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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예술

빅토리아의 비밀

by choco 2023. 2. 28.

이주은 | 한길아트 | 2023.2.19~28

 

꽤 오래 전에 나온 책으로 장바구니에도 정말 오래 머물러있었던 책.  가볍게 머리 식힐 수 있는 미술책을 읽고 싶어서 쿠폰을 달달 긁어서 지난 달에 드디어 구입했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보면 아주 흥미롭고 재밌게 잘 읽어진다는 것과 신변잡담류의 쓸데없는 얘기가 너무 많다는 것으로 양분되는데 읽으면서 양쪽 모두에 지극히 공감.  

빅토리아 시대에 여성 모델이 등장하는 여성 서사의 그림을 작가 나름의 주제를 만들어 소개하는 형식으로, 각 챕터의 초반에 저자 개인의 경험이나 감상, 서사가 등장한다.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담을 담은 서두를 풀어내고 그 다음에 그림과 거기에 얽힌 얘기를 설명해주는데 이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만족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그림과 얽힌 뒷 얘기를 풀어낼 때, 예를 들자면 제인 모리스와 로제티, 그의 아내 리지의 사건 같은 건 독자들 대부분이 그 전후 맥락을 모른다고 가정하고 설명을 해줘야하는데 다 안다는 전제를 갖고 일부만 툭툭 풀어낸다.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아~ 하면서 쉽게 따라가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맥락을 놓치고 흥미진진함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로제티의 그림은 전 챕터에 걸쳐서 아주 많이 나오고 언급되는 관계로 대표적인 거고 그외에도 소소하니 제대로 짚어주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일목요연한 내용을 원하는 독자에겐 네 신변잡담은 궁금하지 않다! 가 되어버리는듯.  ^^;  

아마도 저작권 문제이지 싶은데, 로제티를 포함한 몇몇 작가만 집요하게 등장하는 것도 미술책으로는 많이 아쉬웠다.  빅토리아 시대를 콕 찝은 미술책을 고를 땐 내가 모르는 작가들을 만나고 싶은 욕망이 분명하게 있는데 다 안면이 좀 자주 있으신 분들.  😅

예술 서적 잘 만들던 한길아트답게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도판 배치나 디자인은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것도 만족~  

개인적으로는 앞의 그림 얘기보단 뒤쪽에 따로 정리한 빅토리아 미술 소장처, 예술가들과 연표가 더 알차고 소중했다.  그 마지막 부분으로 조금은 아깝다 싶었던 책값이 괜찮은 소비로 격상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