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9권 돌파.
아직 부처님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14년을 돌고 돌아 천축국에 겨우 입성을 했다. 살벌했던 8권까지와 달리 9권에서는 모험담도 좀 순화되고 아주 조금은 편해지는 느낌. 요괴와 싸우고 위기를 빠져나가는 그런 모험이 아니라 가뭄이 든 고장에 비를 내려주는 등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부처나 신으로 해야할 선업의 연습을 서서히 하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말썽을 불러오고 약간의 고생을 하긴 했지만 왕의 세 아들들을 제자로 받아들여 무공을 전수해주는 모험담이 9권의 마지막이다.
그런데 9권까지 읽어오면서 또 든 약간은 삐딱한 생각 하나. 1명 죽이면 감옥 가고 1000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거나... 천만원 훔치면 감옥 가고 수백억 훔치면 오히려 거들먹거린다는 현대의 모습이 요괴들과 겹쳐진다.
분명 몸통이고 악의 축은 대장 요괴건만 신선이나 부처 근처에서 구르다 삐딱선을 타고 세상에 나와 요괴가 된 이 대장급들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곤 대부분 용서를 받고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대신 그를 따랐던, 자신들의 노력과 수행으로 변신이 가능하게 된 조무라기 요괴들은 늘 모조리 죽임을 당하거나 고기가 되어 사람들의 잔치상에 오른다.
그리고 나찰녀를 제외한 여자 요괴들도 가차없이 응징을 당하는 쪽에 속한다. 오승은이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데 그 한풀이를 자기 여자 등장인물들에게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 삼장법사가 늘 주장하던 자비는 죄질이 약한 부하 요괴나 여자 요괴들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면에서 서유기는 환타지지만 철저하게 오승은이 살았던 명나라 시대의 가치관 안에 속해있는 거겠지.
여하튼 마지막 한권 남았다. 이 기나긴 모험담이 슬슬 종결이 될 기미가 보이니 시원섭섭하군. ^^
책/픽션
서유기 9
오승은 (지은이),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 연구회 (옮긴이) | 솔출판사 | 2007.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