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올해는 외가에 차례가 없는 고로 오후는 세배없이 집에서 뒹굴. 연휴 끝나고 마감이 줄줄이 잡힐 거라는 걸 몰랐을 때 빌려놓은 책이다. 평이 아주 좋아서 제목은 계속 기억하고 있었지만 뒤에 나오는 소개글이 왠지 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아서 자꾸 미루다 눈에 띄는 김에 집어왔음.
책을 잡은 자리에서 딴짓하지 않고 끝까지 읽은 책이 얼마만인지. 책 내면서 열심히 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뻔한 소재를 너무 뻔~하게 풀어나가는 것에 더해 오타와 맞춤법, 개연성까지 무시한 책은 정말 괴롭다. 재미만 있으면 오타 등등의 모든 제반 여건을 모조리 무시할 수 있는 나마저도 요즘은 읽다가 포기하는 책들이 속출했는데 얘는 올해 들어 잡은 책중에 몇 안되는 성공작.
약간은 극단적인 성격의 여조와 여주의 출생 비밀을 제외하고는 잔잔하니 심리 위주로 상처가 많은 남녀의 줄다리기를 그려내고 있다. 구구한 설명과 지리한 사건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서 간결하게 잘라내 상상의 여지를 남기면서 진행하는 그 테크닉은 잘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이런 깔끔한 구성이 독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올려주는데 일조를 했을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완벽 남주가 홀라당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그 만고불변의 흥행 공식이 튀지 않게 자리잡고 있었기에 안티가 없는 인기도 가능했겠지. 너무 완벽한 인간은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내 취향을 바꿔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ㅎㅎ
오랜만에 몰입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해주는 소설이었음. 재미있었다.
책/픽션
Summer 서머
조강은 | 신영미디어 | 2007.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