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 경인문화사 | 2022.12.? ~ 2023.1.4
재작년에 필요한 일부만 슥슥 넘기면서 봤던 책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좀 읽어야겠다고 계속 생각만 하다가 지난 달에 잡아서 한달 정도 걸려서 다 읽었다. 아이패드란 요물을 만나기 전에는 이 정도 분량는 일주일 정도면 충분했는데 잡스의 마수에 일단 걸리니 그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네. -_-;;;
각설하고, 금관 하면 신라만 떠올리고 아주 가끔 가야 정도를 기억하고, 백제는 날개 모양 왕관 뒤꽂이 정도가 한계였던 내 지식의 영역을 확 넓혀준 책. 고구려에 존재했던 금관에 대한 자세하고 신선한 내용들이 꽉 차있다.
왕의 무덤마다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그러나 도굴되어 파편과 일부만 남아 있는 고구려 금관들의 의미와 각 시대별로 바뀐 모양들을 머리에 잘 그려주고 있어서 여러가지로 도움도 되고 즐거웠던 독서. 특히 고조선과의 연관성을 찾아서 보는 시각은 아주 흥미로웠다.
기존에 많이 읽어왔던 주류 사학계, 소위 강단 사학과 부딪치는 부분이 많아서 내 나름대로 머릿속으로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고 더불어 혼란도 있었고... 같은 사안이나 증거를 두고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나오는 게 인문학의 즐거움인 것 같다. 과학처럼 딱딱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뭔가 더 넓고 자유롭다고 해야 하나. 해석의 여지가 많으면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이렇게 넓은 틀 안에서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학자와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서 아주 흥미로운 독서였다.
표지 사진의 고구려 금관은 주류 사학과 고고학계에선 99% 위조라 평가하고 있는 것. 이 저자도 명확하지 않음을 아주 약간은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맞다고 생각하니 표지에까지 썼겠지. 내 개인적으로는 이왕이면 진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