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나 몸살이 살살 오는 것 같아서 낮잠을 내리 잤는데도 머리가 살짝 묵지근. 요 며칠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온통 삽질의 날이라 취미 생활 할 기력도 없다.
오늘은 일단 차 마셨던 기록이나 몇개 좀 털어내고 일찍 자던가 기운이 나면 취미 생활을 조금 해보던가... 일단 마시던 차들을 좀 털자는 의미에서 꾸준히 마셔줬더니 한동안 신차(NEW TEA ^^)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뉴욕과 춘천에서 지속적으로 투하를 해주고, 또 그동안 노력이 결실을 거둬 새 차를 뜯을 여력이 생겨서 다시 하드에 차 사진이 쌓이고 있다.
먼저 Mariage Freres의 NOWALIGHUE 150 ASSAM.
그동안 숱하게 차를 사왔으면서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전문 티샵에는 패킹된 차보다 이렇게 덜어주는 게 더 비싸다. 바가지를 씌운다는 의미가 아니라 패킹해놓은 건 일반적인 퀄리티의 찻잎이고 덜어서 파는 건 고퀄리티인 것 같다.
뭐라뭐라 하면서 뭐도 있고 뭐도 있고 하면서 물어보는데 그냥 대충 그걸로 줘~ 하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아마 비싼 걸 찜했던 모양. 전날 동행자인 ㅎ양에게 부탁해 구입한 동량의 다질링보다 장장 3배의 몸값을 지불하고 데려온 마리아쥬의 아쌈. 어떻게 아삼이 다즐링보다 비쌀 수가 있냐고!!!!
(나중에 시음기를 쓰겠지만 기문도 다즐링보다 비쌌음. ;ㅁ;)
이렇게 속으로만 소심하게 외치고, 한국으로 고이 가져와 알미늄 봉투에 밀봉해 놨다가 헤로즈 아삼을 다 마신 다음에 뜯었다.
골든 팁스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는 자태.
찻잎을 보니 바가지를 쓴 것 같다는 억울함은 많이 사라졌다. ^^;
차의 수색은 찍지 않았는데, 얘가 아삼 맞아? 싶을 정도로 아주 부드럽다.
아삼 하면 성깔 있고 날카로운 액센트와 향을 기대하게 되는데 그런 쪽으로는 거리가 먼 좀 특이한 아삼.
그렇지만 실론처럼 아로마나 볼륨이 풍만하지는 않고... 케냐처럼 강하고 구수한 것도 아니고... 기존에 비교할 만한 맛이 없어서 설명하기가 좀 그런... 약간은 복잡다단한 아삼.
아삼의 마지막 잔은 반드시 우유를 부어 밀크티로 즐겨야 한다는 사람에게는 비추.
당분간 평가 보류.
얘는 몇 번 더 마셔보면서 느낌과 인상을 추가해야할 것 같다.
모님에게서 하사 받은 SILVER POT ALMOND CREAM CHAI.
향이 달아나지 말라고 이렇게 알미늄으로 단단히 밀봉해 보내는 엄청난 정성을 과시하셨음.
나도 한창 때는 저렇게 부지런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차를 얻어가고 싶은 분은 밀봉봉투를 자체 조달해 오시길~ -ㅅ-
벌써 자리를 잡고 "빨리 티푸드를 대령하여라!" 하고 있는 뽀삐양.
차 준비를 할 때 찻잔 세팅 다음으로 해야할 순서가 얘를 저 자리에 올려주는 일이다. -_-a
각설하고, 실버 팟의 홍차는 아마 처음 마셔보는 것 같은데... 아몬드 차이는 좋은 시작인 듯.
봉투를 뜯었을 때 아주 달큰한 향이 코를 찌른다.
하지만 우렸을 때는 향은 거의 달아나고 은은하게 아로마만 남아 있음.
차이라고 해서 일부러 추운 날 뜯어봤는데 차이보다는 아몬드의 향이 더 강한 듯.
이름을 몰랐다면 그냥 아몬드 향 홍차인 걸로 생각했을 것 같다.
부드럽고 달달하니, 기분이 좋아지는 딱 애프터눈 홍차.
아쉽다면 금방 써지는 편이다.
우리면 빨리 후르륵 마시는 게 좋을 듯~
차이의 강렬한 스파이시 향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샌드위치에 넣은 양상추를 열심히 드시는 뽀삐양. ㅋㅋ;
풀을 참 사랑하는 개임.
