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자리가 없어서 그동안 박스에 넣어놨던 자사호를 둘 자리를 어찌어찌 간신히 만들어서 -그릇장의 인구밀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음. --;- 꺼낸 기념으로 바로 다음날 양호를 한 김에 이왕이면 새 차를 마셔주자고 예전에 동생이 사다준 철관음을 꺼냈다.
중국답지 않은 럭셔리한 포장~
뚜껑을 열면 이렇게 또 예쁜 덮개가 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포장.
근데 이 시점에서 마데 인 차이나의 한계가 드러남.
저 스티커 안쪽에 종이나 다른 비닐을 대놓지 않아서 스티커에 찻잎이 묻어나온다. -_-+++
평범한 철관음의 모양새.
양호해놓은 자사호와 철관음.
일차일호의 원칙에 따라 이 친구는 철관음류만 우려주기로 결정을 내렸다.
중국 비천녀의 옷자락이나 구름을 연상시키는 모양.
꽤 유명한 자사호 전문 작가의 작품이라는데 손잡이를 달아놓는 등 현대적이면서도 중국풍의 맛을 잃지 않고 적절하게 조화시킨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든다.
어설픈 모던화 내지 전통 추구는 갓 쓰고 양복 입은 것 같은 경우가 많은데 이건 정말 제대로 느낌을 살리면서 편하게 만든 듯.
보기만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사용하기에도 딱 좋다.
주전자의 물끊김도 정확하고 찻잔이 입술에 닿는 느낌이 착 달라붙는다.
그리고 속과 겉을 이중으로 해서 찻물이 잘 식지않고 그 가운데는 비워놓아서 아주 가볍다.
전통도 좋지만 이런 현대화는 정말 환영함~
앞으로 열심히 양호해서 뜨거운 물만 부어도 철관음의 향기를 폴폴 풍기도록 길들여줘야지~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차는 평범하지만 질은 괜찮은 철관음.
고급 안계 철관음 특유의 강렬하면서 달착지근하니 입에 착 달라붙는 맛과 향은 없지만 은은한 게 철관음을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런 순한 느낌이 더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음.
좋지 않은 차는 금방 써지는데 얘는 여러번 우려도 농도나 질감이 거의 변화가 없다.
물 한주전자를 다 쏟아부은 마지막 즈음에서야 연해지고 씁쓸한 맛이 우러나서 그만 마시고 자사호에 열심히 부어줬음.
편안하고 부담없이 즐기기에 딱 좋은 친구~
뭔가 심혈을 기울이고 싶은 경우에는 동방미인을 마셔주면 좋을 것 같다.
티푸드는 고구마. ㅎㅎ;
본래 떡이나 한과를 사다 먹을 예정이었는데 날도 꾸물하니 귀찮아서 고구마를 구웠다.
폼이 좀 떨어져서 그렇지 녹차나 중국차와 고구마의 궁합은 나쁘지 않음~
건강에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