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일단 읽어보고 결정하자고 기다리다 아는 작가에게 빌린 책.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지는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면 책이 별로였나 할지 모르지만 재미는 있었다. 요즘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을 하게 하는 로맨스가 거의 씨가 마른 판인데 이 책은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봤다. 그러나 여운이 남거나 다시 읽고 싶을 정도는 아니다.
가볍고 즐겁게 가기 위해서 사용된 유행어와 트랜드화된 표현들. 분명 이지환 작가가 글을 쓸 때는 가장 적절했을 거고 이 책이 출판됐을 시점엔 그 효과가 극대화됐을 거다. 그러나 불과 몇달이 흐른 지금 읽고 있는 내게는 철지난 유머의 썰렁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분명 이 정도 글발과 재능이 있는 작가라면 다른 표현으로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그런 아쉬움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건 내가 뒤늦게 이 책을 잡았기 때문에 느끼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보자면 전체적으로 참 사랑스럽고 귀여운 주인공들이다. 맹하고 순진해 보이지만 그래도 뒤구멍으로 할 건 다 하는 똑 부러지는 여주. 잘난척, 카리스마 풀풀 풍기면서도 사실 허술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는 남주. 그리고 개성 강한 주변 인물들과 구수한 사투리. 이런 매력적인 분위기를 어설픈 악녀의 등장으로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드라마 작가에게 욕이 나온다. -_-;
작가마다 다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설정이나 스타일이 있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이지환 작가는 대통령이나 최고권력에 대한 집착이랄까 선호가 정말 대단한 듯. 이번엔 그나마 좀 평범하게 가나 했더니 결국 남주의 형수가 전직 대통령의 딸이다. ㅋㅋ 이 작가의 대통령이나 절대 권력자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을 찾는 게 더 어렵지 싶다.
그리고 남주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맥그리거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를 살짝 읽었다면 나의 지나친 오버일까?
이지환 작가의 평소 스타일에서 살짝 벗어나는 듯 하면서도 결국은 전형적인 그녀표 로맨스. 이지환표 로맨스의 애독자니 이 부분에 대해 큰 불만은 없지만 아예 그녀 스타일대로 정확하게 가던가 아니면 좀 확실하게 벗어나는 작품을 보여주던가 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살짝 든다.
어쨌거나 내게는 정말 적절한 시점에 이 책을 읽었다는게 행운이다. 김치만두에서 내게 거슬리고 또 드러나는 단점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에 있다. 천천히 수정하면서 걸러내야지.
책/픽션
김치만두 다섯 개
이지환 | 두레미디어 | 2007.4.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