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설

재난 체험

by choco 2016. 2. 7.

몇년 전 구미에서 수돗물이 끊기는 대란이 일어났을 때 만약 서울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얼마나 큰 재난일까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오늘 불과 몇 시간, 우리 아파트 한정으로 겪어봤는데... 서울 전체가 아니라 한 동네 정도만 그렇게 되도 재앙이지 싶음.


아침에 수도관이 파열되어서 (원인은 아직도 모름) 물이 끊겼는데 하필이면 설 연휴다 보니 수리기술자도 수배가 빨리 안 되고 완전 황당한 상황.


화장실은 집 뒤의 시장으로 가고 허드렛물은 시장의 단골 가게에서 좀 얻어오려고 했더니 소문 나면 아파트값 떨어진다고 갑자기 강남 아줌마에 빙의하신 부친 덕분에 수퍼에 제일 싼 생수를 배달시켰음.


근데... 부친의 이 눈물 어린 강남 아줌마 빙의에도 불구하고 물 배달 얘기 꺼내자마자 수퍼 아저씨 曰 "오늘 00 아파트 물 안 나온다면서요?" 

이미 소문이 다 났구만... -_-;;;


설거지를 할 수 없으니 제기 위에 1회용 그릇을 올리는 최소한의 예의를 차려 내일 아침에 차례만 대충 지내고 수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호텔에서 지내자고 결론을 내리고 개 데리고 갈 수 있는 호텔 물색해보고 있는데 다행히 오후에 수리가 되서 물이 다시 나온다.


아침부터 딱 반나절 정도의 일인데 정말 힘들었다.


아파트 한 동이니 물도 배달이 되지 우리 아파트가 대단지였거나 우리 동네에 물만 끊겼으면 서울시 공무원들...까진 아니고 우리 구 공무원들 정도는 연휴 때 출근 다 해야했을듯.


오늘 경험에서 내린 결론.

물 끊기면 대책 없다.


해결 방안?

로또가 되면 서울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지하수가 나오는 아주 작은 주말 주택을 구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ㅜ.ㅜ

패시브 하우스에 태양광은 필수.


우리가 얼마나 에너지 의존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실감하는 설날 전야.


이제 저녁 먹고 제기 꺼내야겠다.

제기 위에 1회용 그릇이 올려진 광경을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조상님이 우릴 돌보신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