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헐리우드로 넘어가서 만든 영화.
니콜 키드만이 나오는데 감독이 박찬욱이라니 뭔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다.
주말에 하필이면 백만년만에 극장에 따라오신 불쌍한 ㅎㅎ 부친과 함께 봤는데... 박찬욱이라는 감독과 그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제쳐놓고... 그냥 이 스토커 하나에 표현된 것만을 그냥 내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놓고 볼 때 그는 다른 감독들과 구별되는 확고한 자기 스타일을 만들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고 수준 높은.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이름을 남기지는 못 하더라도 거장이란 단어를 자기 이름과 나란히 놓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영화라는 걸 한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잔혹하고 좀 야시꾸리하면서도 뭔가 몽환적이다.
화면과 장면 전환에서 보여주는 그 디테일은... 영상과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정말 찬탄을 넘어 욕이 나올 정도로 정교하다. 하나하나가 다 계산된 씨줄과 날줄로 짜여있고 가볍게 쓴 장면이 없다.
영상미를 추구한다거나, 건축적인 구조를 선호한다거나 등등...
소위 영화나 영상의 먹물들에겐 찬사가 나올 법한 연출과 편집인데,
문제는 관객들에게 아주 불친절하다.
조금만 더 친절했다면 흥행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는 불친절하게 자신의 예술을 택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위의 영상미보다 더 기가 막히다고 생각하는 건 난해함에도 전혀 지루하지는 않다.
난해 = 지루 = 졸려 죽겠다의 공식이 여기선 철저하게 파괴된다.
성룡이나 엑스맨, 007류를 선호하는 우리 부친마저도 이 난해함에 무지하게 괴로워하시면서도 "잠시도 지루하지는 않았다."는 평을 내리셨을 정도.
스토커 보고 왔다니까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이 영화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보고 각자 느껴야함.
그렇지만 재미는 없다. ㅎㅎ
어쨌든 박찬욱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이날 스토커를 극장에서 관람하는 고행을 하신 부친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트라토리아 몰토에서 저녁을 쐈음.
박찬욱 감독 때문에 한 재산 날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