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라 | 김지원 (엮은이) | 살림 | 2010. ?
작년에 출판사 서평에 낚여서 샀던 책인데, 보고 나서 미운 소리를 좀 해주려는 찰나에 에드워드 권이 사실은 버즈 알 아랍의 수석 주방장이 아니었네, 학력이 어쩌네 하는 등등의 폭로성 기사들이 터져나오는 통에 그때 포스팅은 잠시 접었었다. 좋다는 소리면 옆에서 욕을 먹고 있거나 말거나 나랑 상관이 없지만 낚여서 열 받는다로 요약되는 비판을 그 시점에서 하는 건 일종의 부화뇌동 내지 마녀사냥으로 보이는 듯 싶어서 그때는 그냥 접었다.
기자들하고 잘 지냈는지, 아니면 상품성이 강했는지 쓸려가 버릴 수도 있었던 파도를 잘 넘기고 오히려 더 잘 나가는 듯 싶으니 이제는 쓴소리를 좀 해야겠다.
출판사는 본래 잘 팔기 위한 목적으로 최대한 땡기에 소개글을 쓰는 것이니 낚인 네가 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낚으려면 최소한의 상도의인, 사실 전달은 하면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쩌고 저쩌고 미사여구는 다 생략하고 소개글의 핵심은 우리 주변에서 보는 식재료로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프렌치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레시피는 정반대이다.
이 책에 서평을 단 어느 리뷰어도 비슷한 얘기를 썼던데 여기 등장하는 재료들은 결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물론 목차에 있는 배추, 양파, 돌나물 (봄 한정이긴 하지만), 파 등 흔하디 흔한 기본 재료들이 많다. 하지만 실제로 요리를 위해 주변 재료들을 살펴보면 대략 난감.
비록 취미 수준이긴 하지만 요리를 좀 배웠기 때문에 우리 집 부엌에 어지간한 허브와 드레싱들은 있다. 쉽고 간단하면서 폼 나게 만들기 위해 이 요리책을 구입하는 구매자 중 재료 보유 수준을 따지면 최소 중상에 속하고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산양치즈도 있다), 또 바닷가재나 아스파라거스, 푸아그라 등도 마음만 먹으면 10분에서 최대 1시간 이내에 좋은 걸 구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단계에 가면 내가 왜 이 요리책을 이용해야 하지? 라는 원초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결코 쉽지도, 간단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도 아닌데?
난 간단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휘리릭 프렌치를 만들어 먹고 싶었는데?
가끔 방송에서 본 에드워드 권이란 요리사의 스타일이 정통에서 변형된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고, 묵직한 정통 프렌치보다는 가벼운 누벨 퀴진 쪽이라는 느낌이 팍팍 드는데... 그가 요리한 걸 먹는 건 괜찮지만 그의 레시피를 이용하는 건...... 눈요기 혹은 에드워드 권의 음식을 엄청 좋아하는데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갈 상황이 아니라면 몰라도 요리를 위해서 구입은 쫌... 솔직히 점심 때 가서 먹고 오는 게 재료와 온갖 향신료 구입 비용보다 싸게 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