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도 않은데 무거운 엉덩이 때문에 생전 안 가던 홍대 반경에 매주 가는 1월인데 어제는 합정역과 망원역 중간 지점에 있는 카이센동 전문점에~ 동행은 히타이트 작업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만난 ㅈ피디~ 코로나 시국에 아무도 모르게 도둑(?) 장가를 갔다는 희소식에 물개 박수를 쳐주면서 점심.
본래 당산동에 있는 카이센동 먹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그 주인이 가게를 (무려) 대구로 이전하는 바람에 2순위였던 곳으로~ 예약도 안 받고 무조건 줄 서서 먹어야 하는 집인데 눈 내리고 춥고 우중충한 날씨 덕분에 많이 기다리지 않고 금방 들어갔다.
게살이며 우니며 여러가지 메뉴가 있었지만 처음 가는 곳은 거기 기본을 먹어봐야 하는 고로 제일 기본이 기요 덮밥을 주문. 숙성회와 알을 올린 덮밥인데 밥을 잘 지어서 고슬고슬하니 맛이 괜찮았다.
거의 다 먹고 밥을 2-3수저 남기면 국물을 부어주고 옆에 있는 땅콩 소스를 넣어 말아 먹으며 마무리를 하는데 필요하면 밥을 더 준다고 함. 땅콩소스가 고소하니 그것도 나름 별미. 마지막에 민트향이 살짝 나는 젤리도 아니고 브라우니도 아니고 캐러맬도 아닌 묘한 손톱만한 디저트까지 주며 구색을 갖춤.
숙성회는 즐기지만 카이센동은 신선한 해물을 골고루 듬뿍 올리고 깔끔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별미로구나~" 정도지만 인기 폭발인 거 보면 이런 취향인 사람들이 많은 모양. 눈도 내리고 길도 미끄럽고 해서 오가는 길이 너무 험난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괜찮게 일했던 피디도 만나고 신기한 것도 먹고 나름 괜찮았던 하루.
근데...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너무 용을 써서 조심조심 걷다 보니 기력이 완전 쇠해서 집에 와서 그대로 뻗었다가 겨우 일어나 저녁 차렸음. 차 마시면서 피디랑도 얘기했는데, 야근하고 밤 새고 나서도 놀고 다음날 출근하는 건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나이인듯. 그땐 내가 아니었던 것 같다. ㅎㅎ
간만에 합정이라 날씨 좋았으면 유명한 곳들 좀 둘러보고 사왔을 텐데 그냥 안전 귀가만 목표로 집으로~ 잘 한듯. 오늘 부친도 점심 약속 있다고 나가셨는데 안 미끄러지고 잘 돌아오셔야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