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에 보고 온 탱고 뮤지컬을 빙자한 탱고 쇼인데 감상이 좀 늦었다.
제목 탕게라는 탱고에서 여성 무용수를 지칭하는 단어라고 한다.
피아노, 더블베이스, 플륫(+색소폰), 아코디안, 바이올린, 키타. 이렇게 6인조 악단의 반주로 진행되는 탱고 뮤지컬.
배우가 춤과 노래를 다 하는 전형적인 뮤지컬을 상상하면 좀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노래하는 역할의 가수와 댄서가 구별되어 진행된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쇼는 탱고 댄서의 공연 중간중간 가수의 노래가 꼭 곁들여지는데 이것은 그 쇼를 확대한 형식인 것 같다.
내용은 부두 노동자 로렌조와 프랑스에서 건너온 무용수 아가씨 지젤의 비극적인 사랑.
부두에서 만나 한눈에 반하지만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깡패 보스 가우덴시오의 애인이 되어버린 지젤. 하지만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결국 보스에게 발각되어 지젤은 캬바레로 팔려간다. 지젤을 포기할 수 없었던 로렌조는 보스를 습격하고 지젤을 빼돌려 달아난다. 하지만 추적해온 패거리에게 결국 살해당하는 결말.
이렇게 요약을 하면 빤하디 빤한 정말 식상의 극치를 달리는 스토리지만 끈적한 탱고와 음악이 어우러지니 맛이 완전히 다르다. 비록 문화 센터에서 두어달이지만 탱고에 발가락 끝이라도 담궈봤기 때문에 아주 조금은 탱고에 대해 아는 입장에서... 탱고 무용수들의 기량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 눈이 팽팽 돌아가는 스텝이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솩솩 맞춰서 돌아간다.
이렇게 춤을 잘 추는 것만도 황송할 판에 기럭지도 다들 길어주시고 몸매마저 아름다우시니 이건 감사할 따름이다. 예전에 왜 유럽이랑 미국 아줌마들이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뿅뿅 넘어가고 마돈나랑 멜라니 그리피스랑 그 남자를 두고 싸우나 했는데... 나이가 드니 당시엔 감당이 되지 않았던 느끼함이 참 좋구나. ㅎㅎ 몇달 치 느끼함 지수를 다 채운 것 같다.
현재 LG 아트센터에서 5월 8일까지 공연 예정인데 시간이 되는 사람은 꼭 보라고 강추하고 싶음. 물론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연의 질이나 그 느낌만큼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
11월에 있을 플라멩코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급 상승 중~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