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바람이 난 뽀삐양을 데리고 오늘 간만에 용산까지 걸어가서 만원 이상 구입하면 준다는 사은품 중에 빛나는 스뎅 라면냄비를 받아오려고 했는데.... 그것만 매진. ㅜ.ㅜ 진짜 스뎅이 붐인 모양. 두번째 후보였던 비트를 받아왔다. 작년부터 벼르던 실리콘솔을 좋은 가격에 샀고 또 사은품까지 챙겼으니 손해는 아니지만 그래도 노렸던 라면냄비를 놓친 건 아쉽. 그냥 따로 사볼까 했더니 가장 싼게 2만원대부터 좀 괜찮아 보이는 건 50% 할인해서 4만5천원. 근데 정말 눈이 요물은 맞는 모양. 상표를 아는 것도 아닌데 눈에 딱 들어오는 게 비싼 거다. --; 나중에 또 사은품으로 나올 날을 기다려봐야겠음,
2. 평창 올림픽 유치 영상을 보면서 "도대체 최고의 광고쟁이 모여있는 ㅈㅇ기획이라면서 어떻게 저렇게 구린 영상을 만드냐?"는 사람들에게 (나도 구리다고 욕은 하지만) 실무자들이 옳은 판단을 하더라도 결과물은 최종 결정권자인 노땅 윗대가리의 취향에 맞춰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얘기를 해줬었다.
초반에 품었던 풍운의 뜻은 저 멀리로 사라지고, 쌍팔년도풍의 정말 구리기 한량 없는 닭살 멘트를 보면서 피눈물을 흘리지만 고집불통 윗대가리의 취향에 맞춰서 촌티 풀풀 날리게 완성을 해서 끝을 내면 어쨌든 몸은 편하다. 돈도 빨리 나오고.
하지만 아주 가끔.... 대장의 입맛에 맞춰 OK사인을 받아냈는데 밑에 실무자들이 이렇게 해서는 도저히 안 된다!고 반기를 드는 경우가 있는데.... 그 몇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이 내게 닥쳤다. ㅜ.ㅜ 심정적으로는 그들의 반란에 절대 동감하지만 그 뒷설거지를 해야하는 입장에선 그냥 깨갱 엎드릴 것이지 웬 난리냐!는 생각이...
초반엔 설득을 좀 시켜보려고 하다가 다 포기하고 시장이 고쳐놓은 그~대~로 해줬는데 그걸 다시 고치려니 견적이 안 나온다. 에효호호호호호호....
3. 스스로 인정하는데 돈벌이에 관한 한 난 양심의 하한선이 아주 낮다.
북쪽의 뽀글이 아저씨랑 29만원을 제외하고는 내게 돈을 주는 놈이 곧 진리이고 옳다!는 마인드로 살아왔고 2007년부터 아주 쬐끔 올라가서 여기에 이메가가 더해졌다. 그리고... 양심 보다는 정말 참을 수 없이 꼴보기 싫어서라는 이유로 다시 몇몇의 단체와 사업이 추가됐다.
건국 60주년이라던가 4대강이라던가, 이메가 치적홍보라던가 하는 식으로 고민할 여지도 없는 일들은 편한데... 그 하한선에 걸려서 달랑거리는 것들은 참 인간을 많은 시험에 들게 함. 딱 잘라 거절하기도 참 애매하고 연락온 감독님의 얼굴을 봐서 도저히 거절은 할 수 없어서 정말 하기 싫은 걸 미칠듯이 쥐어짜서 기획안을 써주고 제발 엎어지라고 기도하고 있다.
반대 입장의 기획안이라면 열정적으로 쓰고 되라고 물 떠놓고 기도라도 하겠구만. 먹고 사는 게 뭔지 참... 제발 안 되길...
