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영화

헝거 게임 2부: 캣칭 파이어

by choco 2013. 12. 7.

도저히 볼 수 있는 일정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심야로 본 영화.

 

극장에 앉을 때만 해도 괜히 온 거 아닌가, 졸려서 눈이 감긴다... 막 그랬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확실히 히트하는 영화는 이유가 있다.

 

1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아무 정보 없이 앉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좀 이게 뭔 소린가 헤매긴 했지만 집중하면서 보니까 보지 않은 1부의 내용은 대충 이해가 되서 안 보고 봐도 맥락을 따라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혁명을 원하는 사람들의 제스춰라던가.. 디테일은 1부를 본 것과 보지 않은 것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스토리는 70년 넘게 지속되는 독재국가 판엠에서 매년 벌어지는 헝거 게임.  독재의 수도인 특권층이 모여사는 (로마가 연상되는) 캐피탈을 제외한 나머지 12구역에서 매년 남녀가 1명씩 선발되서 딱 한 명만 살아남는 게임이다. 이걸 통해서 캐피털 시민들은 검투 경기를 보러 콜롯세움에 몰려든 로마 시민들처럼 아무 죄책감 없이 체제에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즐기는 거고 나머지 12구역은 공포와 희생으로 더 웅크려드는 일종의 시스템.  우리를 포함해 독재 국가에서 스포츠와 섹스 산업을 국가가 의도적으로 키우는 이유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랄까...

 

1부를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1부에서 여주인공 캣니스는 같은 구역 청년을 사랑하는 척을 해서 헝거 게임 최초로 공동우승을 이끌어내 (1부를 보지 않았지만 쿼바디스의 장면이 왠지 떠오르는) 함께 살아 남았고 그때 그녀의 행동은 억눌린 12개의 구역 사람들에게 일종의 희망의 지표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켜야 하는 가족을 가진 캣니스는 2부에서 대통령과 독재 정권에 협조하는 척도 하지만 결국은 그녀의 의도와 상관없이 혁명의 아이콘이 되고 독재 정부와 대통령은 그녀를 죽이기 위해서 헝거 게임 75주년을 기념해 역대 우승자들의 게임을 만들어 다시 그녀를 경기장으로 끌어낸다.

 

최고의 적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가운데 생존 게임이 벌어지고 살아남은 그녀가 진정한 혁명 전사로 활약할 3부를 기약하면서 2부가 끝이 난다.

 

화려한 세트와 액션이 이어지는... 단순하게 보면 그냥 블럭버스터 오락영화인데... 순간을 즐기고 잊어버리는 게 목적인 이 영화가 2013년의 대한민국에 사는 평범한 시민에게는 전혀 남의 얘기로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지 대놓고 목숨을 걸고 남들의 유흥을 위해 끌려나가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점점 더 가깝게 가고 있다는 현실에 두려움까지 느끼게 됨.

 

반지의 제왕 이후로 오랜만에 다음 편이 기대되는 시리즈 영화.  급한 불 좀 끄고 나면 1부도 챙겨봐야겠다.  매년 겨울 새로운 기다림이 생겼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