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쓰면 영원히 안 쓸 확률이 높아서 정말 내가 갔다왔다는 기록만 간단히.
우리 동네에선 한다 + 싸다 + 전은선과 드라고스 미할차가 나온다.
이 세가지가 합쳐지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을 확률이 아주아주 높았던 공연.
기대가 별로 높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할 것도 많이 없지만 그래도 좀 여러모로 아쉽기는 했다.
군무는 다 생략하고 그냥 출연자들만 간단히 남기자면.
선화예고 다닌다는 이승현의 에스메랄다 중 프롤로의 바리에이션.
여기에 선발된 거니 당연하겠지만 깔끔하니 잘 하더라.
충분히 갈채를 받을만 하긴 한데 능력 이상의 지나친 환호와 박수는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는 걸 친구와 가족들은 좀 알아주면 좋겠음.
조수연 & 왕이
예전에 UBC에 있을 때 황혜민씨와 파트너쉽이 좋았던 무용수인데 유럽으로 가더니 미국의 발레단으로 또 간 모양이다.
오랜만에 왕이를 만난다는데 의미를 둔 공연.
1부에선 로미오와 줄리엣, 2부에선 왕이가 안무한 Wave of Spring을 공연했는데 평범했다.
전은선 & 드라고스 미할차
내가 오로지 댁들을 보러 돈을 내고 표를 샀구만.
1부의 현대무용 In Light & Shadow 중 Air 파드데는 역시 관록의 커플 답다는 감탄이 나왔고 뿌듯했다.
하지만 2부의 코펠리아 파드데는... 한국엔 쉬러 오고 싶었구나란 생각이 팍팍 드는.
전은선씨의 표독스런 오딜 참 좋아했는데. 미할차와 함께 했던 백조의 호수나 지젤이 보고 싶구나.
채지영 Pearl.
그냥 무난하고 평범했다.
2부에서 윤전일(김현웅이 나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교체된 듯)과 함께 돈키호테 3막 결혼식 그랑 파드되를 춤췄는데 정확하고 화려하긴 하더라만... 아직은 춤을 추는 거지 몸에서 춤이 나오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열심히 춤추고 기초가 튼튼해 보이니까 앞으로 관록이 붙으면 더 잘 하겠지.
이상은 & 밀란 마다르
180이 넘는 키 때문에 한국에선 파트너를 찾을 수 없어서 미르타 등등 파트너가 필요없는 솔로 파트만 하던 이상은.
역시 독일로 가니까 그녀를 서포트해줄 수 있는 파트너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흐뭇.
지젤 2막의 파드되를 보면서.. 지젤의 이미지는 작고 하늘하늘 가냘픈 소녀인데 이상하게 2막은 저렇게 키가 크고 우아한 무용수가 하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음.
아직 갈 길이 좀 멀어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워낙 신체조건이 뛰어난 무용수니까 앞으로 많이 발전하겠지,
남자 무용수는... 그래 댁은 키로 모든 걸 용서하겠소.
2부에선 이상은 혼자 Vertigo Maze를 춤췄는데 역시 별 인상 없음.
김형민의 Blue Earth
최근 몇년간 한국 안무가들이 그래도 최소한 자기 혼자만 이해하는 안무는 안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분은 오랜만에 그 경험을 맛보게 해줬다.
함께 한 동행들과 함께 링 등등 몇가지 해석을 하다가 그냥 안무가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뭔지 모르겠다~로 결론을 내렸다.
심오한 무용의 세계를 이해못하고 무식하다고 해도 할 수 없음.
가격에 걸맞는 무난한 기획과 무난한 춤.
우리나라도 저변은 넓어지고 괜찮은 수준의 무용수들도 많이 나오긴 하지만 확 치고 나오는 그런 아우라가 있는 무용수들은 세기말에 많이 나왔던 듯.
그때는 한국발레스타 갈라나 이런 류의 해외활동 무용수 초청공연들도 굉장히 불꽃 튀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즐기는 분위기다.
프로야구로 치면 김빠진 올스타전.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려서 참 고마운 날이었기는 하나 오랜만에 만난 비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날.
그날은 무지 황당했는데 복기해보니 여러가지로 좀 웃겼음.
오랜만....은 아니지만 여하튼 종종 만나는 좋은 사람들과 수다 떨고 발레 보고 했다는 것에 만족~
그날 못 먹은 빙수는 조만간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