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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아크람 칸 데쉬 (2014.6.15)
감상/춤 | 2014. 6. 16. 12:23

얼마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릴 나를 위해 미리 기록을 하자면 DESH는 뱅갈 어로 고향, 혹은 모국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방글라데시 이민자인 부모를 가진, 영국인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아크람 칸은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진 자신은 영국인으로 규정하고 방글라데시 혈통을 부정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가 끊임없이 상속하려고 한 방글라데시의 전통이나 정신을 거부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을 인정하면서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데쉬에 녹아있다.


어마어마한 노력을 통해서 뭔가를 완성한 대기만성형인 천재(난 이 경우도 천재라고 생각한다)를 만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이렇게 아크람 칸처럼 타고난 무시무시한 재능의 소유자와 조우할 때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감탄과 존경과 때로는 자극을 느끼게 되지만 후자는... 말 그대로 경외와 경배?  신이 허락한 영역에서 노는, 출발부터 다른 사람들은 그냥 그저 나와 동시대에 살고 접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크람 칸은 내가 직접 만난 (개인적인 친분이나 만남이 아니라는 건 부연할 필요가 없겠죠?) 몇 안 되는, 진정한 의미의 광휘를 가진 천재라는 걸 어제 공연을 보면서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그 전에도 몇번의 무대를 통해 정말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진데다가 그걸 표현할 노력과 의지를 가진, 뛰어난 예술가라는 생각은 했지만 데쉬는 그가 한 단계를 넘어섰다는 걸 실감했다.


8개의 에피소드에서 그는 아버지, 아들, 조카, 삼촌.  한 가족을 그는 춤과 언어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분명 춤인데 춤으로 느껴지지 않는 수준.

관객들에게 방글라데시의 열대우림을 배경으로 한 한 편의 환상적인 동화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과 함께 헤엄치고 놀다가 본래 세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하는 80분이었다.


인류에게 보편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아버지'라는 존재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감정과 기억에 이입해서 웃으면서 또 괜히 코끝이 찡하게도 만들고...  리허설 중에 근육통이 일어나 공연이 30분 정도 늦춰졌을 때 제대로 춤출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미안할 정도로 수준 높은 예술과 함께 하는 행복한 주말 오후였다.


음악도 무대장치도 무용과 환상적인 궁합.

이래서 종합예술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겠지.


2008년이던가?  실비 기옘이랑 같이 왔을 때 공연 속에서 아크람 칸이 "난 키도 작고, 대머리고" 어쩌고 하면서 일종의 자학 개그(?)를 했을 때 실비 기옘이 "넌 내가 아는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대머리야"라고 했었는데 (그때 다들 미친듯이 웃었음. ㅍㅎㅎㅎㅎ) 지금은 진심으로 공감하겠다.


아크람 칸은 정말 내가 아는 중 가장 훌륭한, 정말 섹시하고 뿅 가게 멋있는 대머리임.

그라면 대머리라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배가 나와도.  ㅋㅋ


똑같이 와인 2잔 마시고 뻗어서 못 간 동생에겐 심심한 애도를...


다음 주에 캐츠도 기대되는구나~


돈은 잘 못 벌어도 좋은 컨디션으로 공연 보러 다니는 건 참 행복함.  ㅎㅎ

그냥 올해는 적게 먹고 가는 X 싸야겠다~

 

참. 따로 쓸 수도 있겠지만 안 쓸 확률이 높아서.

어제 친구 생일이라 엘지 아트센터 옆에 있는 지아니스 나폴리라는 이태리 음식점에서 점심 먹었는데 음식 맛있음.

친절함은 그닥 기대할 수 없으나 가격 대비 훌륭한, 제대로 된 요리에 모든 것을 용서.

하우스 와인은 따놓은지 며칠 지난 맛.  레모네이드는 강추.

음식 종류도 다양한데 다음에 또 가서 다른 거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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