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카테고리에 들어있지만 감상이라기 보다는 단상이 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눈꺼플도 무거웠고 마음도 무겁다.
1. 발레 뮤지컬인지 뮤지컬 발레인지 헷갈리는데... 공연을 다 보고 와 집에 앉은 지금도 그 정확한 정의가 뭔지를 모르겠다. 저 작품을 만든 사람들도 그걸 알고 붙인 이름인지가 궁금.
2. 뮤지컬이라는 용어를 붙인 바람에 보이스를 넣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것 같은데... 불필요하고 붕 뜨는 노래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심청과 왕의 2인무에서 남자의 노래소리. 분위기 깨는 음악과 가사에 음정까지 안 맞으니 고문이 따로 없었음. -_-;;; 음악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할듯.
3. 연출가인지 안무자가 어느 장르에 속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건 확실하다. 발레에서는 용인되는 약속이 있지만 뮤지컬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을 남발. 아무 움직임없이 배경으로 서 있는 인물들이 너무 많았다. 뮤지컬의 맛은 흉내내려고 노력한 티가 나지만 세세한 코드에서 너무 많이 놓치고 있었음.
4. 저 좋은 하드웨어를 저 정도밖에 활용을 못하다니... -_-; UBC의 무용수들이 갖고 있는 기량은 세계 수준에 놓고 봐도 중상위권이다. 그런데 KBS나 MBC 무용단 내지 중간 수준의 뮤지컬 극단에서 댄스 훈련받은 무용수들이 소화가능한 군무들을 배치해 고급인력을 마구 낭비.
2년 전 파리 오페라 발레에서 니꼴라 르뤼셰가 안무한 칼리굴라는 보면서 느꼈던 아까운 무용수들이라는 생각을 여기서도 마구 했다.
5. 중간중간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연결이 안 됨. 최소한의 논리와 스토리 텔링마저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그걸 커버할 정도로 눈요기거리를 확실히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눈먼 소녀와 아버지의 설정은... 뭔가 액자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고 참신함을 보이고 있다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같은 설정을 오래된 다른 작품에서 이미 봤던 내게는 베끼기로 다가왔음. 물론 같은 아이디어를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참신성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6. 출연자가 객석에 내려와 어울리고 교감하는 아이디어. 마당극에서는 너무나 일반적으로 뮤지컬에서도 수없이 쓰는 그게 여기서도 답습. 발레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겐 나름대로 신선했을지 몰라도 다른 장르를 접해본 입장에서는 전혀. 그리고 너무 길어서 공연의 흐름을 깼다.
20억을 썼다고 하는데... 무대장치를 제외하고는 어디에 돈이 들어갔는지 솔직히 이해를 못하겠음.
여기까지가 솔직한 감상.
이제 열심히 좋은 점을 찾아서 내일까지 솔직하지 않은 감상을 정리해야한다. -_-;
하나 생각났다. 무대미술이나 의상은 좋았음.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 때 엄군의 무너진 모습 너무 귀여웠고 이현준씨의 그 물고기왕자 춤과 연기도 정말 딱이었다. 더 없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