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다큐는 재밌을 것 같았으나 막장으로 가는 삘이 살그머니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 개인으론 절대 약속을 잡을 수 없는 바쁘시고 똑똑한 양반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는 재미는 쏠쏠하다.
지금 마감을 해야하지만 무지하게 손에 안 잡히는 와중에 그냥 기록해놓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 핑곗김에 블로그를 열었음.
들으면서 속으로 '정말?' 했었는데... 1980년대까지 서울시의 상수도 보급률이 60%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운 물은 좀 나중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기억하는 한 물은 수도를 틀면 항상 콸콸 나오는 것이었는데 그 시절에 수돗물을 맘대로 쓰던 사람이 서울 시민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니 정말 놀랍다.
그렇게 돌아와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게, 우리가 잠실 살 때 아파트 단지 주변은 그야말로 허허벌판 논밭이었다.
롯데월드 자리에서 겨울에 물을 얼려 스케이트를 탔고,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만 가면 참외밭이 있어서 거기 원두막에서 참외 사서 먹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유독 그 참외밭의 기억이 왜 떠오르냐면 손으로 눌러서 쓰는 그 물펌프가 너무나 신기해서 그걸로 계속 물을 뜨다가 펌프 손잡이를 망가뜨렸던 기억 때문에. 쇠로 만든 펌프인데 우리가 물을 올린다고 계속 움직였다고 해서 부러졌을 리는 없고 본래 부실해 망가지기 직전이었다고 믿고 싶음. 엄마가 우리가 끼친 손해에 대해서 어떻게 보상을 해줬는지도 기억은 없다. 내가 엄마라면 무지하게 화를 냈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선 우리 모친이 참 보살이셨던듯, ^^;
지금 남은 기억은 노란 참외가 참 맛있었고 펌프에서 물을 계속 퍼올리는 게 참 재밌었다는 거. 너무 물을 퍼올리다가 손잡이를 고장 내고는 참외로 손이 찍찍한데도 제대로 씻지 못 해서 불편했던 기억도 난다.
잠실 부근에서도 펌프로 지하수를 길어서 썼을 정도면... 80년대까지 상수도 보급률이 이해가 가긴 하네.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