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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덥구나

by choco 2011. 8. 7.

본래 더운 것엔 쥐약인데 그저께부터는 정말 죽음의 후덥지근. 

매년 350일 정도는 에어컨에 대해 아무 미련없이 살지만 딱 요맘 때 보름 정도는 왜 부엌과 내 방에 에어컨을 달지 않았을까 땅을 치고 후회한다.  금요일에 절묘한 타이밍에 ㅌ님이 오신 덕분에 가장 더운 시간에 카페에서 피서를 즐겼지만 어제와 오늘은 정말....  집 앞 파리 크라상으로 피신을 갈까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였다. 

만약 넷북 하나만 들고 가뿐하게 갈 수 있었다면 정말 갔을 테지만 봐야하는 자료가 산더미.  얘네를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펼쳐놓고 일하기도 뻘쭘해서 집에서 죽쳤는데 본래도 요즘 일하기 싫어 미치는 타이밍에 덥기까지 하니까 진도 정말 안 나간다.   어제부터 악을 쓰고 해서 겨우 반.  밤을 샐까 했지만 그냥 자고 시원한 새벽에 일어나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본래 내 속도는 마감에 가까워질수록 초가속이 붙으니까 내일 10시 정도까지는 어찌어찌 되겠지.   설마 9시 땡 치자마자 독촉 전화가 오진 않을 거라고 믿고.  ^^;

뽀삐도 더운가 보다.  어제 점심도 나가서 사먹었는데 저녁까지 외식은 좀 그래서 오븐에 돼지등갈비를 넣어두고 멀찌감치 피신해 있다가 꺼내서 먹는데 고기가 붙은 뼈라면 환장을 하는 이 개가 뼈를 거부한다. 
뼈를 외면하는 표정에서 풍겨는 메시지가 '이 더운 날 에어컨도 안 틀어주면서 밥 먹는 것도 이렇게 힘들게 노동을 하라고? 난 싫어. 그냥 먹던 밥 내놔!' 딱 그거였음.  --; 
양념만 씻어낸 뼈에서 고기를 뜯어 입에 넣어주니 그때부터 먹기 시작.  그렇게 시동을 걸어 놓은 다음에 다시 뼈를 주니까 그때부터 먹는다.  이놈의 개XX가 배가 불렀지.  -_-+++

이렇게 뽀양의 거식을 처리해놓고 샐러드에 들어있는 블루베리를 먹으면서 알게 됐는데... 이 개가 나나 내 동생이 줄 때는 블루베리를 먹기 좋게 이등분 해주지 않으면 안 먹지만 부친이 주면 그냥 동그란 거 한알도 다 먹는단다. 
이 사안에 대한 우리의 결론은.... 뽀양이 우리에게 경로 우대를 요구하는구나.  '난 늙었으니 귀찮은 건 싫다. 젊은(?) 너희들이 편히 먹게 대령해달라!'겠지.  부친은 뽀양보다 더 늙었으니까 장유유서 차원에서 주는대로 받아 먹는 것이고.  ㅋㅋ  

뽀양에게 검증하지 않고 인간들끼리 내린 결론이지만 맞는 것 같음.  더워서 축축 늘어지는 가운데 웃음을 주는 뽀삐양.  얘가 있으니 우리가 웃지.  ㅍㅎㅎㅎㅎ  앞으로 어떤 백까지 먹어치울지는 모르겠으나 오래 살아라.  언니가 아무리 덥고 일하기 싫어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마.

그나저나 저 무상급식 투표.  어떻게 해야 하나?  33% 안 넘긴다는 보장만 있으면 당근 안 하겠지만 33% 넘겼는데 오잔디 뜻대로 결과가 나오면 그것도 낭패고.  그동안 어느 X을 찍을까는 고민해 봤어도 투표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해본 적은 없었는데.... 참 골고루 하게 하는 X들이다.  길지도 않은 인생에 정말 별 꼴을 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