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목구멍이 간질간질 가래가 생기는 것, 둘째는 눈이 건조해져서 인공눈물이 필요해지는 것, 세번째는 뜨거운 차가 땡기는 것.
요즘 작업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물을 올리고 컴퓨터를 켜고 창문 열고 환기 시킨 뒤 물이 끓으면 보온병에 넣고 차 한잔 우리기~
올해는 더위가 일찍 끝나서 8월 중하순부터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8월 중하순의 어느날인듯. 올해는 더위가 빨리 물러가서 뜨신 차를 이르게 시작~ 제인 오스틴의 티타임을 흉내 낸 두툼한 버터 토스트와 홍차. ㅌ님이 나눠주신 카렐. 얘네 티백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예뻐지는듯.
주말에 한복상회 구경 갔다가 들른 현대백화점에서 사온 브리오슈와 동네 빵집의 베이글을 곁들인 티런치. 다만 프레르의 잉블을 마셨다. 다만 프레르가 명성은 높은 것 같으나 내겐 무난하니 큰 인상은 없는 홍차.
구워놓은 플레인, 얼그레이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장미잼. 브래드05의 소세지 패스트리. 비가 와서 뜨거운 차와 스콘 등등 따뜻한 티푸드가 잘 어울렸던 날로 기억함. 머그에 대충 우리는 건 싫으나 티포트와 찻잔까진 꺼내기 귀찮아서 오래 전 영국에서 사온 위타드의 티포원과 접시들이 간만에 일을 했음.
냉장고에서 시들거리는, 세일로 사와서 열심히 먹고 남은 보라양배추와 한상자 토마토 산 날, 단골 달걀 농장에서 달걀 주문할 때 선물로 예상치 않은 토마토가 함께 와서 열심히 먹어야 하는 관계로 만든 채소 빵빵 햄치즈 샌드위치. 오랜만에 만들었더니 감이 떨어져서 빵빵함이 좀 덜하긴 하지만 그럭저럭 모양은 갖춘. 딜마의 블퍼를 우릴 예정이었으나 다 마셨는지 안 보여서 트와이닝의 프린스 오브 웨일즈. 은은한 훈연향이 햄 샌드위치와 잘 어울렸다.
오늘 점심 티타임. 믈레스나 홍차에 버터 토스트와 피칸파이. 근데 다른 거 먹느라 피칸파이는 그냥 다시 냉장고로~
며칠 전에 우려놓은 마지막 한 병 다 마시면 올해 냉침은 끝이 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