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본으로 나온 '열병' 이란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걸 절대 안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흡입력도 있고 강렬하다. 디자이너가 누군지 몰라도 표지가 전체 이미지와 재회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
반대로 두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인 소장본을 읽지 않은 사람 중 어느 정도는 2부가 좀 허하고 구멍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도 같다. 이선미 작가 특유의 격정적으로 몰아가는 그 문체나 뜨끈뜨끈한 분위기에 확 말려든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약간은 거리를 두고 꼼꼼하게 읽어나가는 사람이라면 군데군데 빈 자리나 의문점을 충분히 가질 듯. 그게 어딘지 딱 짚으라고 한다면 그건 곤란. 읽을 때는 여기가 비는군, 여기가 비겠군 했지만 편집하는 사람도 아닌데 굳이 출판본을 갖고 빨간펜을 들 필요는 없으니까. 그 느낌은 읽는 사람 개인에게 맡기기로 하고,
간단히 얘기하자면 꽤 오랜만에 나온, 읽을 만한 정통 로설이다. 로맨스란 장르에서 수없이 답습되는 뒤틀린 어린 시절을 가진 카리스마 남주와 남주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청승 여주. 나이 차이도 좀 나고 오해와 쫓고 쫓기는 도망과 추적도 있고. 식상했다고 다들 어쩌고 하지만 역시 이게 제일 맛있는 소재다. ^^ 읽으면서 '꽤 팔리겠군' 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며칠 되지도 않아 재판 찍고 나름 대박 조짐이 보이는 책.
작가 스스로도 후기에 밝혔지만 이건 욕 먹어도 상관없는 생각으로 작가가 작정하고 뻔~하디 뻔~한 코드를 밟아나갔다. 더불어 화려한 글발로 화끈한 삐리리~까지 더해주시니 그다지 수준높지 않은 나 같은 독자 입장에선 이선미 만세~가 나올 수밖에. ㅎㅎ
너무 야하네 어쩌네 하는 소리도 있던데... 확실히 야하다. 그러나 그 야함이 지저분하거나 지겹지 않게 읽히도록 한다는 게 바로 작가의 능력이겠지. 반복하는 얘기지만 로맨스를 보는 목적은 심각하고 복잡한 세상사를 잊자! 인 나 같은 독자들에겐 어설픈 코믹이나 발랄보다는 이런 것이 좋다.
물론 몇년 뒤에는 또 어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포스팅을 할지 안할지는 아직 미정인데. 아마 내가 처음 읽은 국내 로설인 이지환 작가의 그대 손을 내밀면을 최근 다시 보고 있는데 뭔가 그때 봤던 느낌이 아니고 별로다. 그때는 엄청난 자료조사로느껴졌던 그 명품 퍼레이드 나열도 영 마뜩찮고. 소설은 똑같은 것이니 내 취향이 변한 거겠지.
책/픽션
두번째 열병
이선미 | 여우비 | 2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