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도 멀리 어느 나라에서 화산이 폭발했더다라 지진이 났다더라 등등의 일은 많았다. 하지만 그때 그 사건들은 역사책에서 읽는 것과 마찬가지의 거리였다. 그저 하나의 사건일 뿐 나나 내 주변과는 한톨 연관성도 찾을 수 없는 남의 일.
그런데 이제는 저 멀리 뉴질랜드나 일본의 지진이 나도 함께 걱정하고 잠을 못 이루게 하는 바로 내 주변의 일이 되어 있다. 뉴질랜드 때는 그나마 친한 작가의 동생이니 나랑 몇 다리 걸친 터라 이웃집 일을 걱정해주는 수준이었지만 일본은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촌동생이 사는 곳.
어제 오후 내내 연락이 안 되서 동동거리다가 오후 늦게야 아이폰의 -천우신조로 바로 그 전날 사촌이 아이폰을 개통했다고 함- 스카이피로 통화가 되면서 한시름을 놓았다. 가장 먼저 연락이 된 게 우리라서 이모랑 다른 동생들에게도 우리가 연락을 해줬다.
밤에는 화상통화로 여기 뉴스에 뜨는 일본 상황을 그쪽에 알려주면서 여진이 계속되는 현장을 실시간 중계로 봤다. --; 여진 때문에 문도 닫지 못하고, 길이 막혀 새벽까지도 집에 오지 못하는 제부를 기다리면서 언제라도 밖으로 뛰어나갈 수 있도록 코트랑 다 껴입고 애들 데리고 앉아 있는 사촌동생을 보는데 참... 바다를 사이에 두고 어른들은 잠도 못 자고 있건만 그래도 애들은 잘도 자더라. 역시 모르면 겁도 없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안 무서워하고 편히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
사촌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한 후 한숨 돌린 뒤에는, 예전에 내가 했던 다큐에 출연하신 센다이의 ㅇ선생님께 괜찮으신지 메일을 보냈는데 아직도 수신 전. 제발 무사하셔야 할 텐데. 더 이상 큰 일이 벌어지지 않고 다들 무사하시면 좋겠다.
지금 지진의 움직임이 조산대를 따라 일본 다음엔 대만일 거라는 얘기도 슬슬 나오던데 다음달 대만 여행은 취소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촌동생 보러 구호물품(^^;) 바리바리 싸들고 일본이나 가볼까? 설마 벼락이 같은 자리에 연달아 두번 떨어지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