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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2/단상

내 양심의 한계

by choco 2017. 9. 25.

 

2년 전 광복 6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를 하면서 일본의 만행에 분노하고, 일본인이면서도 그 잘못을 덮지 않고 진실을 찾아내는 일부 양심적인 일본인들에게 감탄하고 감동했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이제 나는 베트남에서 한국이 저질렀던 학살과 마주하고 있다.

이번엔 우리가 가해자다. 

일본보다는 그나마 덜 하지만 그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는.

학살당한 사람들은 있는데 학살을 했다는 사람은 없는 참 난감한 상황.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의 잘못을 추적하는 건 참 깔끔하다.

아무 거리낌없이 그 죄와 그걸 저지른 사람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엄혹한 박정희 시대의 통제와 국가적인 최면을 아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그게 참 쉽지 않다.

그들 역시 이용당한 어찌 보면 가련한 존재.

이 진한 연민이 계속 나를 힘들게 했고 지금도 힘들다.

그래도 한번쯤은 그 진실을 햇볕 아래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아프고 힘들더라도 이제는 우리도 그래야할 때가 된 것 같다.

텍스트로 정리된 프로필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촬영해온 인터뷰들을 보면 정말 더 많이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인간이니까. 

양심이 있는 인간이길 포기하면 안 되니까 정말 보기 싫고 덮고 감추고 싶더라도 꺼내서 펼쳐야 한다. 

그렇긴 한데...  깜깜하고 통제된 시대를 살았고 여전히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 조국의  노인들에 대한 연민도 오랫동안 나를 괴롭힐 것 같다.

딱 여기까지.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까지만 나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