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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요나의 날

by choco 2010. 12. 2.

빨간머리 앤을 다시 정독하면서 알게 된 관용구이다.

하는 것마다 꼬이고 이상하게 뒤틀리는 날.  우리 식으로 하자면 일진이 멈청 안 좋은 날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하늘 때문에 조금은 황당한 날이었다.

두 마리 때문에 평소보다 준비가 늦어져서 급하게 회의를 나가는데 멀쩡하던 하늘에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시간도 촉박하고 해서 급히 택시를 탔는데 조금 가니까 비가 그친다. ㅜ.ㅜ   그리고 회의 내내 날씨는 멀쩡하다 못해 화창으로 달려가는 가운데 귀가길은 전철을 이용.  그런데... 전철역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비.  -_-a

어릴 때 봤던 만화에 비를 내리는 도깨비가 쫓아다니면서 구름 위에서 비를 뿌리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내 위에 그런 비도깨비가 오늘 하나 붙었나 싶은 그런 날이었다.

비와 상관없이 우울한 건 잘 낫지 않는 발목 때문에.  본래 인대 다치면 오래 간다고는 하지만, 어그에 맞춘 옷만 골라 입으려니 거리에서 샤랄라~ 뽀샤시~한 다른 여인네들의 패션을 보면서 내 우중충함이 살짝 짜증.  회의 때나 외출 때 한번씩 드레스업으로 기분을 바꿔줘야 하는데 코트들이 다 하이힐에 맞춘 길이다보니 어그를 신는 요즘은 패딩 말고는 입을 게 없다. ㅜ.ㅜ  가을 코트들도 제대로 바람도 못 쐬어줬는데 이러다가 겨울 코트들도 똑같은 꼴이 날 것 같음. 

가장 우울한 건 내일 아침 9시 일정.  연출자만 들어가서 보고하면 되지 굳이 작가까지 새벽부터 들어오게 해서 병풍을 꼭 세워놔야 하는 건가.  세금을 월급으로 받아먹는 인간들은 정말 99% 비효율적이다. 

일진이 그닥 좋은 날은 아닌 듯 하니 오늘은 고요히 집에서 칩거 해야겠다.  동네 목욕탕이 있던 자리에 카모메라는 주먹밥 전문점과 골동면이던가? 국수 전문점이 생겼던데 조만간 검사를 한번 해주러 가봐야겠다. 

그래도 마감 폭풍의 절반 정도는 해치운 것 같아 조금은 푸근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