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으나 친한 예전 동네 친구들과의 모임을 갖지 못했던 관계로 송년회 겸 12월 셋째주 주말에 만났다.
본래는 옥인동의 엘라 디에 가려고 했지만 겨울에 가기엔 너무 멀고 험함. 더구나 한명은 안산. ㄷㄷㄷㄷㄷ 열심히 검색을 해서 만만한 이태원에 적당한 곳을 찾았다.
요즘 프랑스 레스토랑은 이렇게 칠판에 메뉴 적어서 보여주는 게 유행인듯. 어제인가 포스팅한 파씨오네(간 건 여기보다 뒷날)도 여기 같은 비스트로가 아니라 팬시한 레스토랑인데도 칠판 메뉴를 고수해서 좀 언밸런스하다 싶었는데 여긴 이런 게 딱인듯.
4명 중 나 포함한 3명이 이제는 술 없이 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이라 하우스 와인을 한병 시켰다. 500ml가 얼마였더라... 여하튼 쌌음. 비싼 레스토랑의 하우스 와인 한잔보다 조금 비싼 정도였던 것 같다.
애피타이저로 믹스드 플레이트를 시켰는데 정말 대박. 요즘 어지간한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의 치즈는 다 코스트코표인데 여기는 다는 아닌듯.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리예뜨며 3종류의 초리조, 살라미도 아주 맛있었다. 블루치즈와 무화과의 궁합이며 피클도 훌륭. 빵도 푸짐하고. 여러 명이 와도 이것 하나만 시켜도 와인 2병은 거뜬히 마실 수 있을듯. 이태원에서 간단히 저녁 먹고 술은 여기로 마시러 와서 믹스트 플레이트만 시켜도 충분한 것 같다.
메인은 3종류를 시켰는데 오늘의 생선인 연어구이. 매시드 포테이토와 연어의 궁합이 의외로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았음. 간단하니 종종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거 배웠음. 역시 여기저기 먹으러 다녀야 이런 새로운 걸 배우게 됨.
토마토 당근 스튜. 뭉근하니 잘 끓인 쇠고기 야채 스튜. 내 입맛에는 조금 짰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일행의 간이 일반적인 것보다 약하다는 걸 감안하면 이게 대중적인 간이지 싶다. 빵에 찍어먹어도 맛있음. 와인이 술술 들어가는 안주~
유일하게 별로였던 스테이크. 아주 심플하게 소금 후추 간으로 구워 잘 볶아낸 양파, 버섯을 듬뿍 곁들여 먹는 스타일로 프랑스 식당보다는 미국 식당에 어울리는 스타일.
이런 스테이크는 고기의 질이 생명인데 고기의 품질이 이렇게 심플하게 쓰기엔 그닥이었다. 이 정도 품질의 고기는 이런저런 소스나 향신료를 듬뿍 써서 좀 더 프랑스스럽게 조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쉬웠음. 여기서 스테이크를 다시 먹을 일은 없을듯.
하지만 다른 요리들은 골고루 다 시식해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해짐. 전체적으로 양도 많고 가격대도 괜찮은 프랑스 비스트로. 사실 감자 그라탕도 하나 시키려고 했는데 주문 받는 언니가 너무 많다고 말려서 포기했는데 말 듣기를 잘 했다. 점심 모임이 있으면 이곳에서 또 세팅을 해서 다른 것도 먹어봐야겠다. 특히 감자 그라탕은 꼭!
올해는 프랑스 음식을 열심히 먹는 해인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