위타드의 1776 블렌드를 다 마시고 뜯은 WHITTARD ORIGINAL LEAF TEA.
천천히 마시다 진해진 마지막 잔에 우유를 넣어 밀크티를 해서 마시고 싶어 이날 개봉.
병은 커피빈의 허브차 병인데 다 마신 뒤에 홍차병으로 애용해주고 있음~
보통 브랙퍼스트 블렌딩에 빠지지 않는 케냐와 아삼이 들어 있고, 당연히 스트롱.
잘 모르는 차를 살 때 나름대로 실패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자기 회사 이름을 앞세운 블랜딩을 고르자!다.
자기 회사 이름을 내세우려면 최소한 평균 이상의 퀄리티는 나오고 또 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리라는 기대인데, 대체로 그렇게 하면 실패가 없다.
하지만 이 차는... 엄밀히 말하자면 실패라고 할 것 까진 아니지만 이전에 마셨던 위타드 블렌드나 또 테일러스 오브 헤로게이트나 포트넘 앤 메이슨 같은 다른 홍차 블랜드에서 자기 이름을 내세운 차들이 비해 좀 빈약하다.
내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만 일단 바디에서 풍부한 볼륨감이 약하고 그냥 곧이 곧대로의 맛.
무난하게 마시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고 또 나쁘진 않지만 기대에 비해서는 실망이 좀 크다.
실론과 케냐의 퀄리티가 좀 별로였던가 아니면 그 비율 배합이 내 취향과는 좀 달라서 그러지 싶다.
티푸드는 친구 ㅅ양이 갖고 온 크리스피 크림 도넛.
크리스피 크림 1+1 쿠폰도 그냥 썩혀 버릴 정도로 한동안 도넛이 전혀 땡기지 않았는데 얘를 먹으니 다시 도넛이 슬슬 땡기기 시작한다. 근처 지날 일 있으면 오리지널이랑 이 월넛 초코만 좀 사와야겠음.
도넛에 올려진 호두를 먹느라 초 집중 중인 뽀삐양.
살은 언제 뺄래... ㅜ.ㅜ
NUMI PUERH TEA CHOCOLATE PUERH VELVETY & VANILLIA
모님이 보내준 티백 중 하나.
앞면을 보면 홍차 블렌딩인데 뒷면을 보면 아닌 것도 같고... 헷갈리지만 안전하게 낮에 마시기로 했다.
초코, 바닐라, 오렌지, 시나몬, 너트맥 등의 각종 스파이스한 향신료들이 들어간 블렌딩.
하지만 초코와 바닐라 향이 워낙 강해서 다른 종류는 그냥 슬그머니 인사만 하려다가 마는 정도이다.
시나몬 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충분히 시도해도 될 듯.
그동안 꾸준히 수제 쿠키들을 얻어 먹다보니 시판 쿠키들은 왠지 허전하고 밍밍해져서 구운 쇼콜라 아망디오와 초코칩 오트밀 너츠. 미시즈 어쩌고 하는 미국 아줌마의 초콜렛 쿡북의 레시피이다. 제시된 설탕양을 반으로 줄이면 한국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는 책인데, 설탕 조절에만 성공하면 아주 맛있어서 좋아함. ^ㅠ^
괜히 기분을 내고 싶어 오랜만에 등장한 웨지우드던가 로얄 알버트던가의 트리오 세트.
수색을 보면 차는 블랙티가 아니라 루이보스 베이스가 맞는 것 같다.
차의 이름이나 봉투에서 명명한대로 바닐라과 초코 향이 아주 충실하게 물씬물씬 풍겨난다.
그러다보니 맛도 살짝 달달하게 느껴지고.
이 찻잔에 뜨거운 물을 보충해서 2-3번을 우려마셨는데도 끝까지 진했던 걸 보면... 얘는 작은 포트에 투하해서 우려도 괜찮을 것 같다.
한번 우려 마시기에는 좀 아까운 분량인듯.
이번이 두번째 차지만 저번에 마셨던 페퍼민트도 그렇고 이 회사의 차들은 블렌딩이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 것 같다.
티푸드를 노리는 뽀삐양의 매의 눈과 예쁜 표정 공격.
그러나... 초콜릿은 개가 먹으면 안 되느니,.... 다음엔 너도 먹을 수 있는 걸 꼭 식탁에 올려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계속 무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