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친에게 잘 얻어먹는 날은 우리의 생일.
반대로 부친께 좀 근사하니 대접을 하는 날은 부친의 생신과 어버이날.
어버이날을 맞아 + 동생에게 20% 할인 쿠폰이 날아온 덕분에 가로수길에 있는 엘본 더 테이블을 예약했다.
받침 접시 정말 마음에 든다.
코키지가 3만원이라는 예전 정보를 믿고 와인을 가져갈까 했으나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봤더니 5만원!!!! @0@
이건 와인 같은 건 절대 가져오지 말고 자기들 것 마시라는 소리. -_-;
글라스 와인도 넘 비싸고 해서 그냥 저렴한 걸로 한병 시켰다.
평소라면 좀 모자랐겠지만 이날 내 컨디션이 술 마실 상황이 아니라 겨우 한잔 마신 관계로 아쉬운대로 적당했음.
예쁜 웰컴 푸드.
왼쪽에 있는 마카롱은 제육볶음의 향이 감도는 뭔가 야리꾸리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맛. 술을 엄청 부르는 맛이다. 그닥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런 신기하고 손 많이 가는 건 이런 파인 다이닝에 와야만 먹어볼 수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굿~
가운데에 있는 건 뭐라뭐라 설명을 하는데 그냥 간단히 설명하자면 푸딩처럼 부드럽게 한 일본식 새우달걀찜. ㅎㅎ
벌써 이름을 까먹은 오른쪽 게 제일 맛있었다.
집에선 하기 힘든, 손이 많이 간 음식이라 눈요기도 되고 입도 새로운 경험을 함.
빵 두종류 다 맛있다.
버터는 플레인과 피스타치오. 딱히 큰 맛의 차이는 모르겠음.
부친은 엘본 더 테이블 디너.
우리는 한 코스가 더 적은 노블 디너인데 내용도 좀 다르다.
이건 부친의 엘본 더 테이블 디너의 캐비어 어쩌고 저쩌고.
괜찮다고 하심.
엄청 까다로운 울 부친이 괜찮다면 괜찮은 거다. ㅎㅎ
우리 코스의 살짝 데친(? 구운 식감은 아닌듯)키조개 관자와 자몽을 곁들인 냉채랄까?
간단하고 폼도 나고 이건 집에서 해먹어도 좋을 것 같다.
이건 엘본 더 테이블 코스에만 나온 것.
하나는 치즈 튀김, 하나는 복어 이리 튀김.
복어 이리는 전골이나 지리에 넣어 먹을 생각만 했지 튀긴다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놀랐음.
요리사는 정말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이란 걸 이런 파인 다이닝 코스를 먹을 때 느낀다.
생각지도 않은 조합으로 다양한 맛을 낼 때는 감탄하고 식상한 조합이 계속될 때는 아무래도 좀 지루하지.
여하튼 맛도 있다고 하심.
단 술이 꼭 필요하다는 전언.
노블 코스의 고구마 크림 스프.
고구마 스프라고 했을 때 속으로 -_-;;; 했는데 의외로 아주 맛있었다.
고구마가 남을 때 코티지 파이 말고 고구마를 해치울 좋은 아이템을 또 하나 배워가는듯.
엘본 더 테이블 코스에선 완자에 비스퀴 완두콩 스프(로 짐작됨)를 즉석에서 부어 서빙을 해줌.
동생이 동영상만 찍어서 부친의 초상권을 지켜드리는 의미에서 사진 패스.
맛있었음.
그대로는 힘들겠지만 역시 병아리콩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 같다.
파스타를 잘게 다져 리조또처럼 만든 엘본 더 테이블 코스인데 정말 손이 많이 갔겠구나... 비싸긴 하지만 돈값을 한다고 인정하게 한 음식.
위에 펜넬 꽃을 올린 것도 좋은 아이디어인듯.
펜넬 꽃을 먹을 생각은 못 했었네....
노블 코스의 까르보나라.
위에처럼 나오면 직접 슥슥 비벼서 먹으면 된다.
굉장히 고소하고 느끼하고~ 까르보나라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그 맛인데... 양이 작은 사람은 메인을 위해서 이걸 다 먹으면 안 됨.
무지하게 포만감을 주는 음식이다.
엘본 더 테이블 코스의 메인은 채끝, 립아이, 안심, 양고기 등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5가지 소금이 함께 서빙이 되는데 고기에 간이 잘 되어 있어서 특별히 간을 세게 먹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시각적인 효과 정도?
고기는 제법 크다.
코스에서 이 정도 사이즈의 스테이크가 나오는 건 본적이 없는듯.
노블 디너에선 양고기 커틀릿, 채끝 등심, 생선 세가지 중 선택 가능.
동생은 채끝등심을 선택.
여기는 소스를 뿌려서 나온다.
부친도 동생도 미디움 레어를 선택했는데 고기는 적당하게 잘 구웠다.
그런데.... 앞서 요리들에 비해 스테이크는 좀 실망.
우리가 재수가 없어서 기름과 힘줄이 유독 많은 부위가 걸렸을 수도 있겠으나 고기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의 비중이 부친과 동생의 고기에 모두 높았고... 그걸 제외하더라도 고기의 질이 이런 파인 다이닝에 어울리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생선은 아주 만족~
생선을 맛있게 잘 굽기가 쉽지 않은데 겉은 파삭 속은 촉촉하니 굿~
여기의 광어 스튜가 맛있다는 소문을 들어서 그걸 기대했는데 스튜가 아니라 좀 아쉬웠지만 그 실망을 상쇄시켜주는 훌륭한 생선.
차는 이렇게 선택을 할 수 있고 커피도 선택 가능~
밤이라 카페인이 없거나 적은 걸로 선택.
동생은 여기의 시그니처라는 엘본 더 테이블 티를 선택했는데 녹차에 장미를 더한 거라고 한다.
카페인이 쥐약인 나는 히비스커스, 부친은 스트로베리 민트로~
괜찮았음.
세팅이 특히 마음에 든다.
디저트도 돈 낸 정도에 따라 차별화. ㅎㅎ
노블 디너는 몽블랑과 바닐라 아이스크림.
몽블랑 좋아하는 나로선 이게 더 감사~
맛있었다. ^^
부친의 것은 티라미수와 ?? 아이스크림.
티라미수는 솔직히 내 동생이 만든 것보다 별로였으나... 객관적으로 나쁘지는 않은 수준.
플레이팅은 정말 예술이다.
스테이크가 좀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은 저녁~
헉! 소리 나오게 비싸긴 했으나 그 가격이 납득은 갔다.
같은 가격인데 이태원보다 가로수길이 좀 더 독특하다고 해야하나?
이태원에서 먹을 때는 아이디어가 참 좋네, 창의적이다. 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다음엔 진경수 쉐프의 레스토랑에 가봐야지.
거긴 스테이크도 예술이라는데 기대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