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곤 | 가야넷 | 2010.7.27-31
내일 또 마감과 회의가 입을 딱 벌리고 기다리고 있지만 (전혀 불필요한 삽질이라 더 짜증. -_-a) 오늘은 쉬어주자는 의미에서 밀린 책 포스팅이나 하려고 앉았다.
향기나 향로 관련에 꽂혀서 몇권 책을 질렀었는데 그중 한권이다. 내가 사고 나서 품절이 떠서 나름 뿌듯했던... ^^;
구입 과정은 뿌듯했고 목차 등등에서는 상당히 기대감을 품고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은 그렇게 기대만큼 풍부하지가 않다. 특히 우리 역사와 전통 속의 향기에 대한 내용은 쌀밥에 콩이 아니라 쌀밥에 돌 수준. 이건 저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향기에 대한 기록이 너무 남아 있지 않은 역사적인 배경 탓이니 크게 불평할 수는 없을듯.
대신 농민신문 기자였고 또 한국허브협회에서 한자리 하고 계신 저자의 약력을 보건대 당연하겠지만 현재 한국의 허브 문화랄까, 서구에서 유입된 허브들과 우리의 토종 향료 식물들에 대한 소개와 쓰임새에 대해서는 꽤 자세하다. 나온지 10년이 넘은 책이다보니 낡거나 이제는 사실과 다른 정보들도 간간히 있지만 전반적으로 참고할 내용들이 제법 있다.
한불에서 향수 사업에 그렇게 연구를 많이 하고 노력을 했는지는 몰랐다. 국내 회사에서 출시한 향수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리리코스 정도 뿐이라... 향수 시장은 진짜 보수적이고 선입견이라는 걸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한국을 지역별로 구분해서 각 지역의 특산 식물과 연관된 허브, 또 당시 막 뿌리를 내리고 있던 허브 농원이며 허브 식당에 대한 소개들도 해주고 있는데... 지금 명성을 떨치면서 남아 있는 곳과 사라진 곳들의 이름을 보면서 그 사업의 부침을 느끼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듯.
우리 향기문화나 산업 소개만으로는 책 한권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었는지 허브를 활용한 요리, 비누, 아로마테라피, 정원 만들기 등 실용서에 적합한 내용들도 한 장을 활용해서 소개하고 있고 후반부는 프랑스, 영국, 일본의 허브 산업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그라스에 가보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겼음. 그 유명한 허브 밭들을 보는 것과 프나고라르 향기 박물관, 향수 공장들 견학만으로도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유럽에 갈 때는 꼭 들러봐야겠다. 그리고 톰 포드가 '엔비'를 조향했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인지 다시 좀 알아봐야겠음. 사실이라면 톰 포드는 진짜 초천재 인증. 디자이너가 조향까지? 대단하군...
책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인데, 톰 포드가 구찌를 떠난 뒤 구찌에서는 사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 괜히 디자이너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구찌를 보면서 실감하고 있음. 그나저나 알렉산더 맥퀸 브랜드는 이제 어떻게 되나? 왜 갑자기 자살을 해가지고...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