서 나왔던 전씨 부부를 야구 감독으로 묘사했던 대머리 감독님이나 한강 등등의 만화. 그리고 식객까지. 나도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다 쫓아다니면서 봤구나.
어쨌거나 식객은 완결되면 소장 예정~
책/만화
식객
허영만 | 김영사 | 20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