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기 전날 내 수트 케이스에 들어간 뽀삐. 왜 저렇게 구석탱이나 저런 곳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저기에 넣어 데려가고 싶기는 했음. ^^ 갈 때는 짐이 없는 관계로 러시아의 그 무슨 인형처럼 저렇게 가방 속에 가방을 넣어 합체해서 갔다. 올때는 물론 분리.
보너스. 하품하는 뽀삐 사진. 지금 내 침대 한가운데에 벌렁 드러누워 꾸룩꾸룩 잠꼬대를 하며 자고 있다.
공항에서 로밍폰 빌렸음.
비행기표 예약한 여행사 직원과 거기서 만났다. 그녀도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 출장. 나중에 알게되지만 이날 하루종일 동행하게 됐다. 정말 좁은 세상이란 걸 체험.
로밍폰도 안 가져가려고 했으나 집에서 하도 난리쳐서 막판에 빌리는 바람에 돈도 더 썼다. ㅠ.ㅠ 사실 별로 빌리고픈 설마 로밍인데 전화하는 인간 없겠지? 별 일 아닌 걸로 전화오면 죽여버리고 싶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중 일이지만 나쁜 예감은 항상 더 잘 들어 맞는다.
비행기 떴고 밥 주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안 준다고 한참 욕을 했더니 느릿느릿 준다. 역시나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을 타면서 느낀 거지만 서비스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느리다. 건설적인 코멘트에 24000마일을 보너스로 준다는데 이번 여행에서 불만 사항을 다 정리를 해서 걔네 홈피에 올려야지. 그렇게 결심했지만... 영어로 써야 하는데 한글도 귀찮아하는 내가 과연?
본래 계획은 다른 여행 블로그들처럼 기내식 사진부터 다 찍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역시나 없었던 일로. ^^;
식사는 딱 기내식 수준으로 특별히 나을 것도 모자랄 것도 없지만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정말로 오랜만에 스테인레스 나이프와 포크가 나왔다. 지은 죄가 없다는 얘긴가? ㅎㅎ
암만으로 어학연수 간다는 학생에게 속성 아랍어 교육 받았음.
라마단 케립 -> 라마단 시기에 좋은 인사. 라마단 잘 보내세요라고 함
아시프-> 미안합니다 어디 가서든 가장 필요한 말이지. 특히나 라마단에 신경도 곤두서 있다는데 조심 또 조심.
수크람 -> 고맙습니다. 이건 기내 방송에서 하도 나와서 절대 안 잊어버릴듯.
살롬 -> 안녕에 해당하는 인사.
아는 아랍어라고는 신바드의 모험덕에 배운 인샬라밖에 없는데 어휘 4배 증가. 라마단 케립은 입국 때 써먹었다. 그러나 별 반응 없었음. 무뚝뚝한 얼굴로 "땡큐" 하더라. -_-;
새벽 5시 20분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서 세상에 비행기가 일찍 도착하는 일도 다 있다니 6시 30분에 투어 시작. 한국에서 만났던 그 여행사 직원과 사장과 한팀이 되어 투어가 시작이 됐다. ^^;;; 처음엔 기분이 좀 묘했음.
두바이의 중심가가 투어의 첫 시작이다. 어지간한 대도시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고 뉴욕이나 시카고를 연상하게 하는 마천루의 숲. 그런데 이것은 앞으로 진행될 공사에 비하면 약과라고 한다.
전 세계에 있는 타워 크레인의 25% (30%라는 글도 어디서 본 것 같음) 가 두바이에 몰려있을 정도로 온 나라 전체가 공사판. 지금 사진에 보이는 곳은 세계 최고층의 마천루를 짓는 현장인데 짓는 동안 다른 곳에서 더 높은 걸 지을까봐 몇미터인지 극비라고 함. 삼성에서 짓고 있다고 한다.
