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펜윅 시리즈 1권으로 원제 The Mouse that Roared. 1953년에 나온 책이다.
난 돈까밀로 신부님과 같은 류의 뭔가 가볍게 읽을 풍자소설류를 좋아한다. 하지만 ㅈㅅ일보 만평과 같은, 나와 정치색이 전혀 맞지 않은데다 수준까지 낮은 풍자에는 돈을 쓰고 싶지 않은 고로 원하는 수준의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의 오랜 갈증을 화끈하게 풀어주는 수작. 50년이 지난 글이고 당시의 냉전정치상을 나름대로 세밀하게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낡거나 구닥다리로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의 잘 짜인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듯한 유쾌한 웃음. 소설에서 확실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뭐 이런 유치뽕이냐!'라는 분노를 자아낼지 모르겠지만 그 그랜드 펜윅과 주변 환경을 일종의 판타지로 봤을 때 이 소설 안에 구현된 세계는 그 자체로 완벽하고 벌어지는 얘기 역시 절대 얼토당토하지 않다. 나름대로 제대로 된 논리와 사건 구조를 이뤄나가고 있다는데 찬탄.
그리고 번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트가 넘치는 대화와 문체 역시 책장을 빠르게 넘기도록 하는데 일조. 이건 번역자를 칭찬해줘야할 부분인 듯.
그랜드 펜윅보다 크게 나을 것 없는 약소국가의 국민이기에 갖는 대리만족도 컸다는 걸 인정해야겠지만 그런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또 우울할 때 한번씩 다시 집어들 것 같다.
시리즈가 3편이 더 있다는데 카드비 결제가 다음달로 넘어가는 이달 20일 이후에 주문 예정. ^^ 유쾌한 독서를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이다,
책/픽션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레너드 위벌리 | 뜨인돌 | 200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