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fa"lscher, Schwindler, Scharlatane: Betrug in forschung und wissenschaft. 원제목을 보니 독일 작가인 모양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부작용 -과학도에게는 긍정적 작용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은 의심이 아주 많아진다는 것이다. 신문이나 인터넷 등등에 심심찮게 뜨는 새로운 발명이나 연구 개발, 혹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리서치 결과를 볼 때 '오호~ 드디어 이런 것을' 하는 찬탄이 나오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이 인간들이 사기치는 건 아닐까?'로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위인전의 영향 덕분에 내게 엄청난 업적을 쌓은 위인으로 각인된 프로이트와 슐리만. 뛰어난 여성 인류학자로 기억하고 있는 마가렛 미드의 실체랄까... 그 빛과 그림자를 만나는 것은 어른의 글읽기가 가능한 나이의 즐거움인 동시에 씁쓸한 체험.
의학, 과학, 인류학, 고고학 등 학계에 난무한 업적 전쟁과 멀쩡한 사람들의 속고 속이는 일종의 난마도를 잘 본 느낌. 이런 주제로 TV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충분히 재밌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번역자도 말미에 씁쓸하게 덧붙여놨지만 냉동인간 외치(이 외치에 관한 내용은 야한 유전자가 살아남는다라는 책에 상당히 재밌고 자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음. 티모시 테일러를 위해서라도.... 가짜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ㅎㅎ)나 자크 데프라의 절지동물 화석처럼 9회말 대역전극에 해당하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런 류의 다음 최신판엔 한국인의 이름이 올라가겠군.
참고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은 후지무라 겐이치의 그 희대의 고고학 사기극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최근에 읽은, 그것도 최근에 나온 일본 역사책은 후지무라 겐이치의 발견에 서술해서 일본 고대사를 기술하고 있다. 인간 문명의 기원을 공룡시대까지 끌어올린 페루의 이카 화석을 온갖 가짜라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사회적 등등의 이유로 굳게 믿고 있는 이카시민들처럼.
이걸 보면 진실이 소중하네, 가장 가치가 있네 어쩌고 해도 인간들은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골라서 믿는 모양이다. 사회적 약속을 통해 우기고 또 우기다보면 가짜였다는 사실마저 잊혀지고 가짜가 진짜가 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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