낙타 경기장에서 바라본 새벽의 두바이 시내. 바닷가라 그런지 아니면 많은 건설로 인한 환경 변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사막인데도 이른 아침엔 안개가 상당히 심하다. 그리고 철저한 계획 도시라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구역과 아닌 구역이 분리되어 있어서 저런 전경이 가능함. 뉴저지 쪽에서 뉴욕 시내를 바라보는 느낌과 비슷했다. 지금 건설되는 건물들이 반만 완공되어도 스카이 라인이 또 확 바뀌겠지.
낙타 경기장에서 찍은 낙타들 훈련 모습.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저렇게 뛰노는(?) 수백마리의 낙타를 보니 나름 장관이었다. 역시 인간이나 짐승이나 어린 놈들은 말 안듣는단 것도 발견. ^^ 자꾸 줄 따라 안오고 게기는 건 꼭 어린 낙타들이다. 동영상으로 찍고 싶었지만 메모리의 한계로 포기. 어린 낙타들이 정말로 귀여웠다. 가까이 가보고 싶었지만 그러면 바로 추방이라고 한다. -_-;;;
낙타 경주를 하는 기수들은 어릴 때 인도나 파키스탄 등지에서 인신매매를 해오고 또 사망 사고가 많은 문제 때문에 로보트 기수 가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두바이에선 로보트 기수가 오진 않았지만 멀지 않은 장래엔 그리 되리란 예상.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내 느낌인지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음.
그런데... 로보트를 등에 태우고 달리면 낙타도 기분이 별로일 것 같고 경?가 재미가 있을까???
낙타 경기장. 빨간 울타리를 따라 경기가 진행이 된다. 아직은 더워서 경주가 없고 -10월 중순인데 새벽엔 27도. 이때만 해도 견딜만 했다. 11시 정도부터는 죽음- 11월부터 2월까지가 시즌이라고 함.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인간이고 낙타고 다른 계절에 뛴다는 건 미친 짓이다.
낙타 경주장 근처에 있는 무슨 대저택이었던 것으로 기억됨. 정말로 두바이 부자들이 사는 저택은 저 멀리 언덕에 담으로 둘러싸인 성이다.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사 직영 여행사인 아라비안 어드벤처에선 궁전 외부 관광 코스가 있다고 한다. 숙소며 등등의 편의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쪽이 한두가지 더 구경거리가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가이드 자체는 별로 세세하지 않은 모양이다. 숙소에서 만난, 아라비안 어드벤처를 한 여행자와 의견 교환을 통해 내린 결론. 궁전과 바람의 집 구경이냐 자세한 가이드 설명을 듣는 편안한 투어냐의 선택인듯. 이제 늙어서 편한게 좋다. -_-;;;
바로 근처에 있는 두바이 왕이 월드컵 승마를 위해 지은 경마장과 골프장 구경. 트랙은 경마장이고 내부와 주변은 골프장. 뭐든 했다하면 세계 최고여야하는 이 대왕께서 장장 76억의 상금을 내건 덕분에 작년에 한다하는 기수들이 다 왔다고 한다.
두바이에서 이런 초록빛 풀을 보기 위해서는 엄청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단 바닥에 물이 흐르도록 배수로 공사를 해서 계속 적셔주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한참 더운 시간에는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며 다시 또 물을 준다. 이런 골프장과 경마장 뿐 아니라 시내 곳곳의 가로수나 잔디도 같은 구조. 물이 부족한 사막 국가기 때문에 바닷물을 담수로 바꿔서 이렇게 물을 댄다고 한다. 거대한 담수 공장(?)이 현재 2개가 있는데 하나는 두산에서 지었다고 함. 그리고도 모자라서 또 엄청나게 큰 것을 짓고 있다고 한다.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일단 여기서 정지. ^^
다운타운 -> 낙타 경기장 -> 경마장 코스 끝. 이때도 시간이 채 9시가 되지 않았다. 새벽부터 움직이니 확실히 하루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