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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픽션

톨킨의 환상 서가

by choco 2021. 3. 5.

 더글러스 A 앤더슨 엮음 | 황금가지 | 2021.1.?~3.1

책의 부제는 톨킨과 반지의 제왕을 만든 스물두 편의 이야기.  부제대로 22편의 환상 문학 단편 모음집이다.

유명인에 기댄 마케팅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지 톨킨에게 정말 영향을 줬는지 아닌지 확실치 않은 동시대 작가들의 환상문학들을 그의 이름에 기대서 엮었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하지만 그런 @@팔이~ 마케팅에 대한 거부감을 떼어놓고 책에 있는 작품들 자체로 보면 재미있다.  좀 더 정확하 말하자면 딱 내 취향. 

우리나라에서 전우치나 박씨 부인의 비슷한 버전들이 존재하듯이 바그너가 악극으로 만든 보탄(=오딘)에서 지그프리드까지 이어지는 그 신화는 유럽에서 그리스 신화와 함께 커다란 산맥인듯 싶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변형을 내서 만나니 재미있었고, 어릴 때 한참 읽었던 각국 동화 전집에서 자주 등장하던 요정들이나 사람을 잡아 먹는 도깨비 얘기 역시 오랜 추억의 향기가 다시 살아나는 아련한 느낌.  확실히 난 어릴 때부터 왕자나 공주 얘기보단 요정여왕이나 난쟁이, 도깨비나 마녀, 용이나 그리핀 등 환상적인 동물들이 나오는 내용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내용 하나하나를 다 소개하는 건 불가능이니 내게 특히 재밌었던 것만 몇개 적어두자면  지구가 임계치에 달한 요즘에 확 더 와닿는 아세매맥켄의 공포의 엄습과 여왕의 일대기를 그린 알위나 이야기가 기억에 남고,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거래를 완전 다르고 재밌게 비튼 악마 교황은 피식피식 웃으면서 나름 통쾌함을 느끼는 단편. 

제목을 확인하기 위해 목차를 보니 얘기 하나하나가 다 떠오르고 다 나름대로 재밌었구나란 기억이 새삼.  오랜만에 700쪽이 넘는 벽돌을 잡았는데 순조롭게 격파했다. 

그나저나... 책장에 쌓인 1000쪽이 넘는 하드커버 벽돌들은 언제 해치울 수 있으려나.  간만에 독서의 신이 내리는 기분인데 이 흥이 끊기기 전에 이것저것 열심히 읽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