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내 직업의 가장 좋은 점은 평범한 내가 만나기 힘든, 각 분야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에게 심도 깊은 얘기를 접할 수 있다는 건데 이번에도 그걸 실감.
난 첨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얼리어덥터는 호구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기계나 변화를 빨리 체험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내 취향은 첨단이나 미래보다는 오래되고 익숙한 것들. 좋게 말하자면 클래식 혹은 앤티크이고 나쁘게 표현하자면 구닥다리.
나는 아직은 마음만 먹으면 소위 첨단 시스템을 그럭저럭 이용할 수 있지만 내 나이에 비해서 과거에 있다. 대체 가능한 게 있다면 조금 불편해도 아날로그를 이용한다. 더불어 익숙한 사람들에 따라갈 틈도 주지 않고 배려없이 휙휙 달려가버리는 한국의 속도에 반감을 가진 축에 속한다.
그런데 이번 IT 다큐멘터리를 하면서 왜 우리를 포함해 세계가 그렇게 첨단기술의 발전과 속도에 목을 매는지에 대해서 이해랄까... 공감이 많이 생겼다. 웬 뻘짓이냐고 혀를 찼던, 미국와의 그 5G 세계 최초 상용화 경쟁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기도 했고. 앞으로도 내게 꼭 필요한 걸 제외하고는 절대 열심히 따라가지는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선 동감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음.
4차산업혁명을 외치는 소위 혁신가들에게 나같이 초연결을 거부하고 손에 잡히는 아날로그 지향적인 인간은 참 걸리적거리고 짜증나는 존재이지 싶겠다는... 나에 대한 주제 파악도 또 하나의 성과라고 해야겠지.
이수만 회장은... 그가 꿈꾸는 미래는 내게 디스토피아로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과생이 문과적 상상력을 가졌을 때 그 폭과 깊이는 정말 한계가 없고 어마어마하구나란 부러움을 느꼈다. 내게 이수만은 까마득한 옛날, 달려라 중계차의 수만이 오빠의 기억이 말 그대로 각인이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 양반이야말로 정말 천재구나. 여러가지 문제가 많긴 하지만 SM이 그낭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해줬다.
코로나 상황과 겹쳐서 스트레스도 엄청 받고 정말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배운 게 많아서 보람참.
이제 시사도 무사히 끝났다는 포스팅을 여기에 쓸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