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가정가사 시범학교여서 2학년 때는 가사 3시간, 가정 3시간으로 무려 6시간이나 수업이 있었다.
다른 학교에서는 시범적으로 한두개만 선별해서 하던 교과서의 실습(?)들도 모조리 다. ㅡㅡ;
기억나는 것만 해도 셔츠블라우스와 퍼프소매 블라우스 2개에 개더 스커트, 프렌치 자수와 스웨덴 자수, 동양자수를 한 가방에 쿳션, 동양자수로 방석, 조각이불 등을 만들고 뜨개질도 조끼에 목도리에 진짜 끝내줬었다.
이 정도인데도 가정 선생님은 선배들은 한복도 만들었는데 너희는 한지로 저고리 야매로 만들고 동정 다는 것만 배운다고 아쉬워(?) 하셨다.
본래도 이 동네에 취미가 없는 내게 저 3년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내가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쓸모가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과목이 저 가정가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솔솔.
요리 관련은 그때도 취미가 있었기 때문에 당시 배웠던 지식들은 지금도 거의 다 기억하고 쏠쏠히 써먹었다. 바느질은 단추 다는 방법과 치맛단 뜯어졌을 때 공그르기는 유용한게 생각했지만 그 수많은 수예는 이를 갈았었는데 요즘 주변에서 비싼 돈 내고 자수 클라스 받는 거 보니 옛 생각이 솔솔.
등록금에 다 포함된, 우리 세대가 빡세게 배웠던 그 당연한 교육과정이 어마어마한 레슨비를 내면서 하는 우~아한 사모님 취미가 되다니.
아우트라인 스티치 말고는 기술은 기억나는 게 없지만 레이지데이디 스티치며 이름은 줄줄이 떠오르는 걸 보면 내가 진짜 싫어하긴 했었나보다.
이렇게 쓰면 내가 낑낑거리면서 엄청 열심히 한 걸로 보이겠으나... 실은 다 엄마 숙제. 말도 지지리도 안 듣는데 뭐가 예쁘다고 이걸 왜 해주냐고 욕하면서도 울 모친이 다 해주셨음. ㅎㅎ
잡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