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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영화

스토커

by choco 2013. 3. 18.

박찬욱 감독이 헐리우드로 넘어가서 만든 영화.

니콜 키드만이 나오는데 감독이 박찬욱이라니 뭔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주말에 하필이면 백만년만에 극장에 따라오신 불쌍한 ㅎㅎ 부친과 함께 봤는데... 박찬욱이라는 감독과 그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제쳐놓고... 그냥 이 스토커 하나에 표현된 것만을 그냥 내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놓고 볼 때 그는 다른 감독들과 구별되는 확고한 자기 스타일을 만들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고 수준 높은.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이름을 남기지는 못 하더라도 거장이란 단어를 자기 이름과 나란히 놓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영화라는 걸 한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잔혹하고 좀 야시꾸리하면서도 뭔가 몽환적이다.

 

화면과 장면 전환에서 보여주는 그 디테일은... 영상과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찬탄을 넘어 욕이 나올 정도로 정교하다.  하나하나가 다 계산된 씨줄과 날줄로 짜여있고 가볍게 쓴 장면이 없다.

영상미를 추구한다거나, 건축적인 구조를 선호한다거나 등등...

소위 영화나 영상의 먹물들에겐 찬사가 나올 법한 연출과 편집인데,

문제는 관객들에게 아주 불친절하다.

조금만 더 친절했다면 흥행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는 불친절하게 자신의 예술을 택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위의 영상미보다 더 기가 막히다고 생각하는 건 난해함에도 전혀 지루하지는 않다.

난해 = 지루 = 졸려 죽겠다의 공식이 여기선 철저하게 파괴된다.

성룡이나 엑스맨, 007류를 선호하는 우리 부친마저도 이 난해함에 무지하게 괴로워하시면서도 "잠시도 지루하지는 않았다."는 평을 내리셨을 정도.

 

스토커 보고 왔다니까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 영화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보고 각자 느껴야함.

그렇지만 재미는 없다.  ㅎㅎ

 

어쨌든 박찬욱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이날 스토커를 극장에서 관람하는 고행을 하신 부친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트라토리아 몰토에서 저녁을 쐈음.

박찬욱 감독 때문에 한 재산 날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