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An Anthropologist on Mars로 1995년에 나온 책이다.
지난 달에 알라딘에서 과학 서적 세일전 할 때 산 것 중 하나.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골랐고 그런 의미에서 성공.
가장 밝혀지지 않은 분야인 뇌와 연관된 환자들. 몇십년 전이라면 정신병 환자라고 했겠지만 그렇게 분류하기엔 살짝 비껴나간... 이 섬세한 뇌의 회로에 의학적인 문제가 있으나 동시에 너무 특별한 환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교통 사고를 당하면서 색맹이 되어버린 화가. 한번 기억한 영상과 음악은 다 기억하는 자폐증 천재 소년. 전두엽 종양으로 20년 세월이 완전히 사라진 걸로 보이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내면 세계를 보이는 남자. 수십년 전 고향의 기억과 영상만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계속 그려내는 화가. 투렛 증후군인 외과의사. 수술로 시각 장애를 고쳤지만 어렵게 사회에 적응하다 아주 행복하게 시각 장애자로 돌아간 물리치료사. <-- 이 사람은 아주 멋지게 묘사되어 발 킬머가 주연한 영화로도 나왔던 것 같다. 자폐증 천재 중에 하나지만 평범한 척 하는 능력을 배운 덕에 자폐증과 일반인의 경계에서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거둔 공학 천재 등.
이 천재는 자신이 화성에서 지구를 관찰하러 온 인류학자 같다는 말을 한다. 정말 적절한 책 제목이라는 생각을 했음. 올리버 색스 박사는 자신의 환자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정신 세계를 파헤치려고 노력하지만 반대로 이들도 갑갑한 심정으로 다수기 때문에 일반인으로 불리는 우리를 관찰하고 정체를 파악하려 하는 건 아닐지. 그런 생각을 했다.
뇌와 인간이란 매커니즘의 신비를 아주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뇌의 기능이 억제되지 않고 100% 발휘된다면 초능력이 가능하다는 공상과학류의 상상이 절대 터무니없지 않다는 확신도 갖게 해주는 면이 있고. 또 평범하지만 심하게 손상되지 않고 돌아가주는 내 뇌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가졌다.
한마디로 인간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게 해주는 책. 강요하지 않는 사실이 때론 더 많은 설득력을 갖고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과학
화성의 인류학자 - 뇌신경과의사가 만난 일곱 명의 기묘한 환자들
올리버 색스 | 바다출판사 | 2006.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