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브로슈 | 조르주 샤르파크 | 궁리 | 2010.7.12
이번 월드컵 최고의 스타인 그 문어(요리를 잘 하는 어느 불로거는 낙지라고 하더라) 파울이 떠올라서 더 재미있게 본 책이다. 나를 포함해서 요맘 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딱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해야겠다.
책의 귀절을 옮기는 일은 귀찮아서 잘 하지 않지만 이 책은 첫번째 장의 첫머리에 마지막까지 끌어나가는 이 저자의 불타는 사명감과 전체 내용을 요약해주는 내용이 있어 일단 그걸 받아 적으면서 이 감상문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마법사들을 무시한다고? 당치 않은 소리!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의 신이 점지한 이 놀라운 세계에서 매혹과 경기, 공포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마법에 걸려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갖가지 신앙, 종교, 철학, 그리고 과학을 통해 이 마법을 풀어나가고 그것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250여쪽의 그다지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이 책에서 조르주 샤르파크와 앙리 브로슈는 이렇게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거대한 마법과 신비, 갖가지 예지능력이나 초능력, 점성술이나 점술, 수수께끼 같은 현상 등등. 비유하자면 내 달나라에 있는 귀여운 토끼들을 아주 냉혹할 정도로 거침없이, 모조리 쫓아내고 있다.
나는 의심이 많기는 하지만 상대와 싸우기를 귀찮아하기 때문에 내 일상에 큰 지장이 가지 않는 것은 대체로 믿어주고 수긍을 해준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기 때문에 세상에 설명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편리한 설명으로 도피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데 이 저자들은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포기한 부분에 대해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증명을 해주고 있다.
팍팍한 세상에서 도락거리가 되고 뭔가 희망을 주는 믿고 싶은 것과 별도로 가능한 객관적인 정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 나. 약간은 신비주의자고 비논리적인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신비와 사실을 바꾸고 싶진 않다.) 유용한 책이라고 평가를 하고 싶다.
하지만 신비의 사기꾼들을 물리치기 위해 칼을 뽑아들고 나선 이 저자들이 커품을 물고 분개한 경험담을 보면 믿고 싶은대로 믿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모양이다. 이 책임을 그들은 이미 진상이 밝혀진 사실을 신비인 양 포장해서 대중들을 호도하는 언론에도 상당 부분 돌리고 있는데 그 성토 내용을 읽으면서 뜨끔하는 동시에, 지성과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별볼일 없구나~ 우리나라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속으로나 미스테리 극장만을 욕할 수는 없는 거였군~ 이라는 웃음도 슬그머니 떠올랐다.
언론에 의해 유포된 신비술이 기업화가 되면서 순진한 사람들을 홀려 패가망신을 시키는 것은... 문화권과 상관없이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달갑잖은 깨달음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프랑스처럼 점성술사가 바로 점성술로 박사학위를 받는 (<- 이건 내게도 충격이었음. 프랑스 박사가 얼마나 꼬장꼬장하고 힘든데... 그런 걸로 박사라니!!! 그 엘리자베스 어쩌고하는 여인네에게 최면술의 능력이 있지 않았나 싶다는.) 일은 없었지만 창조론을 생물학에 포함시켜 가르치려는 시도가 끈질기게, 그것도 멀쩡한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시도되는 걸 보면 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닐 것이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더 막연한 것에 매달리게 된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독서였다. 하지만 저자 말마따나 나를 매혹시키는 신비를 굳이 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파울의 승리팀 예언이 로또 4등의 확률과 같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그 우연은 이뤄졌고 덕분에 우리는 아주 즐거웠으니까. 그리고 60억이라는 인구 비율로 따져서 통계를 내보면 수천만명의 사람들도 겪은 흔한 우연의 일치라지만 나 자신에게는 또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일들도 굳이 전혀 의미없는 일로 평가절하하고 싶지 않다. 교활한 자들에게 농락당하지 말라는 충고와 오직 바보들만이 절대로 자기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 책의 내용 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서도 유용하고 고마운 충고가 될 것 같다.
저자가 부록 형식으로 통계와 확률에 대한 재미있어 보이는 내용을 정리해 놨지만 '수학 방정식만 보면 귀신 만난 듯 오금이 저린다면 결론만 읽고 이 부록은 건너 뛰라는' 충고에 따라 나는 건너 뛰었음. 내게 조금만 더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기본 소양이 있었다면 중간중간 등장하는 예제나 테스트들을 직접 풀어보면서 좀 더 재미있고 알찬 독서가 됐을 것 같지만... 이건 능력 밖. 내게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그거야말로 우주인에게 잡혀 가서 무슨 광선을 맞고 돌아온 그런 류의 기적에 속할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