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생신을 축하하는 저녁. 무지무지하게 추웠던 날이라고 여기에 기록을 해놔야겠다. 부친 생신 저녁이 아니었다면, 더불에 2달 전에 힘들게 예약 대기를 걸어 우여곡절 끝에 예약이 된 게 아니었다면 + 예약금이 무서워 취소를 못 하고 꾸역꾸역 간 날이기도 함. ^^;
한식이라기도 양식이라기도 애매한... 일본식 횟집 혹은 초밥집의 주방장 맘대로 주는 오미카세 컨셉에 베니하나 풍 철판구이를 변형해 고깃집에 응용한 게 아닌가 싶은데 요 몇년 한국에서는 무지하게 인기 있는 한우 구이 레스토랑.
강남의 무시무시한 20~30만원대 가격과 달리 여긴 10만원대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인지 예약하기 엄청 힘들다.
우리가 1착이라 찍은 아무도 없는 공간~ 로얄 코펜하겐이 보이는~
채끝 스테이크용 고기~
아마도 계절마다 조금 다르게 주는 듯한 식전주. 이날은 따뜻한 뱅쇼. 분홍 설탕을 둘러놓은 잔이 센스 있음. 엣날에 유행했던 미네르바란 커피며 마가리타 칵테일이 떠오르는 잔~
치과 치료가 길어져 술 못 드는 부친을 안타까워하며 동생과 내가 시킨 부르고뉴 와인 하프 보틀. 이날 술 마시는 사람들은 우리 밖에 없어서 좀 희한했다. 와인 맛있었음.
첫 요리. 편채 혹은 타다키. 당연히 잘 구웠다. 본래 영양부추랑 예쁘게 세팅되어 있는데 먹고나서 찍어야 한다는 걸 기억. ^^;
저기서 스테이를 리브유와 우유거품을 얹은 호박죽. 뭐 그냥 호박죽 맛.
저기서 스테이크를 열심히 굽고, 저 아래 오븐에서는 그릇을 따뜻하게 웜업하고~
이렇게 한사람마다 세팅. 당연히 맛있음. 완벽하 굽기. 다만 내 고기는 힘줄이 좀 있었다.
소문이 자자하던 플뢰르 버거. 패티 퍽퍽하지 않게 잘 구웠음.
업진살, 치마살, 제비초리 등등 숯불에 구워 줌.
센스 있는 샐러드와 아주 매콤한 고추장아찌와 대파 볶음.
구워주는 사진을이 근사해서 올리고 싶은데 뭔짓을 해도 다른 손님 얼굴을 가려지지 않아서 그건 패스.
이렇게 계속 구워주는 거 먹고~ 위에 보이는 건 각종 소금들.
이건 본론과 관계없는 얘긴데 다음이고 티스토리고 카카오가 손을 대면 댈수록 구려지는듯. 사진 올리려면 얼굴 가리는 스티커가 필수인데 그걸 왜 없앴는지 이유를 모르겠음. 혹시 남겨놨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곳에 있으면 의미가 없지. 사용자 편의가 아니라 프로그래머인지 기획자인지의 취향에 맞춰서 그들만의 참으로 독특한 설계인지 세팅. 갈 곳만 있으면 정말 간절히 떠나고 싶은 곳이 되어버렸다.
여튼, 모자라서 하우스 와인 한잔 더 마시고~ 꽉꽉 밟아주는 엄청 푸짐한 하우스 와인!~
센스 있는 입가심, 방울토마토 절임.
즉석에서 해주는 스키야키~
남은 흰자로는 즉석 달걀찜
버섯밥과 무국과 반찬~
로얄 코펜하겐에 주는 오렌지페코 홍차와 디저트까지~
강남쪽처럼 접근 불가능한 무시무시한 가격도 아니고 좋은 날 맞춰서 큰맘을 먹으면 가능한 가격대의... 흡족한 식사였음.
주말 예약은 무지 힘듦.
2달 전에 예약 했는데도 자리 없어서 대기 걸어놓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가려던 날짜 며칠 전에 겨우 연락 받았다.
이날 예약 안 됐으면 아마도 하나나 줄라이, 더젤 등 안전한 다른 곳으로 갔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