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한국 선수들에게 절망하고 발걸음도 안했는데 제냐와 바이울이란 이름에 혹해서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가봤음.
갔다 와서 바로 썼으면 많은 얘기가 있었을 테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서 그냥 내가 그 자리에 갔었다는 기억만 남기는 수준이 될 것 같다. 남은 잔상만 간단히 선수별로 정리.
사진은 동행한 분의 허락을 얻어 퍼왔음. ^^
오프닝. 이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 이게 바로 아이스쇼로구나~ 하면서. 옥사나 바이울, 제냐, 야구딘 등등이 나올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들을 화면이 아니라 현장에서 보다니.
그리고 김연아양 보면서 놀란 것. 몸매가 쭉쭉 뻗은 서구인들에 하나도 뒤지지 않는다. 신체조건만으로 볼때는 더 눈에 띤다. 발레, 스케이트, 리듬 체조 같은 것들은 아무리 재능이며 노력이 있어도 저주받은 몸매는 절대 진입할 수 없는 동네인데 정말 축복받은 몸매였다. 화면보다 실물이 더 나음. 제발 이대로 다치지 않고 성장하길.
[#M_ more.. | less.. |남나리와 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 페어 커플.
전미 선수권에 등장했을 때 저대로 성장하면 정말 눈부시겠구나라는 찬탄을 불러일으켰는데 그게 시작이 아니라 정점이었던 안타까운 선수 남나리. 성장기 때 몸매 관리에 실패했구나라는 생각이 딱 등장한 순간부터 났다. 아니면 그녀에게 입력된 유전자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애정은 갖고 있지만 솔직히 두개의 프로그램 다 아직은 동양인스러운 몸매의 한계를 넘어서는 반짝거림을 앞으로는 기대하겠다는 정도의 생각만. 깊이도 스피드도 호흡도 아직은 다 미완성인 느낌.
가장 아쉽다면 둘 다 적은 나이도 아닌데 이 페어 커플만의 확실한 색깔이 없다. 남나리란 이름이 아니었다면 머리에 남지 않았을 연기였다. 최악의 미모(?)와 신체조건을 화려하게 극복해낸
화려한 과거를 뒤로 하고 열심히 재기를 모색하는 그녀인만큼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개리 비컴.
사진 없음. ^^;
러시아 선수들이 발레로 치면 클래식과 드라마틱 발레를 보여줬다면 이 선수는 트로카데로 같은 코믹 발레를 공연했다고 비교하면 맞을까? 피겨가 심각하고 불꽃 튀기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 너무 땡기기만 하는 전체 프로그램은 지치기 쉬운데 적절한 시점에서 밀고 늦춰주는 시간을 갖게 해준 선수.
즐거웠다.
옥사나 바이울. 내가 그녀를 직접 보게 되다니.... ㅠ.ㅠ 정말 안구에 쓰나미다.
더구나 그 감동적인 백조의 호수를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긴 했지만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보여줬다. 그 사진은 없다. ^^ 사진기를 갖고 가면 괜히 사진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공연에 몰입하지 못할까봐 일부러 안 가져갔다. 이건 1부 프로그램.
강렬한 비트의 모던한 느낌. 초반부에 흥을 돋우는데는 좋았지만 컨디션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고 또 내게 각인된 바이울의 이미지와 매치가 되지 않아서 느낌은 그저그랬음.
냉정하게 얘기해서 2부에 보여준 백조의 호수도 전성기와 비교하자면.... 은퇴 직전 누레예프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직접 봤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다시 떠오르는 그 꽃분홍색 빤쮸의 악몽.... -_-;;;;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감당못할 영광을 떠안고 무너졌다가 다시 돌아와 준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누구 말마따나 얼마나 높이 올라왔느냐를 보지 말고 얼마나 깊은 수렁을 헤치고 올라왔느냐를 봐주고 싶다.
한번 꽂히면 완전히 틀어지기 전에는 너무 편애 모드인 것은 고쳐야 하지만... 이건 빠순이의 권리인 고로 통과. ㅎㅎ
알베나 덴코바, 맥심 스타비스키 커플.
특별히 흠잡을 곳도 없으나 역시나 특별히 기억에 남지도 않는...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아이스댄싱 커플들은 이상하게 이전처럼 꽂히는 게 없는 것 같다. 특히 새 채점 규정이 도입된 이후부터는 더더욱. 예전엔 어느 커플 하면 딱 뭐! 하고 떠오르는 트래이드 마크와 가슴 두근거리는 각각의 드라마가 있었는데 솔직히 새 규정에선 안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무지하게 불만.
아이스 댄스의 전성기는 1980-90년대 중반까지로 끝이난 듯. 간혹 반짝거리는 프로그램이나 커플이 있긴 하지만 눈부신 광휘는 사라졌다. 부흥기를 기다려볼 밖에.
브*라이언 오*서.
이 아저씨의 특기인 혹은 캐나다 남자 피겨 선수들의 트래이드 마크인 재주넘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역시 저버리지 않고 덤블링을 멋지게 해주셨음. ㅎㅎ
전형적인 북미 스타일의 스케이팅. 재밌게 즐겼다. 이날 남자 선수들은 제냐와 그 나머지로 거의 구분해버린 고로 솔직히 많이 집중은 못했음. 그리고 내가 북미 스타일 피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유. 미안하우 아저씨....
