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올해 영화를 쫌 많이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감상을 간단히 남기려는 불현듯 든다.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트렉, 아바타 같은,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아니면 거의 극장에 가지 않고 TV 방송을 기다리는 게으른 인간인데 아바타 이후 3D나 아이맥스 열풍이 불면서 영화들도 규모가 커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자꾸 극장에 가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의자에 진드기 나온다고 난리가 났던데 오늘 앉은 의자는 무사했으려나? 무사했을 리가 없겠지. -_-; 다른 때 같으면 남의 일인데 올해는 나의 일이 되었음.
각설하고, 그래비티도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다. 그것도 그냥 일반 극장이 아니라 3D 아이맥스나 4DX로 봐야지 아니면 좀 지루할 것 같다. 초반에 한두마디 하고 죽는 엑스트라 수준의 단역 한명을 제외하고는 단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하고 스토리는 우주에서 사고를 당해서 천신만고 끝에 지구로 돌아가는 이야기. 배경이 대기권 바깥인 재난 영화다.
개연성을 따지면 이 영화는 볼 것이 하나도 없다. 탄탄한 드라마나 교훈을 따지는 사람은 욕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 고대 소설을 능가하는 우연의 연속에 일어나는 재난들은 솔직히 한 개인이 단시간에 다 겪기엔 좀 심한 수준. 마지막에 지구에 돌아온 순간에 겪는 일까지 포함하면 생존 확률이 0%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드라마니 감동이니 개연성이니 하는 것들은 다 갖다 버리고 철저하게 우주 재난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주인공과 함께 관객들이 그 사고에 동참하도록 연출한다. 3D의 웅장한 화면으로 보는 것도 좋겠지만 4DX를 선택한 건 놀이기구도 잘 못 타는 내게는 감당하기 힘든 과도한 자극이긴 했지만 최소한 그래비티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일듯.
굳이 이 영화에서 교훈을 찾자면 괜히 위험한 데 가지 말고 얌전히 중력에 발 붙이고 집에 있어라? ㅎㅎ;
사전 찾아봤는데 gravity는 중력이라는 의미라네. 딱 맞는 제목인듯.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두고두고 궁금하고 머리에 남는 건 코왈스키가 마무리하지 못한 뉴올리안즈의 털복숭이 남자가 아닌 남자.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걸까? 작가 머릿속에는 결말이 있었을 텐데 그 뒤를 혼자 궁금해하고 있다. ^^
이 영화 볼 분은 비싸도 3D 아이맥스나 4DX로 보시고 아니면 그냥 기다렸다가 집에서 TV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