4. 만날 동네에서만 놀던 촌사람이 어제 간만에 홍대 근처에 있는 라 꼼마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에 갔는데 정말 촌사람 대처에 나간 것처럼 어리버리. 항공뷰랑 지도를 열심히 머리에 입력하고 가서 잘 찾아가놓고는 그 앞에서 간판을 발견하지 못하고 전화를 하는 촌티를 풀풀 날렸다. ㅎㅎ; 술도 맛있고 음식도 맛있고 양도 많아서.... 예전 같음 정말 퍼펙트!!! 했을 텐데 작년에 쓸개를 떼어낸 이후로 양이 팍 줄은 관계로... ㅜ.ㅜ 옛날처럼 먹으면 더부룩하니 소화불량이 온다. 양을 조절해서 적게 먹었는데도 결국은 밤에 맥주효모를 두알 먹고서야 편히 잘 수 있었음. 쓸개 빠진 인간은 슬프구나...
5. 어릴 때 내 우산과 부모님의 구두부터 수십년간 철철이 내 구두의 굽을 갈아주고, 비싼 구두도 두려움없이 바닥을 덧대달라고 맡길 수 있고 가방을 수선해주는 -굳이 명동사에 갈 필요가 전혀 없는- 아주 솜씨가 좋은 수선방이 있다. 동네에 수선집이 여러 군데 있지만 탁월한 수준의 이 아저씨가 연초에 갑자기 '수술을 받게 되서 한달을 쉽니다' 라는 쪽지를 붙여놓고 가게문을 닫으셨다.
겨울이니 미끌거리는 구두에 깔창도 대야하고, 또 나의 애정해 마지않는 장바구니 DKNY 빅백이 10년 넘는 세월 동안의 과중한 업무를 이기다 못해 손잡이가 뜯어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날벼락. 그래도 2월에는 돌아오시겠지 했는데 2월도 훌쩍 지나서, 정말 많이 안 좋으신가? 하던 찰나인 오늘 다시 수선소에 불이 들어오고, 옆에 늘 놓여있던 가짜꽃 화분이 있는 걸 발견했다.
수선할 건 손에 없었지만 너무 반가워 인사라도 하고 싶었으나, 나처럼 아저씨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앉아 기다리는 손님도 계시고 바쁘신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쳐만 왔는데 내일은 가방 들고 가서 손잡이 좀 튼튼하게 다시 박아달라고 해야겠다.
돌아온 아저씨를 보면서.... 분명 서울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내 생활 반경의 오래된 인연들을 보면 난 몽고메리가 로라 잉걸스의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골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엄청나게 변화가 심한 서울의 풍경 속에서 이 동네도 재개발이 꽤 되기도 했지만 동네 상권이며 성격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바로 근처에 이마트가 있음에도 내가 어릴 때부터 다니던 단골 수퍼마켓이며 건어물 가게들, 엄마 심부름으로 콩나물을 사오던 콩나물 노점 아줌마도 그대로 계신다. 물론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니 단골 야채가게는 아주머니의 병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신세계 백화점에 절대 뒤지지 않는 최고의 쇠고기를 살 수 있었던 정육점 아저씨도 은퇴를 하셨고 만물상의 주인도 바뀌었다. 시행착오 끝에 새로 단골을 뚫은 정육점도 서로 개 안부를 묻는 수준. 덕분에 아가씨는 옛날에 졸업하고 이제 아줌마를 넘어 할머니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초딩 때부터 날 보아온 아줌마(이제 다들 할머니, 할아버지 ^^)들에겐 여전히 언니다.
날마다 뒤집어지는 서울에서는 이 동네가 참 흔하지 않은 우물 같은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듯. 더불어 여기에 고여있는 나도 특이한 케이스랄지... 익숙함을 버리기가 참 쉽지 않다. 이 편안한 익숙함을 버리지 못해 강남 입성을 포기한 걸 (그때 이사갈까 했던 집은 지금 우리 집 가격의 5배!!!) 부친의 최악의 투자 실패라고 아쉬워는 하시지만... 크게 후회는 않으시는 듯. ^^;
6. 오늘 산책길에 발견했는데 뒤쪽에 탐앤탐스 생겼다!!!! 이제 갓 구운 따끈한 프레젤을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