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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춤

마린스키 발레단 백조의 호수(2012.11.12)

by choco 2012. 11. 13.

2년만에 다시 만난 마린스키와 로파트키나 언니(?)의 백조의 호수.

만약 방송이 12월 9일 그대로였으면 1월1일 것과 겹쳐서 못 갔을 확률이 상당히 높은데 하늘이 도와서 연기가 된 바름에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다만 돌아와서 이 모양이긴 하지만. --;

길게 쓸 기력은 없으니 간단히. 안무는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나 발레는 역시 춤을 잘 추고 몸이 아름다운 게 장땡. 개연성 부족과 약한 클라이막스 등등이 다 용서되는 춤을 보여주는 로파트키나와 코르순체프 덕분에 4막에 처음부터 뜬금없이 왔다갔다 바둑알을 생각나게 하는 흑조 군무들까지도 용서하게 만들어주는 공연이었다.

일요일은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데도 대우~ 어쩌고 떠드는 그 회장님인지 사장님의 테러에다가 초대권이 남발되었는지 여기저기서 전화벨 울리고, 핸드폰 불빛이 반짝반짝거려서 공연장 분위기하 말 그대로 헬~이었다는데 월요일은 정말 자기 돈 내고 좋아서 보러온 사람들이 대다수였나 보다.

박수도 딱딱 쳐야할 타이밍에 쳐주고 좋았던 부분과 그냥 그저그런 부분에 대한 반응도 아주 제대로. 중간중간 여기가 한국이야 유럽이야 싶었다는. ㅎㅎ; 

로파트키나의 오데트와 오딜은 말 하면 입 아픈 거니 그냥 패스하고, 이날은 오케스트라 때문에 무한히 행복했던 아름다운 밤이었다.

정말 윤기가 좔좔 흐르다 못해 기름이 줄줄 흐르는 것처럼 매끄러운 연주를 보여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좀 더 내질러주면 좋겠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걸리는 곳 하나 없이 정말 얄미울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연주. 발레단 호흡이 정말 기가 막히게 맞는다.

1막 2장(혹은 2막)의 오데트 바리에이션의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 아, 이게 음악과 춤이 정말 찰지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것이로구나, 그 표현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연주.  아무래도 반주 전문이 아니다보니 국내 오케스트라들은 잘 한다고 해도 그냥 말 그대로 반주.  서로 밀고 당기고 몰입을 고조시키는 그런 시너지 효과는 없다. 일부 오케스트라는 몰입은 고사하고 삑사리 날까봐 조마조마, 아니면 비쩍 마른 소리만 빽빽 질러대고.  --;  혼이 담긴 빵빵 터지는 삑사리보다는 직업적으로 기계처럼 움직여주는 마린스키 쪽이 백배는 더...

오늘 오데트 다음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었던 사람은 오케스트라의 관악기 주자들. 특히 트럼펫, 백조의 호수의 그 스페인 춤에서 트럼펫 솔로가 이렇게 여유있고 예쁜 소리를 낼 수 있구나 처음 알았다.  기본 한번은 나주는 삑사리인데 어떻게 놓치는 음 하나도 없이 그렇게 완벽하게 연주가 되는지. 스페인 춤 끝나고 나온 박수갈채의 상당 부분은 아마 그 트럼펫 주자에게 향한 것이지 싶음.

눈을 감고 음악만 들었어도 행복한 밤이었을 것 같은데 춤도 잘 춰줘서 더더욱 행복.  예전에 모스크바 어쩌고 발레단의 로&줄 볼 때 프라임 오케스트라의 그 공포를 반주를 들으면서 오케스트라의 중요성을 절감했는데 오늘은 또 다른 의미로 절감했다.

내년에 볼쇼이가 백조의 호수를 또 갖고 오는 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정말 오랜만에 볼쇼이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러 온다는 건 정말 감사.  이왕 오케스트라도 데려오는 거면 스파르타쿠스도 좀 해주지.  아쉽구나.  여하튼 조기예매 뜨면 바로 예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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