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12월 둘째 주가 지나면 나 나름의 시무식을 하고 최소한 1월 첫째 주까지는 탱자탱자 놀아줘야 함이 마땅한데, 감히 12월 셋째 주에 발주를 내는 곳 때문에 오늘까지 완전 삽질.
더빙을 영어로 해야 한다는 발주 조건표를 봤을 때도 어차피 번역은 번역 작가가 할 텐데 뭐~ 라고 느긋했는데 얘네는 한글 홈페이지가 없었다. 링크는 되어 있으나 실체는 없음. ㅜ.ㅜ 내용이나 쉬우면 때려 잡으면서 대충 읽으련만 원자력 에너지 어쩌고 하는 거라 문장 하나당 단어가 최소한 한 개 이상은 걸린다. 초반에는 그래도 내용 파악을 좀 해야지 하면서 열심히 번역해서 보다가 나중엔 포기하고 번역기 돌리고, 거기서 이해 안 되는 내용만 원문을 보면서 확인을 했다는. 이런 건 자료 번역을 해서 보내줘야지 어쩌라고? 완전 부글부글 끓어서 죽는 줄 알았다. -_-+++++
각설하고, 이런 와중에 마감과 조금 거리가 있었던 주말에 갑자기 스콘이 땡긴 동생이 호두 크랜베리 스콘을 굽겠다고 설치고, 덩달아 나도 함께 미쳐서 나는 클로티드 크림 제작에 나섰음.
둘이 달라 붙어도 과정 샷을 제대로 찍어내지 못하는 자매. ㅎㅎ;
스콘을 열심히 치대서 밀어 뭉치고 있다.
딱 달라 붙어서 구경하고 있는 뽀삐양.
너 이렇게 충성스런 캐릭터가 아니었잖아???
얘의 본래 캐릭터는 "다 되면 불러~" 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_-;
아무래도 행운이가 머물다 간 충격이 뽀삐의 성격 변화까지 일으킨 모양.
걸리적 거려서 가라고 해도 절대 이렇게 떠나지 않는다.
하긴... 스콘 만드는 버터 냄새에 내가 클로티드 크림 만드는 우유와 크림 냄새에... 가장 사랑하는 냄새들로 가득하니 떠날 수가 없긴 하겠지... 만 넌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다고!!!!
찍어낸 스콘에 달걀물을 두번에 걸쳐 발라줬다.
엄청나게 부풀기 때문에 간격은 좀 더 떼어야 할 듯.
그리고 케이크나 빵은 익으면서 옆으로 튀어나온 견과나 건과일들이 반죽에 파묻히는데 얘는 쟤들을 밀어내면서 부푼다. 필히 안으로 다 밀어넣어야지 밖으로 나와 구워진 애들은 너무 딱딱함.
달걀물 바르는 아래에서 집중 또 집중. --;
완성품~
요리책에는 20분 구우라고 되어 있지만 오븐의 성능이 다른지 20분 구우면 덜 익은 밀가루를 먹게 된다.
40분은 구워야 함.
그리고 바로 꺼냈어야 하는데 불을 끄고 놔뒀더니 조금 오버 베이킹되서 약간 퍼석.
그것만 빼고 겉은 파삭하고 안은 나름대로 촉촉하니, 영국에서 일반적으로 파는 정도의 스콘맛은 난다.
솔직히 한국에서 먹은 스콘 중에서는 최고라고 동생과 자화자찬. ^^;
그런데... 리츠나 베노아의 스콘은 동그란 푸딩 모양이 그대로에 진짜 촉촉한데 그 식감은 어떻게 내는 걸까?
정말 수수께끼임.
저녁에 마리아쥬 프레레의 루이보스 베이스 티 사하라를 우려서 하나 먹어줬음.
다음 날 아침도 스콘으로~
내 클로티드 크림은 이날 밤 이렇게 식어서 굳어가고 있었다.
밤에 냉장고에 넣고 다시 하룻밤 더 굳혀서 크림을 걷어났다.
본래 제대로 하자면 우유를 상온에 놓고 최소 8시간 이상 크림층을 올린 다음 중탕해야 하지만 그짓까지는 도저히 불가능인 고로 생크림하고 섞어 중탕했다.
지금은 저 크림층이 차곡차곡 걷혀서 작은 병에 들어가 있는데 제법 꾸득꾸득하니 비슷한 맛이 남.
영국에서 생유의 크림을 하룻밤 동안 올려 중탕해낸 그 노~란 우유맛 듬뿍 나는 클로티드 크림까진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 함.
한 70% 정도 성공한 것 같은데... 명확한 비교를 위해서 다음 주에 k님이 클로티드 크림을 가져오면 비교 시식을 해볼 예정.
언제 또 한번 미치면 그때는 유지방 함량이 제일 높은 우유를 구해서 제대로 크림층을 띄워서 만들어 봐야지.
그러나 언제가 될지는 모름.
노력에 비해 너무도 허무한 관계로... 저 난리를 쳤는데 아주 조그만 병에 반 조금 넘게 나왔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