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던 마감의 산 정상이 이제 보이는구나.
내일 것을 제외하고 사실 그렇게 팍팍한 마감들도 아닌데... 좋은 마음으로 하자고 생각을 하면서도 선의를 이용당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참 안 풀렸다.
방금 전 마감.
사실 받아야 할 돈도 아직 안 준, 소위 물려 있는 감독이다.
10년 이상 같이 일해왔고 돈 있으면서 안 주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언젠가는 준다는 걸 믿기 때문에 그냥 봐주고 있는 상태인데... 요 몇년 간 사람을 만만히 보고 항상 결제의 가장 마지막에 나를 놓는 느낌에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번 일도 자기 말로는 다 만들어놨다고 하지만 내가 초짜도 아는데 어디서 그런 뻥을. 솔직히 요즘 이메가 라인 제외하고는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 안 되면 당연히 받아야 할 기획료 줄 형편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 걸었다는 소리에 할 수 없이 해주기는 하는데... 어떻게 돈 주는 인간들보다 더 사람을 볶아대는지. 기획료도 못 줄 상황이면 내게는 최소한만 맡겨야 하는 거 아닌가?
올 초처럼 비교적 한가할 때라면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하겠지만 바쁘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자기 일을 최우선으로 해달라는 저 자세는 도저히 이해 불가능. 팍팍해지니까 사람이 저렇게 되나 좀 안됐기도 했다가도 나를 이렇게 지치고 후달리게 만드니까 짜증이 팍팍.
이렇게 투덜거리면 공도 안 된다고, 이왕 해주기로 했으면 기분 좋게 하자고 마음을 다스리긴 하는데... 날이 더워 더 그런 모양이다.
돈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일에 기운을 너무 빼서 정작 돈 많이 주는 기획은 지금 아무 생각이 없음. 일단 자료나 더 보고 정말 꿈에서라도 대충 구성을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