타티아나 나브카& 로만 코스토마로프
이날 아이스댄스와 페어를 통털어 (세팀밖에 없긴 했지만. ^^;) 유일하게 반짝거림을 보여줬달까... 그냥 내 눈에 볼만했던 팀.
이번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했던 프로그램인 것 같은데... 확신은 못한다. 피겨의 단골 메뉴인 카르멘. 들어올리기 자랑대회로 전락해버린 최근 아이스댄스판에서 그나마 안무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그러나 엑기스는 2부. 둘이 하얀 복장에 눈을 가리고 나온 순간부터 허거걱!!!! in heaven이 아닌가. @0@ 이걸 내가 살아서 직접 보게 되다니 하면서 무조건 감동 + 몰입 + 황홀경 모드. 말 그대로 헤롱헤롱이었다. ^^
당신들 복 받을껴~
드디어 싸*지 왕자 야구딘 선생 등장. ㅎㅎ
1부는 레이싱. 멋지게 잘 하시긴 하지만 이 러시아 왕자께 기대하는 바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니 뭐 그냥저냥. 글라디에이터나 아이언 마스크를 해주면 좋겠다 내심 기대를 했는데 그건 아니었지만 2부엔 윈터를 해줘서 흡족 모드로 돌변.
요요한 카리스마 장난이 아니다. 내가 데리고 살 것이 아닌 이상 뭔 짓을 하고 다녀도 역시 스케이트 잘 타는 X이 최고다. 멋지셨음~
이글이글 타오르는 드라마틱이 당신의 매력이니... 다음에 뵐 때는 부디 글라디에이터나 아이언 마스크를 꼭 해주시길.
예브게니 플루센쿄. ㅠ.ㅠ
나를 피겨계에서 떠나게 했고 또 다시 돌아오게 한 이 러시아 유부남. 도대체 20대 초반에 애아빠가 되는 게 말이 되냐고!!!! -_-;
첫 프로그램은 기대대로 토스카. 토리노에 갈 돈이 없던 가난한 중생에게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오페라 토스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제냐나 미셸 콴의 프로그램은 좋음. ^^; 올림픽 때의 기합 꽉 들어간 그런 긴장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부드럽게 춤추는 그 우아한 아우라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행복~
2부는... tribute to Nijinsky나 솔트레이크 올림픽 때 프로그램이면 난 기절할 것이고 아니면 제발 섹스밤만 빼고 아무거나라는 바램이 허무하게 섹스밤. -_-+++ 그러나.... 섹스밤 복장을 보고 윽! 했던 것이 무안하게 너무나 환상적인 섹스밤. ㅠ.ㅠ
1990년대 어느 겨울날 보스턴에 있는 여성 전용 클럽 바** 에서 금발의 쫙 빠진 게*로 짐작되는 오빠의 스트립쇼 이후 이렇게 소리를 많이 질러보긴 처음이다.
역시 관중의 호응이 중요한 것인지 미친듯이 소리 질러대는 여성팬들의 환호에 호응하듯 정말 돌아다니는 동영상과 비교할 수 없는 섹스밤을 보여주심. 그 클럽의 전문 오빠보다 훨씬 더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 마지막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어쩌면 엉덩이도 저리 탱탱하신지. ㅠ.ㅠ
다음에는 그의 니진스키나 카르멘을 꼭 볼 수 있기를...
한국의 김연아양.
한국 선수를 응원하러 링크에 갈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정말 감지덕지다. ㅠ.ㅠ
10여년 전 바로 그 자리에서 한국 선수 나올 때마다 고개를 땅에 쳐박고 다른 거 아무 것도 안 바란다. 제발 넘어지지만 말아라라고 기도했던 게 어제 같은데... 다른 선수들은 트리플 휙휙 도는데 더블도 제대로 착지 못하는 걸 보는 건 정말 참담했다. -_-;;; 그 트라우마로 한동안 피겨를 안 봤음.
그런데 한국 선수의 예술성을 논하게 될 날이 오다니 감동...
무릎 상태가 좋지 않고 스케이트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니 역시나 점프 착지가 불안불안. 괜히 다칠까봐 엄청 조마조마했다. 주니어 1위할 때 비해서 점프 높이가 좀 낮기는 하지만 도약 동작이며 공중 동작은 깨끗하니까 스케이트랑 무릎 컨디션만 정상으로 돌아오면 그건 잘 되겠지... 라고 믿기로 했다.
록산느를 보면서는 걱정을 완전히 털었음. 스피드도 굉장히 빨라지고 에지 쓰는 거나 동작의 크기나 이팩트가 올 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정말 쑥쑥 크는 콩나물을 보는 느낌이라 홀로 흐뭇.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릴 대 선수들과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엄청난 관중들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자기 연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린 선수에겐 아주 좋은 경험이 됐을 것 같다.
롱 프로그램을 어떤 걸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될진 몰라도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나 피협 2번이 그녀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하면서 혼자 머릿속에서 안무까지 하고 놀았음. 갈라는 리스트의 사랑의 꿈으로. ㅋㅋ
확확 느는 연아양을 보니 동훈군이 자꾸 눈에 밟혔음. 다치지 않고 뒷받침만 제대로 되면 시니어에서 10위권 안에 충분히 들 수 있는 선수인데 도대체 몇년을 허송하고 있는지. -_-; 아쉽다.
아래는 허슬 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