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 호미 | 2007.10.?-11.3
장마 가운데 햇살 나듯 아주 잠깐 한가한 요 며칠을 틈타서 읽다만 책들을 열심히 치워주고 있다. 이건 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책이니 중단된 독서의 연장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지만.
너무 딱딱한 책들은 팔리지 않는 때문인지 '000 이야기'라는 제목이 꽤나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은 책들의 상당수가 술술 읽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이야기'로 묶기에는 조금은 묵직한 내용들이다.
책 서두에 추천문을 써준 미술사학자는 '이 책은 수집가를 위한 앤틱 입문서가 아니다' 라고 했지만 내가 볼 때 이 책은 철저하게 수집가 혹은 예비 수집가를 위한 입문서이다.
초보자들에게는 뜬구름 잡게 만드는 말로만 하는 설명이 아니라 다양한 사진 자료들이 있다는 점을 칭찬해주고 싶다. 물론 그 덕분에 크기와 두께에 비해서 상당한 가격을 지불하긴 했지만 좀 더 싸고 부실한 것보다는 줄 돈을 지불하고 제대로 된 책을 만드는 이런 선택이 낫다는게 내 의견.
앤틱 가구에 얽힌 저자 자신의 에피소드나 다양한 이 업계의 사건 사고 류의 해프닝 등등을 기대했거나 앤택을 구입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분명 실망이 클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한 때 서양의 생필품였던 가구들을 종류별로 세분화해서 시대별로 그 특징과 구별법을 차근차근히 설명해주고 있다.
덕분에 막눈이나마 어느 시대에 어떤 가구들이 유행을 했고 대충은 어느 시대 출신인지는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정확한 시대 구분이나 모조품 판별은 불가능이겠지만 막연하나마 아우트라인이라도 때려 잡아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아주 간단해서 실수요자에겐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보관과 운반, 수선, 구입에 관한 안내도 해주고 있어서 일단 기본적인 정보 취득은 가능. 아주아주 자세한 카탈로그 개념으로 봐도 될듯.
차근차근 공들여서 쓴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직 앤틱 구입까지는 불가능해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사람이나 나처럼 눈요기와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에게는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