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는 조카 돌잔치. 돌잔치 전문 부페에서 음식 맛을 따지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만 음식은 정말 드물게 맛이 없었다. ^^; 조카는 망설이지도 않고 양손으로 돈뭉치를 확 잡아 올리는 기염을 토했음. ㅋㅋ 연필을 찍은 나와 마이크를 찍은 동생 모두 패배.
그런데.... 집에 올라오는데 1층에서 오랜만에 옆집 언니를 만났다. 근데 눈이 마주쳐서 "안녕하세요~" 라고 내가 아는 척을 했더니 이 언니가 멀뚱멀뚱.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가 함께 내릴 층수를 누르자마자 오랜만이라면서 "못 알아봤다."는 한 마디를.
어제 조카 돌이라서 간만에 풀 메이크업에 머리까지 신경을 쓰고 외출하긴 했지만... 본래 결혼식, 돌잔치 등 사돈 집안과 마주칠 일이 있을 때는 은근한 간지 싸움이 있기 때문에 신경을 평소보다 좀 더 쓰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10년 넘게 봐온 옆집 언니가 못 알아보다니... ㅜ.ㅜ 평소에 만날 부스스한 모습만 보다가 간만에 변장이 과했던 모양. 그리고 쪼끔 반성. 평소에도 자외선 차단제만 바르지 말고 신경 좀 쓰고 다녀야겠다.
사실 '우리 거니까'라는 말로는 잘 설득이 안 된다. 부석사가 멋진 건 사실이지만 이탈리아에 가면 어디든 두 시간 만에 '헉' 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이기에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가? <- 특히 이 부분. 지금 세대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한 20여년 동안 우리는 국력이 약해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 하고 있지만 우리 것에 최고이고 우리 것을 사랑해야는 세뇌 교육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리고 우리의 우수성에 대한, 지금 생각해보면 때론 괴변에 가까운 갖가지 논리의 홍수 속에서 살아야 했다.
초중딩 때는 그런가 보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어느 정도는 납득이 되면서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의문이 생겼고, 대학생 때는 의문을 가지지만 그래도 우리건 내가 사랑해줘야~ 하는 자기 설득의 시간을 보내다가 대학원 이후부터 아닌 건 아닌거다라는 생각을 떳떳하게 하게 됐던 것 같다. 이건 내가 잘 났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었던 듯. 무조건적인 자기 문화 옹호보다는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라는 여유가 우리 안에서 생겼다고 해야할까? 물론 아직도 그 당착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제는 냉정한 자기 비판이 자국 문화에 대한 비방이나 매국행위가 아니게 되었다.
이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가능해진 것 같다. 요즘 중국의 거의 광신적인 자기 문화 옹호를 보면서 70-80년대 한국을 느낀다. 아마 그때 우리를 관심있게 보던 외국 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감정을 느꼈겠지. ^^;
그리고 참여정부를 까기 위해 더 열심히 까였던 유흥준 문화재청장... 그가 야심차게 추구했던 것 중에 까여서 마땅하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정말 사소한 것도 심하게 두들겨 맞은 건 인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 장악 + 조중동의 절대적인 옹호를 받는 딴나라당과 이메가 정부는 정말 복 받았지.
민약 이번 우면산 산사태라던가 강남 수해가 2007년에 났더라면 지금 대통령과 장관들인 가루가 되도록 까이다 못해 장관 목 하나는 날아갔을 거다. 서울시장은 위에서 중앙정부에서 돈을 안 줘서 어쩌고 하면서 쉴드를 받으면 스리슬쩍 넘어갔겠지만.
근데 이 난리가 났는데 어째 책임지겠다는 X은 고사하고 잘못했다는 X도 하나 없냐? 이 정도면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입이라도 누군가 떼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 내 탓이 아닙니다, 허허허. 이번에 물 샌 청와대 춘추관 지었다고 자랑하던 이메가 옛날 기사가 함께 뜨자 청와대는 오해입니다, 허허허. 그래도 그거 하나 짚어주는 X도 없고. 그놈의 백년만의 폭우. 이 나라는 일년이 백년이냐.
얘네들 보면 왜 목숨 걸고 언론 장악하려는지 이해가 가긴 감.
3. 북의 지령을 받은 간첩단 왕재상 어쩌고 하면서 어제부터인가 나름대로 난리가 났던데... 조중동의 클릭수를 올려주고 싶지 않가서 링크는 생략.
사실이라면 분명 엄청난 사건이긴 한데... 이렇게 곳곳까지 북한의 손길이 스며 있다니 우리의 국가 안보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고민이 되어야 마땅하건만... '그래. 댁들 지금 덮어야할 게 있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친구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갑자기 간첩으로 신문 일면에 떴다가 십수년 뒤에 '사실은 누명이었어요~'라는 아주 조그만 기사로 다시 등장했던 그 기억이 내게 좀 세게 각인이 된 것도 있지만... 심각한 안보 불감증을 만들어주는 정권인듯. 휴전 지역 거주자로서 이러면 안 되겠지만 정권 바뀌고 다시 조사하기 전에는 댁들 말은 별로 못 믿겠소. 서운하달지 몰라도 댁들의 자업자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