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톨스토이의 소설 속 한 장면이 내내 따라다니던 하루.
동창 단톡방에서 후배 한명의 남편이 40대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문상 간다는 글이 오전에 올라옴.
전부터 가슴이 가볍게 좀 아픈데도 비교적 젊고 건강한 걸 믿고 무시했는데 그게 심장 이상의 전조 증상이었던 모양이다. 부부 사이도 좋았고 고2인 아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여서 아이의 충격이 엄청나다는데... 왜 좋은 사람은 이리 빨리 가나 다들 한탄했다.
이제는 아주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과로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걸 이겨내 성과를 내는 게 자랑이 되는 사회다 보니 젊은 나이임에도 멀쩡하게 퇴근했다가 밤새 떠났다는 소식을 직간접으로 꽤 받는다.
오래 전 이 비슷한 부고인데... 엄청 바쁜 옆 팀 피디였다. 맨날 회사에서 날밤 새는 게 일상이다가 정말 모처럼 일찍(? 저녁 9시던가 10시 쯤 -_-;;;) 끝나 집에 가서 자고 오겠다고 퇴근했는데 집에서 씻고 자다가 그대로 심장마비로 떠났다. 나이가 아마도 30대 중후반이었지 싶음.
가끔 일정 맞으면 그팀이랑 같이 밥 먹을 때 말 섞고 왔다 갔다 인사는 했지만 딱히 친분이 있는 피디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우리 코도 석자라서 명복만 빌고 문상은 가지 못했다. 다녀온 사람들은 넋 나간 가족들 보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한동안 우울해 했던 기억이 남.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저런 비명횡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자각도 크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하나는... 블랙 아웃 엄청 욕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아마 이명박 때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양재동인가에 있던 어느 프로덕션에서 아주 급하게 기획을 하나 해줬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쪽은 내 기획을 꽤 마음에 들어했었고 꽤 다음 일을 같이 준비하자는 제안을 해서 OK 하고 밥 잘 먹고 헤어졌음.
그런데 바로 다음 주던가에 같이 기획했던 대표 감독 부고가 문자로 띠링~ 나중에 들어보니 밤 새고 사우나 가서 그대로 떠났다고 그랬던가? 여하튼 역시나 예고 없는 급사. 정말 의욕적으로 다음 일을 계획했는데 사람 일은 하나도 장담할 수 없구나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당장 오늘 밤 죽을 건데 몇년 동안 절대 찢거나 헤어지지 않을 튼튼한 부츠를 요구하던 부자를 보는 천사 입장에선 미소가 아니라 실소가 나왔겠지 싶음. 내 삶 역시 누군가 위에서 보면 쟤 왜 저러나 싶겠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폐 안 끼치고 가능한 남에게 친절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